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이 대통령경호처로부터 비화폰 서버 기록을 임의제출받아 핵심 증거 확보에 성공했다. 비화폰은 대통령 등 고위 인사의 보안 통신을 위해 사용되는 특수 기기로, 해당 서버에는 비상 상황에서 주고받은 민감한 통신 내용이 저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이 서버 기록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은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박종준 전 경호처장, 김성훈 경호차장 등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와 관련된 비화폰 서버 기록을 경호처로부터 임의제출받았다고 밝혔다. 이 서버에는 2023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부터 2024년 1월 22일까지 약 두 달간의 통화 및 문자 수·발신 기록이 포함돼 있다.
특수단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2일까지 포렌식 분석을 통해 2일마다 자동 삭제되던 서버의 대부분 데이터를 복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확보된 서버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차장 등 경호처 주요 관계자 간의 통신 내역이 다수 포함돼 있으며, 특히 윤 전 대통령이 체포 저지를 지시한 정황과 관련된 기록들이 다수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비화폰 서버는 그간 수사기관이 확보하려 했던 핵심 증거로 꼽혀왔다. 하지만 대통령실 및 경호처와의 갈등 속에 경찰은 총 6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시도했음에도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경호처 사무실 및 처장 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도된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이후 경호처는 경찰과 임의제출을 전제로 협의에 나섰고, 마침내 서버 기록의 제출이 이뤄졌다.
경호처의 협조 기조 변화에는 내부 분위기의 변화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데 앞장섰던 김성훈 차장이 지난달 15일 사의를 표명하고 휴가에 들어간 뒤 대기발령 상태로 전환되면서, 경호처 내부에서도 기류가 달라졌다. 당시 경호처 직원들은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연판장을 돌렸고, 조직 내부의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였다.
이번 비화폰 서버 확보로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체포 지시 여부, 경호처 내에서의 체포 집행 저지 지시, 그리고 서버 기록 삭제 등 증거 인멸 시도의 정황을 밝히는 데 있어 이번 포렌식 결과가 핵심 단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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