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로 ‘노인 빈곤’을 강조하며, 자산의 연금화를 통해 실질적 생활자금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부동산 보유만으로는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주택연금 제도의 활성화를 통해 보다 많은 고령층이 실질적인 생활 개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5일 세종시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열린 ‘초고령사회의 빈곤과 노동: 정책 방향을 묻다’라는 주제의 KDI-한국은행 공동 심포지엄 환영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며 “고령화 그 자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빈곤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2023년 기준 노인 빈곤율은 약 40%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고령층의 자산 구조를 지적하며 “부동산이 아무리 많아도 생활비로 전환되지 않으면 결국 빈곤층”이라면서 “2021년 기준 자산을 연금화하는 방식으로 빈곤에서 벗어난 인구는 약 122만 명에 달하며, 이는 노인 빈곤층의 약 27%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주택연금에 주목하며 “고령층의 높은 수요가 실현될 경우, 연간 약 34조9000억 원의 현금 흐름이 창출되고 이 중 절반만 소비돼도 17조4000억 원의 민간 소비가 유발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약 34만 명의 노인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이 총재는 “고령자들의 상당수가 생계 유지를 위해 비자발적으로 노동시장에 머물고 있다”며 “그 결과 한국의 65세 이상 경제활동 지속 비율은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954만 명에 달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기에 접어들면서 자영업에 진입하는 고령층이 증가하고 있으나, 낮은 수익성과 높은 불안정성으로 인해 경제적 불안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고령층의 자영업 진입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임금 근로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년연장 필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고령 노동자의 자영업 유입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정년연장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며 “다만,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의 유연성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미국의 휴버트 험프리 전 부통령의 말을 인용해 고령사회에서의 윤리적 책무를 환기시켰다. “정부의 도덕성은 인생의 새벽에 있는 아이들, 황혼에 있는 노인들, 그리고 그림자 속의 약자들을 어떻게 대하는가로 판단된다”며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노후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단순한 경제 수치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짚고 실질적인 해법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고령화와 빈곤이라는 이중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제도적 전환과 사회적 공감이 함께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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