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기독일보 DB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단행한 고율 관세 정책이 오히려 자국 경제에 가장 큰 충격을 안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가운데, 관세 전쟁의 진원지인 미국의 성장 둔화가 특히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표한 '2025년 세계경제전망(업데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4년 2.8%에서 2025년 1.3%로 급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같은 기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인 3.2%에서 2.7%로의 하락보다 훨씬 가파른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로 지역과 중국, 인도, 아세안5 등 주요 국가들도 관세 정책의 여파로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미국의 하락 폭은 이들보다 훨씬 컸다. 유로 지역은 0.8%로 동결, 중국은 5.0%에서 4.1%로 하락했고, 인도와 아세안5도 각각 6.7%에서 6.4%, 5.0%에서 4.6%로 떨어졌다.

IMF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강한 경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월 발표된 보고서에서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2.7%로 제시하며, 이는 유로 지역(1.0%)이나 일본(1.1%)은 물론 선진국 평균(1.9%)을 압도하는 수치였다.

그러나 미국이 보호무역 강화와 고율 관세 부과로 강경한 통상 정책을 꺼내든 이후 흐름은 급반전됐다. 2024년 1분기 미국의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3%로, 2023년 4분기의 2.4% 대비 급락했다.

무역수지 역시 기대와는 달리 악화됐다. 미국은 관세 조치를 통해 무역적자를 줄이려 했지만, 오히려 수입이 급증하면서 격차가 확대됐다. 1분기 수출은 전기 대비 1.8% 증가에 그쳤지만, 수입은 무려 41.3%나 늘었다. 이는 공급망 교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 보복 관세 등으로 인해 수입 구조가 왜곡되면서 벌어진 현상으로 풀이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미국의 고율 관세정책은 경제성장률에 대한 하방 압력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관세로 인한 정책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위축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경제의 주요 버팀목이던 내수 소비와 기업 투자 모두 불안정한 상황으로 접어들면서 경기 둔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외연은 또, "2025년에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크게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역적자 해소라는 관세 정책의 핵심 목표가 사실상 무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만 해도 노동시장이 견조하고 소비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이 균형을 이루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고 강경한 관세 정책이 등장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처럼 단기간에 경제를 이 정도로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놀랍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관세 조치 대상국이자 주요 경쟁국인 중국은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내수 회복에 힘입어 올해 성장률은 4.1%, 내년은 4.0%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1분기 GDP 성장률도 5.4%에 달하며 예상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무역수지 또한 개선됐다. 미국의 고율 관세 도입 전 '밀어내기 수출'이 집중되며 수출은 5.8% 증가했고, 수입은 7.0% 감소하면서 무역흑자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관세 정책이 세계 교역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반영해, 올해 세계 상품 교역 증가율 전망치를 당초 3.0%에서 -0.2%로 크게 낮췄다. 이는 사실상 교역이 역성장을 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미국과 교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은 2024년 성장률 2%에서 2025년 1%로 절반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독일과 일본 역시 제조업 기반이 강한 국가로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베트남(7.1%→6.2%)과 태국(2.9%→1.9%)도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미국이 관세를 통해 추구했던 목표, 즉 무역적자 해소와 중국 견제가 실질적으로 달성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최근 미국은 그간 부과했던 관세의 부작용을 의식해 통상 긴장 완화에 나서고 있다. 영국과 중국 등 주요국과 관세 인하 및 조정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일부는 이미 관세율을 낮추는 합의에 도달했다.

그럼에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관세 조정이 시작됐다고 해도 무역 질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이시욱 원장은 "관세 인하 합의가 시행되더라도 기존보다 높은 수준이거나, 단기적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무역 체계 전반에 걸친 불확실성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상하 대외연 국제거시금융실장도 "미국과 중국,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은 관세가 100% 유지되기보다 다소 낮은 수준에서 합의될 것이란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며 "실제 관세 인하가 일부 이뤄졌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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