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성 박사
양기성 박사

최근 한국 사회와 교회 안에서 MBTI가 중요한 대화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청년부 모임에서 서로의 성격 유형을 묻고, 직장 사역이나 상담 현장에서도 MBTI는 유용한 대화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MBTI를 단순한 유행이나 심리 테스트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기독교 목회는 MBTI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오늘날 공동체 목회가 직면한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먼저, MBTI는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성경은 “우리는 그의 만드신 바라”(엡 2:10)라고 말한다. 이 말씀은 인간이 우연히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의도와 설계 속에서 고유한 기질과 성향을 가진 존재임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조용한 내향적(I) 성향을, 누군가는 관계 중심의 외향적(E) 성향을 가진 것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 안에서 다양성이 존중받아야 함을 시사한다. 교회 안에서 누군가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쉽게 규정하는 대신, 서로 다른 성향을 인정할 때 공동체는 더 건강한 관계를 이루어갈 수 있다.

또한 MBTI는 성도들의 영적 성장 과정을 돕는 목회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정에 민감하고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F 유형의 성도는 갈등 상황에서 지나치게 자신을 소모할 수 있다. 이러한 이들에게는 “서로 용납하라”는 성경적 가르침과 함께, 건강한 경계 설정의 필요성을 지도해 줄 수 있다. 반대로 T 유형의 성도는 논리와 분석에 익숙하지만, 관계적 공감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다. 목회자는 이들에게 사도 바울이 말한 “사랑의 고귀한 길”(고전 13장)을 제시하며, 영적 균형을 돕는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다.

MBTI는 목회자 스스로의 리더십을 성찰하는 데도 큰 유익을 준다. 목회자 역시 인간이며, 고유한 성격적 경향을 가지고 있다. 계획적이고 구조화된 J 유형의 목회자는 사역을 질서 있게 이끄는 장점이 있으나, 때로는 성도들의 즉흥적이고 창의적 제안(P 유형)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반대로 유연한 P 유형 목회자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역을 확장하는 데 강점이 있지만, 지나친 유연함은 조직의 흐트러짐을 가져올 수 있다. 자신의 기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이 목회 리더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성찰하면 더욱 균형 잡힌 사역을 펼칠 수 있다.

물론 MBTI를 목회 현장에서 사용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MBTI는 하나의 도구일 뿐, 성경을 대체할 수 있는 진리가 아니다. MBTI 유형이 곧 그 사람의 실체나 운명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며, 기질적 성향은 성령의 역사와 말씀의 능력 안에서 변화될 수 있다. 내향형(I)이라 할지라도 성령께서 담대함을 주시면 능력 있는 복음 증거자가 될 수 있고, 감정 중심(F)이라 하더라도 말씀의 훈련을 거치면 바른 분별력을 가진 신앙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MBTI는 인간을 이해하는 ‘출발점’이지 ‘결론’이 될 수 없다.

더 나아가 MBTI는 교회의 사역 배치에도 유익하게 사용될 수 있다. 성향이 서로 다른 성도들이 적절한 사역을 맡을 때 은사가 극대화되고, 공동체는 더 큰 조화를 이룬다. 예를 들어, 세밀함과 계획성이 강한 J 유형은 행정 및 조직 사역에 강하고, 사람들과 만남을 즐기는 E 유형은 환영 사역, 친교 사역에서 큰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반면 깊은 내적 성찰을 즐기는 I·N 유형의 성도들은 기도 사역이나 묵상 모임에서 놀라운 영적 깊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성이 조화를 이루는 공동체는 성령께서 주시는 하나 됨의 은혜를 더욱 풍성히 누리게 된다.

결국 MBTI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다양성을 이해하게 만드는 유익한 도구이다. 그러나 그 도구가 사람을 판단하거나 나누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독교 공동체는 성격적 차이를 넘어 서로를 포용하고 세워주는 사랑의 공동체여야 한다. 사도 바울은 “서로 다른 은사를 따라 한 몸을 이룬다”고 했다(롬 12:4-6). 이는 MBTI가 말하는 다양한 성향 역시 영적 공동체 안에서 하나님의 손에 붙들릴 때 귀한 은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늘의 교회는 다시 MBTI 너머에 있는 성경적 진리를 바라보아야 한다. 인간의 성향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성령 안에서 서로를 세워주고 하나님의 나라를 함께 이루어 가는 공동체가 되는 것, 그것이 목회적 MBTI 사용의 참된 목적이다. MBTI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성령께서 빚어가시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고 날마다 마음을 같이 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사도행전 2: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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