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등 법원
대구고등 법원. ©뉴시스

2017년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과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구고등법원 민사1부(재판장 정용달)는 13일 A씨 등 111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1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의 피고 보조참가인으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참여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관련 기관들의 과실과 지진 촉발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국가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지진을 환경오염이나 환경훼손의 개념으로 볼 수 없으며, 국가가 그러한 오염이나 훼손의 원인자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국가가 해당 지열발전 사업의 도급인이 아니라는 점도 판결의 핵심 근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도급이나 지시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이 없었고, 지진 발생과 관련된 기관들의 행위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손해배상 청구에는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의 주요 쟁점은 지진의 직접적인 원인이 정부와 연구기관들이 수행한 지열발전 실험의 과실로 촉발된 것인지 여부였다. 포항 지진의 경우, 정부조사연구단은 당시의 지열발전 사업이 지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민사적 책임의 범위에서 이를 과실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지진 발생 전후의 사업 진행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봤다. ▲지열발전 부지 선정 ▲미소진동 관리 방안 수립 ▲지열발전 연구 수행 ▲2017년 4월 발생한 규모 3.1 지진에 대한 사후 조치 ▲연구과제 연장 과정의 타당성 ▲지진계 운영 및 감시업무 수행 등 여러 측면에서 과실 여부를 검토했지만, 이들 행위가 직접적으로 지진을 유발했다고 판단할 증거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지열발전 사업은 ‘MW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과제로 추진됐다. 정부는 넥스지오와 포스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을 전담 및 참여기관으로 선정하고, 포항시 흥해읍 인근에 PX-1, PX-2 두 개의 지열공을 뚫은 뒤, 고온 지하 암반층에 물을 주입해 수증기를 발생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의 'EGS(Enhanced Geothermal System)' 기술을 실험했다.

지열공에 물을 주입하는 5차례의 수리자극 중 마지막 자극이 끝난 2017년 9월 18일 이후 약 두 달이 지난 11월 15일,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고, 이후에도 포항 지역에서는 수차례 여진이 이어졌다. 2018년 2월 11일에는 규모 4.6의 여진이 발생하며 시민들에게 큰 피해와 불안을 안겼다.

앞서 1심에서는 해당 지열발전 사업이 지진을 촉발했다는 점을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법원은 지진을 모두 겪은 원고에게 1인당 300만 원, 일부 지진만을 겪은 원고에게는 2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지열발전 사업과 지진 사이의 직접적인 과실 및 인과관계가 법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이 같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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