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에 직접 최종 의견진술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로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과분한 사랑을 받았는데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현실이 송구스럽다”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최후 변론에서 자신의 심경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라는 표현으로 대신했다. “죄송하다”는 건 비상계엄으로 국가적 혼란 초래한 것일테고, “감사하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이 지지와 용기를 불어넣어준 것에 대한 마음의 빚을 전한 게 아닐까 싶다.
최후 진술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아무래도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 설명 대목일 것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과 내란 공작 세력을 지목하며 이들의 거듭된 국정 발목잡기를 꼽으면서 “야당이 국민의 계엄 트라우마를 악용해 오히려 내란을 선동하고 끝없는 내란 공작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12.3 비상계엄에 대해 많은 국민이 21세기 민주화 시대에 웬 계엄이냐며 뜨악한 반응이었던 게 사실이다. 군사독재 시절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하고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악용돼온 계엄이 느닷없이 선포된 것에 커다란 충격과 함께 분노의 감정이 쏟아졌다. 지지자들조차 윤 대통영의 조기퇴진 내지 자진 하야를 거론했을 정도라라면 당시의 감정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에 풀리지 않는 의문과 궁금증이 있었다. 왜 무슨 이유로 윤 대통령이 제 무덤을 제 손으로 파는 행위를 했냐는 거다. 그 점에 대해 윤 대통령은 “12.3계엄이 계엄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음을 강조했다. 많은 국민이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제 발등 찍기라고 한탄했던 바로 그것이 야당과 내란 공작 세력의 거듭된 불법과 전횡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걸 재차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 점에 대해 이미 국회 탄핵소추 의결 직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많은 국민이 윤 대통령이 ‘계엄령’이 아니라 ‘계몽령’으로 인식하게 만든 바로 그 내용이다. 그때부터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평가가 국민 사이에서 일방적 질타에서 적극적인 지지의 결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최후 변론에서 야당이 집권 연장을 위한 계엄을 주장하며 내란죄로 몰고 가고 있는 정체에 대해 언급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만약 집권 연장이 목적이었다면 고작 계엄군 280명을 투입했겠느냐는 거다. 또 국회에서 해제 요구를 한다고 2시간 만에 바로 해제를 결정했겠느냐는 말도 했다.
윤 대통령은 “솥 안 개구리처럼 벼랑 끝으로 가고 있는 나라가 보였다”고 했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종북 종중 세력에 의해 국가 존립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으로서 이런 비상사태를 외면할 수 없었음을 항변했다.
북한 등 주권 침탈 세력이 내부 반국가세력과 연계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건 이미 민노총 간첩 사건 재판으로 그 실체의 일부가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그렇게 된 근본 원인이 야당의 국정원 대공수사권 박탈에 있다고 봤다. 이런 종북 행태가 대한민국에 간첩이 활개치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이태원 참사를 들었다. 야당이 참사를 정쟁에 이용했을 뿐 아니라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들이 깊숙이 개입된 증거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폭거를 열거하던 중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거대 야당은 연일 진상규명을 외치면서 참사를 정쟁에 이용했다”며 특히 “당시 북한이 민노총 간첩단에 ‘이번 특대형 참사를 계기로 사회 내부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투쟁과 같은 정세 국면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각계각층의 분노를 최대한 분출시켜라’라는 지령을 보냈다”고 했다. 야당이 북한 지령을 받은 간첩단과 사실상 동일한 선상에 있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절차상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변론이란 점을 인식한 듯 자신을 믿어준 국민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면서 질책에 대해선 가슴에 깊이 새기겠다고 했다. 또 만약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개헌과 정치개혁을 추진하는데 집중할 뜻을 밝혔다. 남은 잔여 임기에 연연 않겠다는 뜻이다.
이날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이 마무리됨에 따라 이제 헌재의 결정만이 남았다. 지금으로선 3월 중순쯤 탄핵소추의 인용 또는 기각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헌재 탄핵 심리 과정에서 드러난 헌법재판관들의 정치적 편향성 등 불공정성 논란이다. 이것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민이 그 결과를 납득하기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헌재는 대통령 탄핵 심리 과정에서 헌법재판소법과 형사소송법 위반 등 숱한 불공정 논란을 일으켰다. 오로지 증거와 법리로만 판단해야 하는 헌재가 정파의 압박에 휘둘리거나 재판관 개인의 정치 성향을 드러낸 이상 결과로 인해 불거진 혼란도 헌재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국민은 윤 대통령의 탄핵 시판 못지않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판은 서두르는데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항소심 등이 한없이 늦춰지면 이 또한 불공정으로 인식해 국민적 저항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헌재의 결정이 3개월여 지속됐던 사회 혼란과 국민적 갈등을 끝내게 될지 여부는 이제 헌재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과 함께 사법부의 정치권 눈치 보기가 아닌 오로지 법과 법정신의 구현에 달렸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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