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북동부 펀자브주 라왈핀디에서 13세 소녀가 초콜릿을 훔쳤다는 이유로 잔혹하게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해 전국적인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BBC는 18일(현지시간) 경찰이 사건에 연루된 부부를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피해자인 이크라(가명)는 지난 5일 병원에서 다발성 부상을 입고 사망했다. 경찰 예비 조사 결과, 그녀는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이크라를 위한 정의(#JusticeforIqra)’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빠르게 확산됐으며, 파키스탄 내 아동 노동과 가사 노동자 학대 문제를 다시금 공론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크라는 8세 때부터 생계를 위해 가정부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버지 사나 울라는 농부로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빚을 갚기 위해 어린 딸을 노동시장에 내몰 수밖에 없었다.

몇 차례 고용주가 바뀌었고, 2년 전부터는 8명의 자녀를 둔 한 가정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가 받던 월급은 고작 23달러(약 3만2000원)에 불과했다.

이크라의 아버지는 "딸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딸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몇 분 뒤 숨을 거뒀다"고 절망적인 심정을 토로했다.

경찰은 이크라가 빈번한 폭력에 시달려온 증거를 확보했다. BBC가 입수한 사진과 동영상에는 그녀의 다리와 팔에 다발성 골절이 있으며, 머리에도 심각한 부상이 발견됐다. 경찰은 현재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진행 중이며, 최종 의학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크라를 고용했던 라시드 샤피크와 그의 아내 사나는 경찰에 의해 구속됐으며, 이들과 함께 일했던 여성 쿠란 교사도 체포됐다. 특히 이 교사는 이크라를 병원에 데려온 후 "그녀의 부모가 없다"며 거짓 진술을 하고 병원을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접한 인권운동가 셰르 바노는 "내 마음이 피눈물을 흘린다"며 "얼마나 많은 가난한 아이들이 하찮은 이유로 목숨을 잃어야 하는가"라고 개탄했다. 한 파키스탄 네티즌은 "이 사건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부유층이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학대하는 사회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펀자브주 법에 따르면 15세 미만 어린이는 가사 노동자로 고용될 수 없으나, 이러한 법 조항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18년에도 10세 하녀 타이야바가 고문당한 사건이 발생해 전국적인 공분을 샀다. 당시 가해자인 판사와 그의 아내는 3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이후 1년으로 감형됐다.

문제는 파키스탄 법 체계상 피해자의 가족이 가해자를 용서하면 법적으로 처벌이 어렵다는 점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용서가 대부분 금전적 보상과 연관되어 있으며, 피해자 가족이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는 것이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인 처벌이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에 따르면 현재 파키스탄에는 약 330만 명의 어린이가 아동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파키스탄의 850만 명의 가사 노동자 중 대다수가 여성과 어린 소녀들이라고 보고했다.

이크라 사건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 파키스탄 내 아동 노동 및 가사 노동자 인권 문제를 다시금 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이번에도 가해자들이 법적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크라의 아버지는 "딸의 죽음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처벌받길 바란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사건들을 보면 유사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다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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