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철강 25% 관세 행정명령’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면서, 한국 철강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기존 쿼터제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던 업계에서는 추가적인 실적 악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이번 행정명령에는 기존 쿼터 및 대체 협정을 무효화하고, 모든 철강 및 관련 파생 제품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 정부는 기존 대체 협정이 중국의 비시장적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쿼터제를 통한 수입 증가율이 74%에서 82%로 상승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에도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은 수출량을 70%(263만 톤)로 제한하는 대가로 관세 면제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기존의 쿼터제 적용이 무효화되면서 한국 철강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철강 제품의 주요 수입국인 멕시코(1678% 증가)와 캐나다(564% 증가)에서 대미 수출량이 급증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다른 철강 수출국들이 관세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직접 수출되는 물량은 제한적이지만, 미국이 중국산 제품이 제3국을 경유해 우회 수출되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정부의 외교적 협상을 통한 관세 면제 조치 외에는 업계 차원의 대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철강업계는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9억 달러(약 4조 2117억 원), 수출량은 277만 톤으로, 전체 철강 수출량의 14%를 차지했다.
포스코의 경우 전체 수출의 15%가량이 북미 시장으로 향하며, 현대제철도 약 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두 기업 모두 실적 타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그룹 계열사에 철강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이번 조치의 영향을 더욱 직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주로 생산하는 열연 강판의 경우, 국내 판매가는 80만 원대 초반, 미국 수출 가격은 90만 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관세가 적용될 경우 가격이 110만 원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미국산 제품 대비 경쟁력을 잃게 된다.
강관 업체들 역시 미국으로 유정용 및 시추용 강관을 수출하고 있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강관 제조업체가 단기간 내 대체 생산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관세에 따른 가격 상승 부담이 철강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아제강은 2016년 미국 휴스턴에 연간 25만 톤 규모의 유정용 강관 공장을 설립한 바 있으며, 이를 활용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한국 철강업계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가전과 자동차 등 전방 산업에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연쇄적인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한국 철강 제품이 다시 관세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미국 이외의 시장 다변화, 생산지 조정, 현지 법인 강화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 철강업계는 당분간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과 이에 따른 실적 저하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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