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대구시 남구 중앙로에서 경찰특공대가 범죄우려 지역에 대한 특별 순찰 활동을 하고 있다.
5일 대구시 남구 중앙로에서 경찰특공대가 범죄우려 지역에 대한 특별 순찰 활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 각지에서 '살인 예고' 글을 올린 작성자가 5일 현재까지 30명이 검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시·도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빠르게 추적에 나서 하루이틀새 검거한 것으로, 경찰은 불필요한 경찰력 낭비를 부르는 무분별한 모방범죄 엄포 글의 자제를 촉구했다.

◈서울 등 전국 각지 작성자 추적 "장난이었다" 주장

경찰청에 따르면, 인터넷에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글을 올린 이들 가운데 검거된 인원은 이날 오후 7시 기준 30명이다.

우선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전날 서울 강남구 한티역에서 칼부림을 예고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성인 남성 A씨를 추가로 검거했다.

A씨는 지난 3일 오후 11시께 디시인사이드 한석원갤러리에 "내일 오후 10시에 한티역에서 칼부림 예정"이라는 게시글을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경찰이 작성자 추적에 나서자 자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서울 용산경찰서는 디시인사이드에 "○○○(학교) 정문에서 5명 죽일 것"이라는 글을 올린 미성년자 B군을 전날 검거해 수사 중이다.

서울 성동경찰서도 전날 왕십리역 일대에 살인을 예고한 20대 남성 C씨를 체포했다.

C씨는 전날 낮 12시4분께 대학생 커뮤니티 앱 자유게시판에 "오늘(4일) 16시 왕십리역 다 죽여버린다"는 제목으로 "더 이상 살고 싶지가 않음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을거임"이라는 게시글을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장난으로 글을 올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살인 예고글을 게재한 후 2시간 뒤 '사과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서울 혜화경찰서 역시 전날(4일) 오전 9시께 인터넷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혜화역에서 칼부림 범행을 벌이겠다는 글을 작성한 30대 남성을 하루만인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종로구 자택에서 붙잡았다.

이밖에 경찰은 2일에는 '신림역 살인 예고 글'을 작성한 20대 남성 이모씨를 협박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한 바 있다. 같은 장소에서 살인을 예고한 인원도 지난달 31일 붙잡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전날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흉기를 든 채 활보하다가 붙잡힌 20대 남성이 같은날 새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찰관을 찔러 죽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사실이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에버랜드, 대구 야구장 겨냥 '칼부림 예고' 글 속출

이외 전국 각지에서 살인이나 칼부림 모방 범죄를 예고하는 글을 올렸다가 속속 체포되고 있다. 작성자들은 붙잡힌 뒤에야 비로소 입을 모아 '장난'이라고 읍소하는 양상이다.

경기 하남시 미사역 일대에서 살인을 예고한 10대는 전날 오후 7시께 '토요일 12시에 미사역 시계탑 앞에서 다 죽여줄게'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가 같은 날 오후 9시께 검거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실제로 사람을 살해할 마음은 없었다. 심심해서 장난으로 게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경찰청도 전날 오후 7시15분께 SNS에 올라 온 '칼부림 예고지역 목록' 글에 청주 지역의 한 식당과 도로이름을 기재해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유포한 30대 D씨가 자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친구들에게 장난으로 보낸 글이 이렇게 퍼져나갈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오전 11시50분께 SNS에 '오늘 에버랜드 가는데 3시부터 눈에 보이는 사람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다 죽이겠다'는 글을 올린 16세 소년을 붙잡았다.

이 소년도 경찰 조사에서 '전날 게임에서 알게 된 친구가 욕을 해 화가 나서 해당글을 게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경찰청도 협박 혐의를 받는 30대와 20대 남성 2명을 이날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각각 화풀이 대상이 필요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시한 뒤 관심을 받고 싶었다거나 웹툰 캐릭터를 희화화해 장난삼아 글을 올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장 "무분별한 글로 경찰력 낭비…자제하라"

인파가 몰리는 장소를 겨냥한 살인 예고, 칼부림 글이 잇따르자 경찰이 긴급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청은 이날 14개 시·도 경찰청을 통해 전국 43곳에 경찰특공대 107명과 장갑차 11대를 배치했다. 특공대가 투입된 장소는 서울 강남·혜화·종로3가·잠실역, 부산 서면역, 경기 서현·판교·수원역, 동대구역, 대전역, 충남 천안아산역과 주요 공항으로 모두 살인 예고가 있었거나 다중이용시설이 밀집한 곳이다.

삼성 라이온즈와 LG트윈스 야구 경기를 앞둔 오후 3시39분께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경기장을 겨냥해 "수십명 칼로 찔러 죽일거다 각오해라"라는 글이 KBO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라와 경찰관 200여명이 현장에 배치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윤희근 경찰청장은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역을 찾아 '특별치안활동' 현장점검 중 기자들과 만나 "(작성자의) 절반 가까이는 미성년자들도 있고 일부 성인들도 있다"며 "모방 또는 일종의 영웅심리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이버상에 게시된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글들은 하루이틀 사이에 게시자들을 확인, 검거하고 있다"며 "이제 좀 자제해주길 진심으로 부탁하고 경고한다"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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