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묻지마 칼부림 사건 현장 인근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묻지마 칼부림 사건 현장 인근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지난 21일 신림동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 발생 후 열흘 사이 같은 지역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온라인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예고글 작성자 중 한 명이 구속돼 실제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반복되는 살인 예고로 시민 불안은 커지고 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게재된 7번째 '신림 살인 예고글' 작성자를 추적 중이다. 경찰은 협박 혐의를 우선 적용해 붙잡은 뒤 구체적인 글 작성 동기와 배경 등을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해당 글에는 '인생 다들 행복하게 사는데'라는 문구가 들어가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조선(33·구속송치)의 진술을 모방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조선은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전날 '수요일날 신림역에서 한녀(한국여성) 20명 죽일 것'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던 20대 남성 이모씨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하기도 했다. 글 작성 당시 이씨는 30㎝가 넘는 흉기를 실제 구매해 내역을 함께 첨부했고, 이후 구매를 취소했다고 한다.

이처럼 수사기관이 엄정 대응을 예고하고 추적을 벌이고 있음에도 같은 방식의 살인 예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문제는 모방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분위기 속에서 단순히 커뮤니티에 떠도는 허위 글로 치부하고 무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신고가 접수돼 살인 예고글을 인지할 때마다 수사기관이 일일이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으로도 경찰력 낭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경찰은 글이 올라올 때마다 살인 장소로 예고한 신림동 일대에 출동해 수색했지만 현장에서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온 바 있다.

자극적 표현이 좀처럼 걸러지지 않는 온라인커뮤니티가 이 같은 살인 협박 글의 창구가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한 글이라도 묻지마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극에 달한 시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예고글에 부정적인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면서 본인에 대한 관심을 끌어모으려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언론 보도가 이뤄지면서 자신에게 혐오든 옹호든 반응이 오는 것 자체로 희열을 느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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