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부지
현재 철골 구조물로 된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부지(사진 중앙) 주변으로 주택들이 둘러싸고 있다. ©대현동이슬람사원건립반대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싸고 대구시 북구 대현동 주민과 사원 건축주 간 갈등 국면이 3년째로 접어든 가운데 북구청이 사원 인근 주민 소유 주택 부지를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번 계획은 북구청이 이슬람 사원 건축주 측에 제안한 ‘부지 매입’이 무산되면서 내놓은 방안이다.

구청 측은 이후 주민들과 만나 이 방안을 제안하고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이를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해온 주민들이 받아들일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대현동이슬람사원건립반대비상대책위원회 김정애 부위원장은 “북구청이 밝힌 방안은 이미 이슬람 사원 건축주 측이 우리에게 제안했던 방식”이라며 “대현동 주민들은 북구청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주민 모두가 이곳에 살고 싶어 한다”고 했다.

앞서 북구청은 지난해 8월 초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두고 사원 건축주들과 이 일대 주민들 간 갈등을 해결하고자 중재회의를 개최했다. 구청은 당시 회의에서 이슬람 사원 건축주 측에 현재 대현동 부지를 매입하고, 사원 건축을 위한 부지를 상업지구 등 다른 장소로 이전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슬람 사원 건축주 측의 거절로 무산된 바 있다.

북구청은 지난 2020년 9월 이슬람 사원 건축주 측에 건축허가를 내줬으나 반대 민원이 빗발치자 다시 입장을 번복해 공사 중지처분을 내렸다. 이에 이슬람 사원 건축주 측이 불복해 법적 분쟁까지 비화됐고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하지만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갈등의 상처는 오로지 주민들 몫으로 돌아갔다.

김정애 부위원장은 “북구청이 애초부터 갈등의 요소가 있었다면 사원 건축 허가를 내주기 전, 대현동 주민들 의견을 미리 수렴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월 북구청 건축과 관계자도 대현동 이슬람 사원의 건축 허가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다고 본지에 밝힌 바 있다.

대구 대현동 산격동 주민 이슬람 사원 건축 반대
대구 북구 대현동·산격동 주민들이 과거 경북대 앞에서 이슬람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집회를 갖던 모습 ©주최 측 제공

북구청은 반대 민원만으로 이슬람 사원 건축 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건축법상 바닥면적의 합계가 500㎡ 미만인 종교집회장은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주택밀집지역에 지을 수 있다. 대현동 이슬람 사원의 용적률은 245㎡로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건축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또 행정청이 건축허가를 허가하거나 제한할 경우 건축법 제18조에 따라 인근 주민의견은 하나의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단, 납골당·소각장 등 인근 주민 피해가 예상되는 시설에 한해, 건축 허가 전 반드시 주민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현동에 이슬람 사원이 완공될 경우 무슬림 다수가 밀려오고 소음이 유발되는 등 주택밀집지역에 혼잡함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 주민 의견 청취는 필수라는 주장이 나온다. 레이먼드 김 선교사(아랍문화연구회 앗쌀람)는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는 하루 5번 정시기도를 알리기 위해 소위 ‘아잔’이라 불리는 소리를 크게 낸다. 이것이 매우 시끄러워 주민들에게는 분명 피해가 될 것”이라며 “북구청이 이슬람 사원 건축 허가 과정에서 대현동 주민 의견을 미리 청취했다면 분쟁으로 비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슬람 사원 건축주 측 관계자 A씨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본지와의 문자 메시지 대화에서 “지난 7년 동안 대현동에서 우리 무슬림 100여 명이 이슬람 기도회와 예배를 드렸을 때 주민들에게 해를 끼칠 행동은 하지 않았고, 그들은 어떠한 반대나 피해호소를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대현동 주민들은 지난 2021년 4월 북구청에 제출한 시민 감사청구서에서 “이번 이슬람 사원의 건축주 측인 대구 경북 이슬람 센터가 (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내기 전, 대현동 일반 가정집 실내와 마당에서 드린 ‘하루 5회 기도회’, ‘매주 금요일 예배’, 라마단 기도 기간으로 인해 동네 주민들은 생활상 많은 불편을 겪어 왔다”고 적었다.

이어 “라마단 기간 동안 무슬림 유학생들이 한밤 중 사이렌 소리 등을 내며 대현동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들이 계속되기도 했다”며 “그러나 주민들이 구청에 적극 민원을 제기하지 않은 것은 무슬림 유학생들의 고달픈 삶을 달래 주는 ‘순수한’ 이슬람 종교 활동이라 여겨, 많은 불편을 감내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구 경북 이슬람 센터는 이런 이웃들의 호소를 외면하고 동일 부지 인근 주택들을 매입해, 더 큰 사원을 만들어 자신들만을 위한 종교 활동을 보장받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이러한 처사는 그동안 외국인 유학생들을 이웃으로 받아, 함께 살아가려고 했던 동네 주민들의 선의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라고 했다.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반대 비상대책 추진위원회
코로나19 이전 라마단 기간 동안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들이 대현동 주택가에서 함께 모여 음식을 먹고 있다.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반대 비상대책 추진위원회 제공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건축분쟁이 극심해지면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도 발 벗고 나섰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난 18일 대구시 북구 대현동에 방문해 구청 관계자 및 주민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체부 관계자는 “정부의 개입이 사실상 종교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고, 이미 법적으로 결론이 난 상황이라서 사실상 손 쓸 방법이 없다”며 “이번 갈등은 종교보다는 건축 문제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현동 이슬람 사원의 건축 분쟁을 기점으로 국회에서 관련법을 방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김도현 건축사(제이풀 대표)는 “대현동 주민들이 이슬람 사원 건립에 따라 외부 소음 문제 등 반대 민원을 제기했지만, 행정청이나 법원이 단지 반대 민원만을 근거로 건축허가 행위를 막을 건축법상 근거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했다.

그는 “국회에서는 다중이용시설이 주택밀집지역에 들어설 경우 시설 특성에 따라 주민 반대 민원이 극렬하다면, 이를 토대로 행정청이 해당 시설에 대한 건축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박성제 변호사(법무법인 추양가을햇살)는 “교회도 주택가 한가운데 짓는 경우도 없는데, 이슬람 사원 건축주들이 주택 밀집지역에 사원을 짓겠다는 것은 매우 비상식적”이라며 “주택 밀집지역에 종교시설이 들어서면 많은 사람들이 밀려오기에 주민 반대는 충분히 예상되는데, 건축 허가를 내준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북구청 건축과 관계자들이 한 번이라도 대현동 이슬람 사원 부지 근처로 현장답사를 해봤다면 무조건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음을 인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행정청이 이 과정을 건너뛴 채 건축 허가를 내줘도 문제는 없다”며 “때문에 건축 분쟁이 예상되는 지역에 한해 인근 주민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조항을 건축법이나 조례에 반드시 추가하도록 관련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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