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차 복음통일 컨퍼런스
한 기도원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도하던 모습. ©기독일보DB

성도들이 여름 휴가와 방학을 맞아 산천의 기도원으로 모여들어 밤낮으로 부르짖던 여름철 특수는 이제 옛말이 됐다. 한때 한국교회 부흥의 젖줄이자 성도들의 영적 안식처 역할을 했던 전국 기도원들이 급격한 성도 감소와 운영난 속에서 속속 문을 닫거나 매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인터넷정보와 DBRIA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907개에 달했던 전국 기도원은 2024년 456개로 집계돼, 불과 14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소나무 뿌리 뽑던 산기도와 성전 벽의 목발들”… 뜨거웠던 지난날

과거 1970~1980년대 기도원은 삶의 절박한 문제를 안은 성도들이 모여드는 영적 도피처이자 이적의 현장이었다. 최자실 목사가 설립한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과 이천석 목사가 설립한 가평 한얼산기도원 등 전국 주요 기도원에는 명절과 휴가철마다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박용규 총신대 명예교수의 『한국교회 부흥운동사』 등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성도들은 대성전 마룻바닥에 방석 하나를 겨우 깔고 3일·7일·20일·40일씩 물만 마시며 금식 기도를 이어갔다. 특히 깊은 산속 바위나 소나무를 잡고 밤을 지새우는 산기도 문화가 성행했다. 길선주·김익두 목사 등 초기 한국교회 부흥운동에서 형성돼 1970~1980년대 이천석·최자실 목사 등 대표적인 부흥사들을 거치며 정착된 “기도하다 소나무 뿌리 하나쯤은 뽑아야 응답받는다”는 말은 성도들 사이에서 배수진을 친 간절한 기도의 상징으로 통했다. 성도들은 소나무 줄기를 껴안고 “주여!”를 외치는 통성기도를 올렸고, 전자오르간과 북 소리에 맞춰 통일찬송가를 반복해 부르는 등 개인의 죄를 자복하는 회개 운동이 뜨겁게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신유 은사 기적도 잇따랐다. 최자실 목사의 저서 『실패는 없다』·『금식기도의 능력』 과 이천석 목사의 『불세례와 능력』 등에 따르면, 병원에서 포기한 말기 암·결핵 환자들이 금식 기도 중 회복되거나 소아마비·하반신 마비 환자가 안수기도 후 일어서는 역사가 일어났다. 기도원 성전 벽면에는 치유받은 성도들이 두고 간 목발과 지팡이·휠체어가 훈장처럼 걸려 있었고, 현대 의학으로 설명하기 힘든 정신 이상 증세나 발작을 일으키던 이들이 평안을 되찾았다는 간증이 교계 매체를 통해 전국으로 타전되기도 했다.

충남의 한 기도원 관계자 역시 “예전에는 최소 각 교회마다 한 달에 한 번씩 버스를 대절해서 찾아오곤 했다”며 당시의 열기를 회상했다. 남원 호렙산금식기도원 원장 박창묵 목사는 “선대 장로님이 어느 날 밤 꿈에 하나님을 뵙고 ‘여기는 신앙 공동체의 땅이다’라는 말씀에 순종해, 맨땅에 헤딩하듯 40년 세월을 바쳐 기도원을 운영해 오셨다”며 “과거부터 많은 이들의 금식과 부르짖음으로 하나님 임재의 불이 쌓여 있는 공간”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앞당긴 침체… 대출 이자 부담에 매매 시장도 ‘절벽’

그러나 현재 기도원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홍천의 한 기도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어린이 수련회나 기도회 등 방문 수요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며 안타까워했다. 합천의 한 기도원 관계자도 “2000년대 이후 한국교회 전반의 기도의 불이 식었다”고 진단했다.

수년 전부터 누적되어 온 침체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본격적인 매물 급증으로 이어졌다. 대면 집회가 중단되면서 운영비와 대출 이자를 견디지 못한 기도원들이 매각을 선택한 것이다. 세종시의 한 기도원 관계자는 “팬데믹 동안 집회가 끊기고 기도하는 이들이 줄어 결국 매물로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매물로 나온 기도원조차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원도 외곽의 한 기도원 관계자는 “팬데믹 직전과 비교해 매매 문의나 현장 방문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토로했다.

교회 전문 부동산 매매 사이트 ‘씨플레이스’의 김경영 팀장은 “기도원을 매물로 올리시는 분들은 하나같이 기도하러 오는 발길이 끊기고 헌금도 줄어 운영이 안 돼 팔게 됐다고 토로하신다”며 “반면 매수 희망자들은 대출을 받아 인수하더라도 눈덩이처럼 늘어난 이자 부담 때문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설 여건이 아무리 좋아도 매매가가 3억 원을 초과하면 사실상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회개하는 기도의 상실”

기도원 현장 관계자들은 기도원의 외형적 감소보다 더욱 심각한 위기로 ‘한국교회 내 기도의 영성 저하’와 ‘잘못된 기도 행태’를 꼽았다. 단순히 기도의 양이 줄어든 것을 넘어,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마음을 찢는 회개 기도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남원 호렙산금식기도원 박창묵 목사는 “기도원 운영이 어렵지만 그럼에도 하나님이 주신 사명감으로 하고 있다”며 “고난 극복, 물질 축복 등 여러 가지를 놓고 현재도 기도하는 사람들이나 기도회는 많을 수 있으나, 형식적이며 변질된 부분이 없지 않다”고 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정작 하나님의 뜻 안에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기도의 맥이 끊긴 게 문제”라며 “정말 하나님 말씀으로 돌아가고 마음을 찢고 본질적으로 하나님을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회개에 집중하는 한 기도원 관계자는 “예나 지금이나 회개에 집중하는 소수의 성도들이 주로 찾아오는 만큼, 이용객 수의 증감이나 기도원 운영 성패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지금 하나님께서 정치·사회 등 나라 전반에 어려움을 허락하신 이유는 교회와 교인들이 회개의 자리로 나오고 다시 복음과 말씀 가운데로 돌아가길 바라시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에 정말 회개의 불이 떨어졌으면 좋겠다. 회개하는 곳에 성령과 부흥의 불이 오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요한3서 1장 2절)의 말씀처럼 우리의 영혼이 회개로 정화돼야 모든 부분이 살아나고 깨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형식화된 기도를 탈피하고 하나님의 뜻과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는 깊은 회개의 기도가 회복되지 않는 한 한국교회의 참된 영적 부흥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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