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윤석열 대통령의 5박7일 순방 일정이 24일 종료됐다. 영국 런던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며 시작된 일정은 캐나다 오타와에서 쥐스탱 트뤼도 총리 부부의 오찬으로 끝을 맺었다.

이번 순방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그리고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진행된 미국·일본 정상과의 만남이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정상이 만난 건 2년9개월만이다. 대통령실은 일본과의 관계에 물꼬를 텄다는 데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미국 정상과의 만남을 통해서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금융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장치 실행 협력 등을 확인했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의 정상을 만난 형식은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 행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한 윤 대통령의 비속어는 논란을 일으켰다.

◆尹,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선진국' 의무 담았다

한국은 지난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만장일치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그 지위가 변경됐다. 더는 유엔의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그쳐선 안 된다는 뜻이다. 어떤 도움을 어떻게 줄 수 있는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같은 고민 끝에 나온 해답이 20일(뉴욕 현지시간) 윤 대통령의 연설문에 있다. 바로 세계보건기구 주도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인 '액트-에이(ACT-A)' 이니셔티브에 3억 달러(약 4270억원) 기부, 개도국과 디지털 기술 공유 등이다.

특히 누구든지 디지털 데이터에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에 유엔 기술특사는 트위터를 통해 "디지털은 유엔 총회의 중요한 어젠다"라며 "이를 지원하겠다는 한국의 약속에 우리도 매우 고무됐다. (유엔은 한국과) 함께 일할 준비가 됐다"고 응답했다.

다만 연설문에 북한이 없었던 점은 상당히 주목할 부분이다. 역대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연설문에 나온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 등의 표현이 사실상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한일 정상 간 소통 물꼬-미국과는 IRA·통화스와프 논의

윤 대통령은 2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연이어 만났다.

한일 정상회담의 경우 막판까지 개최 여부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예민한 상황을 고려한 듯 대통령실은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된 후에야 '한일 정상회담을 지금 시작한다'고 언론에 공지를 했다.

우리 대통령실과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양 정상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정상 간의 소통을 계속해 나가는 데에 합의했다.

과거사 문제, 특히 '강제 징용 배상 문제'는 두 정상의 핵심 논의 내용 중 하나였다고 대통령실 고위급 관계자는 콕 집어 이야기하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의 정상이 만난 건 지난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고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양자회담을 한 이후 2년 9개월만이다.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한일 관계 정상화'의 순간을 만들어 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은 짧은 환담으로 갈음됐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바이든 대통령의 주최로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했다. 당초 계획된 자리가 아니었으나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막판까지 조율하던 중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급하게 참석하게 된 것이다.

행사를 마치고 기념사진 촬영을 한 뒤 윤 대통령은 박진 외교장관의 안내로 바이든 대통령과 인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48초 동안의 만남이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순방 기간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총 세 번을 만났으며 특히 환담을 통해서는 미국산 전기차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IRA에 대한 진지한 협의를 이어갈 것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또 금융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장치 실행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상목 경제수석은 통화스와프 역시 이 유동성 공급장치에 포함된다고 부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오타와 존 알렉산더 맥도널드 경 빌딩에서 열린 한-캐나다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오타와 존 알렉산더 맥도널드 경 빌딩에서 열린 한-캐나다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마지막 일정이었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양국의 경제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하자고 약속했다.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다고도 선언했다.

◆한미·한일 회동 뒷맛…성과 반감시킨 '비속어 논란'

5박 7일의 순방 기간 이어진 소동들은 순방의 성과를 반감한 게 사실이다.

첫 일정이었던 고(故)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에서는 직접 참배하지 못한 데에 비판이 나왔다.

한일 정상회담의 경우 윤 대통령이 뉴욕 유엔 일본 대표부 사무실이 있는 건물로 기시다 총리를 찾아가면서 만남이 성사된 데에 굴욕적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또한 그 형식을 놓고 우리 정부는 '약식회담', 일본 정부는 '간담'이라고 표현하며 뒷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이 뉴욕에서 주최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며 박진 외교부 장관 등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은 정국을 흔들고 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고 해명하며 윤 대통령의 발언이 바이든 대통령을 지칭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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