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중단됐던 퀴어문화축제가 3년 만에 다시 서울광장에서 열리게 된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맞불집회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예고돼 성 소수자 축제를 둘러싼 찬반 갈등이 또다시 첨예화할 전망이다.

앞서 퀴어축제 측은 서울시에 7월 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광장에서 퀴어퍼레이드 등의 행사를 위한 사용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를 15일 열린 서울시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가 일부 내용을 수정해 가결함으로써 내달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 축제를 열도록 사실상 허가했다.

시민위가 퀴어축제 측 신청서 내용 중 수정 가결했다는 부분은 광장 사용기간을 7월 12~17일에서 16일 하루로 국한한 것을 말한다. 이건 얼핏 보면 서울시가 퀴어축제측에 많은 제약을 준 것처럼 보이지만 퀴어축제 중 본 행사는 하루 이틀에 집중돼 있어 ‘눈 가리고 아웅’이란 지적이 나온다. 어차피 이들이 시민들에게 보여주려는 게 ‘퀴어퍼레이드’인데 이건 하루면 끝나기 때문이다.

시민위는 광장 사용 승인을 하루로 수정토록 했지만, 무대 설치 등 행사 준비를 위해 그 전날인 7월 15일 오후부터 광장을 사용토록 허용했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1박2일간 하고 싶을 걸 다 할 수 있다는 말이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시민위가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를 열도록 허가한 것에 대해 반대 단체들은 실망감과 함께 즉각 반발했다. 특히 서울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준비위원회는 시민위의 결정이 있기 직전까지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가 퀴어축제 측의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불허할 것을 촉구하던 중에 서울시의 허가 소식을 듣고는 허탈감 속에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시민위는 광장 사용을 허가하면서 신체 과다노출과 청소년보호법상 금지된 유해 음란물 판매·전시를 해선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이 축제가 매년 수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의 광장에서 노골적으로 과도하게 신체를 드러내고 음란물 등을 판매해온 전례로 보아 이 조건이 과연 제대로 지켜질지 회의적이다. 현실적으로 이런 조건을 안 지켰다고 도중에 집회를 불허하거나 취소할 수 없는 만큼 하나 마나 한 ‘옵션’이란 것이다.

서울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처음 열린 건 지난 2000년 9월이다. 이때는 서울 대학로와 연세대에서 성소수자들과 친동성애단체 중심으로 열려 세간에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다가 고 박원순 시장 재임시인 2015년부터 서울광장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크게 이슈화 되기 시작했다.

서울광장에서 처음 열린 2015년부터 당장 과도한 신체 노출 등의 음란성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서울시는 이듬해인 2016년도부터 매년 시민위의 심사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시민위의 결정이란 게 형식적인 절차를 거치는 요식행위에 불과해 문제가 있어도 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시민위가 2015년부터 코로나 거리두기로 인한 집합금지 기간 2년을 빼고 올해까지 단 한 번도 퀴어축제측의 신청서를 반려한 사례가 없다는 게 단적인 예다.

퀴어축제가 서울광장에서 다시 열리게 된 것에 대해 친동성애단체들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부정적인 여론과 반대의 목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는 매년 퀴어축제 때마다 시민들에게 낯 뜨거운 장면을 연출하고 남녀의 성기 모양을 노골적으로 본뜬 상품과 자위기구들까지 버젓이 판매해 특히 가족 단위 나들이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것과도 연관이 있다.

문제는 아무리 성소수자의 인권이 중요하다고 해도 이런 축제를 꼭 서울 한복판에서 열어야만 하느냐는 거다. 이 문제는 한동안 정치권에서 뜨거운 이슈로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는 방송 토론 중 “일반 시민들에게는 퀴어축제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안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현 서울시장인 오세훈 후보에게 패하면서 이 문제가 더는 공론화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당시 안 후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퀴어축제가 도시 중심이 아닌 남부지역에서 열리는 것을 예로 들어 “퀴어축제를 광화문에서 하게 되면 원하지 않는 분들도 계신다”라고 문제를 제기했을 뿐인데 국가인권위는 이 발언을 ‘혐오’ 표현으로 규정해 도리어 역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울시의 이번 퀴어축제 허가를 놓고 일각에선 오세훈 시장에 대한 책임론까지 거론되는 양상이다. 반대 단체들은 현 7기 시민위가 오 시장 취임 1년 후인 올해 3월 출범했음에도 이러한 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오 시장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성소수자를 위한 축제를 열어온 단체에 대해 서울시가 얼마 전 퀴어축제 행사 시 (참가자의) 과도한 노출, 퍼레이드 행사 중 운영부스에서 성기를 묘사한 제품을 판매하는 등 실정법 위반소지의 행위를 한 것 등을 이유로 비영리법인 설립 불허 처분을 내리고 정작 그런 단체의 축제를 허가한 것도 이율 배반이란 지적이다.

서울시가 사실상 퀴어축제의 서울광장 개최를 허용함에 따라 이제 공은 서울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준비위로 넘겨졌다. 준비위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맞불 집회’를 계획하고 있어 자칫 충돌로 인한 불상사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준비위는 퇴폐성 시비가 일고 있는 퀴어축제와는 상대적으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겠다는 구상 아래 1부 기도회, 2부 국민대회, 3부 문화축제로 차별화된 행사로 꾸밀 계획이어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

다만 기독교계가 반동성애 단체에 모든 걸 맡겨놓고 침묵하고 있는 건 바람직하다 할 수 없다. 사회에 기독교계가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 같은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예는 예, 아니오는 아니오” 라고 분명히 외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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