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가구가 615만 가구를 넘어섰다. 1인 가구도 820만 가구를 웃돌았다. 일하는 가구가 늘어났다는 통계만 보면 가계의 경제력이 커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생활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부부가 함께 벌어도 주거비와 교육비, 돌봄비, 식비 부담은 쉽게 줄지 않고, 혼자 사는 가구는 소득이 있어도 고정비를 혼자 감당해야 한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취업 현황’에 따르면 유배우 가구 1,265만 가구 가운데 맞벌이 가구는 615만 3천 가구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6만 7천 가구 늘어난 수치다. 1인 가구는 821만 5천 가구로 1년 전보다 21만 2천 가구 증가했다. 숫자만 보면 한국 사회의 가구 구조가 빠르게 ‘맞벌이’와 ‘혼자 사는 가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
맞벌이는 늘었지만 ‘여유’가 늘었다고 보긴 어렵다
맞벌이 가구 증가는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 고령층 근로 지속, 생활비 부담 증가가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맞벌이가 가계 소득을 더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면, 최근에는 생활비를 맞추기 위한 필요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많다. 부부 중 한 명의 소득만으로 주거비와 자녀 교육비, 노후 준비를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가구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통계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유배우 가구 중 맞벌이 가구가 전년보다 줄었다는 점이다. 자녀가 어린 가구일수록 돌봄 공백, 등하원 시간, 방학 기간, 병원 동행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노동시장 참여를 제한한다. 맞벌이가 늘어나는 전체 흐름 속에서도 자녀 돌봄 부담이 큰 가구는 오히려 일과 가정 사이에서 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맞벌이 가구 증가는 단순히 ‘부부가 함께 돈을 번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가계가 추가 소득을 필요로 할 만큼 비용 구조가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식료품, 외식, 보험료, 교통비, 주거비 등 고정·반고정 지출이 늘어나면 소득 증가분은 저축보다 생활비로 흡수되기 쉽다. 맞벌이 가구가 늘었는데도 체감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인 가구 증가는 소비 구조도 바꾸고 있다
1인 가구 821만 시대는 한국 소비시장의 방향도 바꾸고 있다. 혼자 사는 가구는 식비, 주거비, 통신비, 관리비 등을 모두 개인이 부담한다. 가족 단위로 나눠 부담하던 비용이 개인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같은 월급을 받더라도 체감 여유가 작을 수 있다. 월세, 관리비, 배달비, 간편식, 소형가전, 1인용 가구, 구독 서비스 시장이 커지는 이유도 이 구조와 연결된다.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1인 임금근로자 가구의 임금수준별 비중은 200만~300만원 미만이 29.5%로 가장 높고, 300만~400만원 미만이 26.4%로 뒤를 이었다. 혼자 살면서 월 200만~300만원대 소득을 올리는 가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이 구간은 소득이 전혀 없는 상태는 아니지만, 주거비와 생활비 상승을 감당하면 저축 여력이 크게 줄어들 수 있는 층이다.
1인 가구 증가는 단순한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아니다. 결혼 지연, 고령화, 이혼·사별, 청년 독립, 지역 이동이 함께 만든 사회 구조의 변화다. 기업들은 이를 겨냥해 소용량 식품과 1인 가전, 간편식, 배달 서비스를 늘리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함이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혼자 살수록 단위당 비용이 커지는 품목도 많기 때문이다.
부부가 함께 벌어도 빠듯한 이유는 비용 구조에 있다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 가계 소득은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맞벌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생긴다. 출퇴근 교통비, 외식·배달 증가, 자녀 돌봄 서비스, 학원비, 가사노동 대체 비용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자녀가 있는 가정은 부모가 모두 일할수록 시간 부족을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주거비도 핵심 변수다. 월세와 관리비,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 소득 증가분은 빠르게 사라진다. 최근 주거 시장에서는 전세 기피와 월세 확대, 대출금리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가구의 현금 흐름이 더 중요해졌다. 맞벌이 가구라도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가 크면 체감 생활 수준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고용의 질도 봐야 한다. 맞벌이와 1인 취업가구가 늘었다고 해도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난 것인지, 단시간·임시·고령층 일자리가 늘어난 것인지는 다른 문제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일자리는 가계 계획을 어렵게 만들고, 의료비나 주거비 같은 큰 지출이 발생했을 때 취약성을 키운다.
생활경제 기사는 ‘얼마나 버느냐’보다 ‘무엇이 남느냐’를 봐야 한다
이번 통계는 한국 가계의 고민이 소득의 절대 규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월급이 올라도 물가, 주거비, 돌봄비가 함께 오르면 실제 남는 돈은 제한적이다. 1인 가구는 소득이 있어도 모든 비용을 혼자 부담하고, 맞벌이 가구는 소득이 늘어도 시간과 돌봄의 비용을 새로 지불한다.
가계 입장에서는 월소득보다 월 고정비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주거비, 보험료, 통신비, 구독료, 차량 유지비, 식비처럼 매달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항목을 정리하면 실제 소비 여력을 더 정확히 볼 수 있다. 맞벌이 가구는 두 사람의 소득 합계만 볼 것이 아니라 맞벌이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드는 비용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일자리 숫자와 함께 돌봄 인프라, 주거비 안정, 1인 가구의 생활 안전망을 함께 봐야 한다. 맞벌이는 더 이상 일부 가구의 선택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생계 방식이 됐다. 1인 가구 역시 예외적 형태가 아니라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가구 유형이다. 숫자가 커진 만큼 정책과 시장도 ‘4인 가족 표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결국 맞벌이 615만 가구와 1인 가구 821만 가구라는 숫자는 한국 경제의 회복 여부를 판단하는 또 다른 기준을 제시한다. 일하는 사람이 늘어도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문제는 소득만이 아니라 비용 구조에 있다. 앞으로의 생활경제는 ‘얼마나 버는가’보다 ‘벌고 난 뒤 무엇이 남는가’를 중심으로 읽어야 한다.
자료 확인: 국가데이터처 ‘2025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취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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