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에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윤 당선인은 서울 등 도심에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의 규제 완화 및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 정밀안전진단 면제 추진 공약을 제시했다. 사진은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심의를 7년 만에 통과한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아파트 5단지 모습. ⓒ뉴시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에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윤 당선인은 서울 등 도심에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의 규제 완화 및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 정밀안전진단 면제 추진 공약을 제시했다. 사진은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심의를 7년 만에 통과한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아파트 5단지 모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재건축 용적률 500% 상향 등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한 것으로 두고 수도권 단지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재건축 규제가 사라지면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목동, 상계동, 분당 등의 지역은 매물이 줄고 호가가 오르는 등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다만 용적률을 대폭 높일 경우 주변 지역 과밀 현상을 불러올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와의 공조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 구체적인 세부방안과 추진계획이 나와서 정책 파급효과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부동산 공약을 통해 역세권 민간 재건축 용적률을 현행 300%에서 500%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용적률은 대지면적 대비 연면적의 비율로 땅에 건물이 얼마나 높게 올라가 있는지를 수치화한 것이다. 윤 당선인 공약대로 용적률 500%가 현실화되면 지금 아파트 높이의 2~3배 더 높게 지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가 최근 아파트 35층 층수 제한을 폐지하기로 한 것과 맞물리면서 민간 재건축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어 시장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윤 당선인은 이와 함께 재건축 추진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돼 온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를 완화하고,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겠다고 공약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용적률 500% 상향 공약은 재건축 사업지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파급력이 큰 내용"이라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역시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보완이나 전면 재검토 될 수 있기 때문에 몇 개 단지만 움직이더라도 재건축 시장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재건축 단지에 용적률을 500%까지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용적률이 500%까지 확대되면 사업성은 커질 수 있지만, 교통 인프라 부족과 일조권,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용적률 285%(건폐율 19%)를 적용한 9510가구 대단지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와 용적률 499%(건폐율 23%)를 적용한 경기 수원시 '화서역 파크푸르지오'는 이른바 '닭장 아파트' 논란을 빚기도 했다.

권 팀장은 "높이 올리는 건 좋은데 자칫하면 닭장 아파트가 될 수 있다"며 "주거 환경 등을 고려해서 용적률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들이 결정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목동, 상계동이 용적률 상향 공약의 우선 대상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용적률 500%를 허용하려면 도로와 교통을 따져봐야 하는데 그러면 1980년대 중반 개발된 신시가지 중심으로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고덕·개포지구는 개발이 끝난 상황이고 목동·상계동 정도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인 분당, 일산, 평촌 등도 용적률 상향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 당선인은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경기 분당·일산·평촌 등 1기 신도시를 토지용도 변경과 종상향을 통한 재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약한 상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도심 역세권과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용적률을 올리겠다고 공약을 한 만큼 강남과 여의도, 목동, 상계동, 창동을 비롯해 1기 신도시 중 분당, 일산 등이 우선 대상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지역에선 벌써부터 매물이 줄어들고 호가가 올라가는 등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11단지' 매물은 대선일인 지난 9일 27건에서 이날 24건으로 줄었고,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16단지' 매물도 같은 기간 75건에서 68건으로 줄었다. 최근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한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4단지'도 51건에서 46건으로 줄었다.

또한 기존 재건축 추진 단지뿐 아니라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던 단지에서도 재건축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만 용적률 규제완화의 시장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용적률을 300%에서 500%로 높이되 증가분의 50%를 공공 기부채납으로 환수해 청년·신혼부부·무주택 서민을 위해 공급하기로 한 부분이 사업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용적률 관련 정책을 구체화할 때 용적률 상향에 대한 공공환수 구조와 추진 속도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민간 정비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안전진단이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은 걷어내고 용적률로 늘어나는 부분의 일부는 임대주택으로 공공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며 "윤 당선인 용적률 공약도 50%를 임대 아파트로 돌리겠다는 내용이라 재건축 공약 중 파급력이 큰 내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역세권의 경우 녹지가 부족한 반면 주변에 상업시설이 많아 정주 여건이 떨어지고 소음 등에도 취약한 만큼 용적률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수요자들의 주거 만족도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용적률 인센티브에 따라 환수되는 비율이나 환수 구조, 용적률이 주어질 때 얼마나 속도감 있게 진행이 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역세권 주변 재건축 단지에 대해 용적률을 푼다는 게 의미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상업 시설들이 밀집돼 있는 역세권에 용적률을 높여 짓는다고 해도 이런 집들에 대한 수요가 충분할지는 의문이 남는다"며 "단순히 용적률만 높여주는 것만으로는 사업성 효과가 덜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 팀장 역시 "도시계획 자체를 바꿔야 하는 문제라 지자체와의 협의가 중요하다"며 "전국에 30년 넘는 아파트들이 많아 도시계획을 손 보는 게 필요하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지자체와 코드가 맞지 않지 않으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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