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뉴시스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아들의 입사지원서 논란 하루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김 수석의 조기 사퇴를 통해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말 지지율이 전례없이 40%대에 육박하면서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 취임 후 국정 운영 주요 국면에서 발목을 잡았던 '민정 리스크'가 불거진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동산 정책 차별화에 나서면서 레임덕에 급속히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김 수석의 아들 김모(31)씨는 최근 기업체 다섯 곳에 입사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라는 내용의 자기소개서를 제출해 부적절 논란이 일었다. 아버지의 지위를 자신의 채용 과정에 부적절하게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씨는 성장과정, 학창시절 등의 항목에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것", "아버지께 잘 말해 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다"는 등의 문구를 반복해서 적었다. 김씨는 언론을 통해 "너무 취직을 하고 싶어서 그랬다"는 취지로 해명했고, 김 수석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변명의 여지가 없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전날 밤 언론을 통해 해당 보도가 나간 직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사안의 엄중함을 감안해 김 수석 본인 명의로 직접 공개 사과의 뜻을 밝힌 입장문을 내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늦은 시각 즉각 대응하는 것보다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논란이 확산되자 김 수석은 이날 오전 일찍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참모진과의 티타임 직후 김 수석의 사의 수용 공개 결정을 내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수석의 사의 표명과 문 대통령의 수용의 구체적인 시점에 관해 "오늘 출근 즉시 사의를 표했고, 대통령은 즉각 사의를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사표 수리 여부와 관계 없이 이날 오후 별도의 사과 입장문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즉각 사의를 수용한 것은 사안의 엄중함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정기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민정수석 아들이 이른바 '아빠찬스'를 시도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수석이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공정성 논란을 환기시킨 상황에서 자칫 의사결정을 미룰 경우 야권 공세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부담도 신속한 정리 배경으로 해석된다. 2년 전 조국 전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불거졌던 공정성 이슈에 둔감히 반응했다가 상처를 입었던 경험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이라는 당위성에 매몰돼 조 전 장관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급격한 지지율 하락을 겪어야 했었다. 이후 공정성은 현 정부의 이른바 '역린(逆鱗)'으로 작용해왔다.

또 여야 대선 후보 간 '가족 리스크'가 쟁점이 되는 가운데 김 수석 아들 문제로 '발화점'이 청와대를 향해 옮겨 붙을 경우, 대선 국면에서 정치 중립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정치권 한복판으로 끌려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야권의 공세는 물론, 정권교체 여론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도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고민도 깔려있다.

이 경우 현재 오미크론 변이발 코로나19 5차 확산에 따른 방역과 경제 회복을 임기 말 국정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히 레임덕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치권과 거리를 둔 채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사의 수용 배경에 관해 "국민들께서 느끼실 정서 앞에 청와대는 즉시 부응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이 현 정부에서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수석은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의 또하나의 불명예 퇴진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전임자였던 신현수 전 수석은 검찰 고위급 인사를 둘러싼 '민정수석 패싱' 논란 속에 임명 2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검찰 출신 첫 민정수석을 통해 구현하려던 검찰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발탁 배경과 달리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마찰을 계기로 사의 파동 끝에 떠난 바 있다.

3대 민정수석이었던 김종호 전 수석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이의 갈등에 대한 책임으로 4개월 만에 교체됐다. 감사원 출신의 김 전 수석의 발탁을 통해 비(非) 검찰 출신 민정수석 기조를 이어가려던 구상은 결과적으로 추 전 장관과 윤 전 총장의 극한 갈등으로 한계점을 노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초대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의 낙마로 바통을 이어받은 김조원 전 수석은 2년 전 청와대 다주택 참모 정리 과정에서 당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갈등 끝에 스스로 청와대를 떠났다. 민정수석 자리 대신 강남 아파트 2채를 택해 '직(職)' 대신 '집(家)'을 택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외에도 민정수석실은 국정 운영 과정 주요 국면에서 자주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 내에서 ▲국민 여론 및 민심 동향 파악 ▲공직·사회기강 확립 업무 ▲법률문제 보좌 ▲대통령 친인척 관리 및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이라는 중책을 맡은 부서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2017년 10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당시 금융위 국장) 감찰 무마 지시 혐의로 조 전 장관과 함께 기소됐다. 김기표 전 반부패비서관은 부동산 투기 의혹,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주도 의혹에 따른 검찰 기소로 각각 자신 사퇴한 바 있다.

한편 김 수석은 참여정부 법무비서관 시절 당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인연으로 지난 3월 다섯 번째 민정수석으로 발탁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 감사원 감사위원을 지냈었다. 예기치 못한 아들의 입사지원서 논란으로 9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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