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북한 원전 건설과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재판 중인 사안임에도 공익적 가치를 감안해 해당 자료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공개한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보고서. ⓒ뉴시스
산업통상자원부는 북한 원전 건설과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재판 중인 사안임에도 공익적 가치를 감안해 해당 자료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공개한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보고서. ⓒ뉴시스

산업통상자원부가 북한 원전 건설과 관련된 의혹을 해소하고자 보고서 원문 공개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내용을 고려할 때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보고서의 실체가 드러난 만큼 이제는 문건 작성 경위와 누가 지시를 내렸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산업부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보고서는 산업부 내부 전산망에 남아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삭제 파일 목록이 공개된 이후 내부 자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같은 명칭의 파일을 발견했다"며 "파일 공유는 통상 있는 일이고 이 과정에서 다른 컴퓨터에서 해당 보고서가 남아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본문 4쪽, 참고자료 2쪽 등 6쪽 분량으로 구성돼 있다. 작성 시기는 2018년 4월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다.

당시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부서별로 실무 정책 아이디어를 내놨고, 이 문서도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했다는 것이다.

아이디어 차원의 보고서이지만 여기에는 북한 원전 건설을 추진하기 위한 3가지 방안이 비교적 상세하게 나와 있다.

1안은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한국형 원전 APR1400 2기를 건설하는 것이다. 산업부는 이를 가장 설득력이 있는 방안으로 꼽았다. 이 지역은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 추진 당시 북한이 원했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비무장지대(DMZ)에 수출형 신규 노형인 APR+를 도입하는 방안과 백지화된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해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도 각각 2안과 3안으로 검토됐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먼저 고려돼야 할 조직 체계에 대한 설명도 꽤 구체적이다.

산업부는 의사 결정 기구는 미국과 일본 등 외국과 공동으로 구성하고, 사업 추진 조직으로 우리 정부의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추가적인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이 그대로 종결됐다"며 "따라서 이 사안은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바 없으며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일부는 북한 원전 건설과 같은 중대한 사안을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검토했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또한 문서 작성 시기가 지난 2018년 당시 제1차 남북정상회담과 2차 남북정상회담 사이라는 점도 의혹을 키우는 요소다.

이는 윗선에서 관련 지시가 내려왔을 것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둘러싼 여권과 야권의 논쟁도 치열하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공개하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금이라도 청와대가 USB 내용을 공개하면 될 일"이라며 "청와대와 정부가 무조건 아니다, 실무 공무원이 그냥 아이디어 차원에서 끄적거려본 가치 없는 문건이다, 이렇게 폄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나 장관 지시 없이 공무원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을 만들었다면 정말 신이 내리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여권은 USB에는 원전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있지 않다고 말한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USB 내용에 대해 "한반도 신경제 구상이 담겨 있고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 경우 우리가 어떤 식의 경제적인 발전 구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부분들이 들어가 있었던 것"이라며 "그중에 에너지 협력 분야가 있었을 것이나 그 안에도 원전은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부가 하루 만에 말을 바꿔 보고서를 공개한 것도 이런 논쟁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당초 산업부는 북한 원전 관련 문건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신희동 산업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문건 공개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불과 1일 오전까지만 해도 "북한 원전과 관련된 추가 입장 발표 계획은 없다"고도 했다. 이후 자료는 같은 날 오후 7시께 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공개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 자료로 인해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이에 해당 자료 원문을 공개하는바 논란이 종식될 수 있도록 협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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