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기현 센다이시에서 가장 쓰나미의 피해가 심각했던 미야기노구에 소재한 씨사이드바이블채플(Seaside Bible chapel)과 나카노소학교(中野小学校) 부근. 쓰나미 당시 바로 앞에 위치한 바다에서 나무를 덮을 정도의 파도가 일고 우측에 자리잡은 강에서 물이 범람해 학교 2층까지 침수가 됐었다. 당시 학교(십자가탑 뒤로 멀리 보이는 흰 건물)에는 인근 주민과 아이들 600여명이 3층까지 올라가 피난했고, 밀려오는 검푸른 쓰나미를 바라보며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을 이겨내야만 했다. ⓒ강성현 기자

아이들이 재잘거리던 소리, 교회에서 흘러나오던 찬양소리, 정겹게 삶을 가꾸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無)’로 돌아간 참사 현장에 서니, 그런 생각조차 사치 같았다. 사망자 1만5656명, 행방불명자 4866명(8월 2일 기준)……. 쓰나미가 할퀸 상처는 단시간에 아물기에는 너무 깊었다.

지진과 쓰나미 발생 후 다섯 달이 되어 가지만, 밀려오는 검푸른 파도로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렸던 이재민들은 아직도 많은 것이 부족한 피난소에 몸을 가눈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희망이 필요했고 소망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평안이 필요했다. 그런 이곳에 하나님의 평안을 선물한 이들이 있다. 바로 동경복음교회(담임 조호중 목사)와 미국교회, 그리고 동경아메리칸국제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선교팀이었다.

선교팀을 실은 버스는 2일 오전 6시 45분, 예정대로 센다이로 향했다. 6시간을 넘게 고속도로를 달리자 오후 1시경 첫 공연지인 미야기현 오나가와(女川)에 위치한 체육관에 들어섰다. 현관은 컴퓨터에 앉아 지루한 시간을 달래는 아이들 차지였다. 실내로 들어서자 곳곳에는 사이타마, 아이치현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위로의 메시지들이 ‘감바레 토우호쿠(がんばれ東北)’을 말없이 외치며 이재민을 위로하고 있었다.

▲선교팀이 피해 주민들을 위한 순회 공연을 갖고 있다. ⓒ강성현 기자
▲공연을 시작하면서 ‘후루사토(故郷)’를 다함께 부르기 시작하자 한 일본인이 눈시울을 붉히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아직도 250여명의 이재민이 이 피난소에 거주하고 있으며, 한인교회로는 처음으로 동경복음교회가 이곳을 방문하고 공연했다고 했다. ⓒ강성현 기자

드디어 오후 2시, 첫 공연이 시작됐다. 조호중 목사의 진행 아래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노래 ‘후루사토(고향·故郷)’가 첫머리를 장식했다. 한 일본인은 함께 따라 부르다 그만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내려 말없이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아름답던 고향이 폐허로 변해버린 것을 생각하니 안타까움이 밀려온 듯했다.

연이어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이 어우러져 가스펠 ‘감사해요 깨닫지 못했었는데’, 찬송가 ‘죄 짐 맡은 구주’ 등이 연주됐다. 미국교회 팀은 경쾌한 노래로 흥을 돋웠고, 이재민들은 잠시나마 박수를 치며 슬픔을 씻어내기도 했다.

공연은 찬송가 ‘내 영혼 평안해’가 흘러나오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잔잔한 음악 속에 메시지를 전한 조호중 목사는 100년 전 만들어진 이 곡의 배경을 소개했다. 그는 “한 가정이 있었다. 온 가족이 유럽 여행을 떠나기로 했지만 사정이 생겨 아내와 세 딸만 떠나게 됐다. 그런데 대서양에서 파선해 아내만 살고 세 명의 딸을 잃는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겪는다. 하지만 이 같은 슬픔 속에서 아버지는 하나님을 만나고 마음의 평안을 경험한다. 그 때 작사한 곡이 바로 ’내 영혼 평안해’다”라고.

조호중 목사는 이재민들에게 “그 아버지는 세 딸을 잃고도 행복할 수 있었던 비밀을 알고 싶지 않나. 그 비밀은 바로 하나님”이라며 “하나님을 만나고 믿으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있어도 평안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쓰나미로 가족과 집을 잃은 여러분이, 지금은 힘들지만 조금 뒤에 있을 희망을 보기 원한다”며 “하나님은 일본을 사랑하고 일본 사람들을 사랑하신다. 힘내시라”고 격려했다.

두번째 공연은 첫 공연지에서 10여분 떨어진 오나가와제일소학교(女川第一小学校)에서 있었다. 이곳에는 이재민들이 주거할 수 있는 간이 숙소들을 설치돼 있었고, 이웃들이 한 가족을 이뤄 서로의 버팀목이 돼주고 있었다.

▲십자가 아래서 동경복음교회 선교팀과 나이토 목사가 함께 손을 잡고 동북지방의 교회 재건과 부흥을 위해 함께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강성현 기자

둘째날은 센다이지역 피해지를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지금은 건물터만 남은 피해지는 지진 직후와는 달리 많이 정돈된 모습이었다. 곳곳에 종이처럼 구겨진 자동차와 휘어진 철골 구조물이 모여 산을 이루고 있었고, 거대한 공터가 되어버린 피해지는 쓰나미의 위력이 얼마나 컸나를 말해주고 있었다.

이곳에서 씨사이드바이블채플(SBC·Seaside Bible Chapel) 나이토(内籐) 목사를 만났다. 교회도 쓰나미 앞에선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희망의 빛도 있었다. 모든 것이 무너진 이곳에 우뚝 솟은 십자가 때문이었다. 죽어야 산다는 ‘십자가와 부활의 메시지’처럼, 십자가는 이곳이 다시 부흥할 것이라는 희망의 빛을 비추고 있었다.

▲씨사이드바이블채플 나이토 목사는 이날 두 개의 기도제목을 부탁했다. 하나는 교회를 재건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동북지방이 빨리 회복되는 것이었다. 선교팀은 남겨진 교회 터 위에 둥글게 원을 그리고 이 기도제목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강성현 기자

마지막 공연지는 SBC가 매주 예배를 드리고 무료 카페를 열고 있는 카페 샨테(しゃんて)였다. 나이토 목사는 약 한 달 전부터 지역 주민들을 위해 카페 샨테를 운영하고 있다. 2층에는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숙박 시설도 준비되어 있다.

동경복음교회 선교팀은 이날 오전 11시와 오후 1시 30분 두 번에 걸쳐 공연을 실시했다. 조호중 목사는 마지막 공연에서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일본을 위해서 기도하고 일본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며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 여러분들이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이 주신 평화를 경험하기 원한다”고 위로했다.

그리고 마침 기도에서 “하나님 감사합니다. 일본이 쓰나미로 많이 어려웠고 지금도 어려운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부른 노래처럼 어렵지만 행복하길 원합니다.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희망을 갖고 소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나님 안에 행복을 경험하도록 도와주시옵소서”라고 기도했다.


▲동경복음교회 선교팀은 마지막 공연까지 무사히 마치고 씨사이드바이블채플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강성현 기자

동경복음교회 선교팀이 준비하고 발표한 모든 공연은 하나같이 프로를 방불케하는 수준이었다. 미국에서 피아노를 전공 중인 대학생을 비롯해 바이올린과 클라리넷 등 고등학생이 대부분이었지만 연주마다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이재민을 향한 그들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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