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박사
이미숙 박사 ©유튜브 영상 캡쳐

장신대 성서학연구원(원장 소기천 교수)이 23일 오후 ‘성경의 지리와 삶의 표지’라는 주제로 제105회 성서학연구원 심포지엄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이미숙 박사(장신대 구약학)가 ‘마소라의 지리적 용어와 관련 지명에 대한 칠십인역의 번역 경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이 박사는 “구약성서의 역사, 지리적 배경인 고대 중동은 지중해성 기후와 건조 기후의 영향으로 형성된 땅들이다. 이러한 지리적 환경이 반영된 전문용어(technical terms)가 다른 나라의 언어로 옮겨질 때,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지리적 환경이 다른 경우 그러한 특성을 제대로 살려 번역하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그러한 어려움은 슈바르첸바흐(A. Schwarzenbach)의 조사에 따르면 마소라의 지리적인 용어들 129개에 대해 칠십인역은 세 배에 달하는 450개의 그리스 상응어들로 번역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며 “히브리어의 지리적 용어나 지명들을 다른 언어로 옮기는 문제에 처음으로 직면한 사람들이 칠십인역 번역자들이었다. 이들은 이스라엘 땅의 지리적, 지형적 특색을 반영한 용어들이나 지명들을 어떻게 이해했을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칠십인역은 후대의 유대교와 기독교에 사상적 영향뿐만 아니라 후대 번역본들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 만큼 처음으로 지리적인 용어와 관련 지명을 다른 언어로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그는 “히브리어의 지리적 용어와 칠십인역의 관계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로는 독일의 슈바르첸바흐가 유일하다”며 “그는 ‘Die Geographische Terminologie im Hebraischen des Alten Testamentes’에서 구약에 나타난 히브리어의 지리적 용어들을 집대성하고 이 용어들을 체계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129개의 히브리어 용어들을 지형과 물, 경작지, 지질적 용어들로 분류한 후 이 용어들이 칠십인역과 아람어역 타르굼과 시리아어 본문들에서 어떻게 번역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는 히브리어 용어에 대한 이해를 위해 어원론적 접근을 해서 고대 셈어뿐만 아니라 비 셈어의 관계를 살펴 히브리어의 어원을 밝힘으로써 지리적 이해를 도모하려 했다”며 “그러나 슈바르첸바흐는 용어들의 집대성과 번역본들의 변천을 살펴보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칠십인역의 번역 경향을 분석하지는 못했다. 또한 그가 마소라의 지리적인 용어들을 망라했지만 ‘셰펠라’, ‘네게브’ 같은 주요 용어들과 지명 속에 포함된 지형 용어들이 다소 누락된 문제점이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임스 바(J. Barr)는 칠십인역 번역가들이 히브리어 본문에 어떤 식으로 모음을 붙였는지를 연구했다. 그리고 칠십인역 번역자들이 모음이 없는 히브리어 본문으로부터 그리스어 상응어를 찾아내거나 모음이 기록된 대본을 가지고 그에 맞는 그리스어 상응어를 택했을 것이라는 두 가지 방식을 가정했다”며 “제임스 바는, 칠십인역 번역자들의 경우 전자였을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지명을 비롯한 고유명사의 경우는 예외적인 범주에 넣는다. 고유명사들은 당시 히브리어 발음을 참고해서 모음을 표시하거나 추측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에 따르면 그리스어의 많은 변이들은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고 했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 칠십인역 번역이 때로 신학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견해에 대해 올로프슨(S. Olofsson)은 예레미야 2장 18절에 나타난 마소라의 지리적인 용어 ‘쉬호르’를 들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역설했다”며 “그는 칠십인역 번역자(들)가 쉬호르의 상응어로 ‘게온’을 택한 것은 낙원을 상징하는 에덴의 강들 중 하나인 기혼(창2:13) 때문이라는 견해에 의문을 가진다. 구약에서 쉬호르가 나오는 다른 용례들에서 칠십인역은 각기 다른 이해를 보인다. 따라서 올로프슨은 예레미야의 쉬호르는 번역자의 지리적 이해를 나타내는 것 외에 다른 동기를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 박사는 “그동안 칠십인역 번역의 기술과 경향은, 칠십인역이 직역인지 의역인지에 대한 문제를 두고 문법, 문장론, 어휘와 어원학, 번역의 동기 등에 관한 연구들이 심도 있게 진행되어 왔지만, 칠십인역이 여러 번역자들이 오랜 기간을 두고 형성된 것과 본문의 복잡한 전승사적인 문제로 인해 학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논란 가운데 있는 연구 주제”라며 “칠십인역 번역자들이 지리적인 용어들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칠십인역 연구에서 이러한 논쟁을 해결하는 또 다른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마소라의 지리적인 용어들의 선정과 범위는 슈바르첸바흐 목록에 따른 것으로 129개 중 지형과 물, 경작지에 관한 용어들 81개를 대상으로 할 것”이라며 “이 용어들은 전체에서 약 63%에 해당하며 이스라엘 땅의 주요 지형들과 지리환경을 묘사하는 것들로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소라의 지리적인 용어들 중 지형과 물, 경작지와 관련한 단어들은 지형의 형세, 생성 원인, 장소에 따라 다르게 부른 흔적을 지니고 있다. 비록 그 의미들과 구별이 모호한 경우도 많지만 고대 용어들의 풍부한 어휘와 전문성은 현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며 “칠십인역 번역자들이 81개의 지리적 용어들에 대해 250개의 상응어들로 표현한 것들 중 마소라와 일치하는 용례는 80%에 이른다. 칠십인역의 번역은 하르와 나하르, 아인처럼 정형적인 상응어도 있고 지리적인 지식의 한계도 드러냈지만 더 많은 그리스어 상응어들로 다양하게 표현함으로써 본문의 해석을 풍부하게 하고 역동성을 불어넣어 다시 한 번 살아있는 언어들로 부활시켰다”고 했다.

이어 “칠십인역 번역자들의 지리적 용어를 이해하기 위한 고심과 노력의 흔적은 마소라의 용어들과 불일치하는 데에서 더 잘 드러났다”며 “칠십인역의 다르게 읽기와 음역은 마소라 본문의 훼손이나 해석에 문제가 있을 때 일어났다. 이 가운데 다수의 용례들은 번역자들이 문맥에 맞추어 자유롭게 해석한 결과임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이 대본의 차이를 반영한 결과인지는 구분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그리스어의 문헌과 사전적인 연구가 수반되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며 “칠십인역과 현대 번역본들의 비교를 통해 나할, 아셰드(아셰돗), 미쇼르같은 전문 용어들에 대한 번역문제들 이 여전히 제기된다. 칠십인역 연구는 한글 번역 성경들의 지리적인 용어들에 대한 번역들도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더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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