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왼쪽부터)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 뉴시스
추미애(왼쪽부터)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 뉴시스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오는 26일 막을 내린다.

겸임 상임위원회를 제외한 14개 상임위에 걸쳐 3주 남짓 마라톤처럼 이어진 첫 국감은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법무부·검찰의 정면 충돌로 번지며 '추미애'로 시작해 '윤석열'로 끝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秋 "장편소설", 尹 "부하 아냐"…법사위 난리법석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은 시종일관 뜨거웠다. 전반부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휴가 특혜 의혹이 문을 열어젖혔다. 검찰이 의혹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분했지만 추 장관의 지원장교 연락처 관련 '거짓말' 논란이 일었고, 야당은 칼을 갈았다.

긴장 속에 열린 지난 12일 법무부 국감은 고성과 파행이 얼룩진 최악의 감사가 됐다. 추 장관은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국회에서 거짓말을 27회 했다는 지적에는 "27번이나 윽박질렀죠"라고 맞받았다. 야당의 추궁에 대해선 "장편소설을 쓰려고 했었나"라고 받아치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다 정·관계 인사 20여명의 실명이 담겼다는 '옵티머스 문건'과 '라임' 배후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순식간에 국감을 라임·옵티머스 일색으로 전환시켰다. 더욱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고 법정 진술한 김 전 회장이 두 차례에 걸친 옥중서신을 통해 현직 검사 및 야당 정치인 로비와 검찰의 회유를 주장하면서 '권력형 게이트'에서 '여당 표적수사'로 여야 공수가 뒤바뀌기도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옵티머스 문건상 여권 인사로 보이는 투자자 실명을 공개하자,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김 전 회장 서신 속 야당·검찰 인사 실명 공개로 맞불을 놓는 난타전도 펼쳐졌다.

종반부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장식했다. 김 전 회장 주장을 근거로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데 따른 것으로, 윤 총장은 22일 대검찰청 국감에 나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해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라임 사건 지휘권한 박탈에 대해서도 "중범죄를 저질러 장기간 수감된 사람, 이번엔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인데 이런 사람들의 얘기 하나를 가지고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검찰을 공박하는 것은 정말 비상식적"이라고 직격했다. 문 대통령으로부터 총선 후 '임기 완수'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퇴임 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해 '윤석열 대망론'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여야도 윤 총장에 대한 반응이 180도 바뀐 모습을 보였다. 1년 3개월 전 인사청문회때 윤 총장을 '엄호'했던 더불어민주당과 '무리한 적폐 수사'를 비판하던 국민의힘은 이번에는 윤 총장에게 호통을 치는 여당과 박수를 보내는 야당으로 돌변했다. 한편 오는 26일 법무부 종합감사에는 추 장관이 나온다.

◈'월성 1호기' 감사 여파에 독감백신·전세난 화두

감사원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관련 감사 결과 발표도 국감장을 요동치게 했다. 원전 경제성 저평가와 감사 자료 폐기가 지적되자 야당은 산업통상자원부·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 고발과 함께 '탈원전 정책'에 총공세를 폈고, 여당은 최재형 감사원장의 '정치 편향성' 의혹을 제기하며 맞받았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최근 속출한 것이 국감 종반부 화제로 급부상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독감 백신 일시 접종 중단 요구가 빗발쳤지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백신과 접종자 사망 간 인과관계에 신중론을 펴며 계속 접종을 주장했다.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은 올해 서울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극심한 전세난이 논란이 됐다. 야당은 임대차3법 등 부동산 정책 부작용을, 국토교통부와 여당은 저금리를 각각 원흉으로 지목해 대조를 이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집값에 대해 "상승추세가 꺾여서 안정적인 상태로 가고 있다"고 했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선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주주 요건 3억원 강화를 관철하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당의 줄다리기가 주를 이뤘다. 새로 발표된 '한국형 재정준칙'에 대해서도 각각 '확장재정론'과 '재정건전성'에 방점을 둔 여야의 비판이 모두 기재부로 쏟아졌다.

북한에 의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은 국감 전반부를 휩쓸었다. 국방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이 주 전장이 됐다. 국감 개시를 하루 앞둔 6일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대사대리의 한국 입국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며 파장이 일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통일부 장관 배우자 미국 출국 논란은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이 아니다"라는 강 장관의 외교통일위원회 국감 해명에 빠르게 잦아들었다. 이수혁 주미한국대사의 한미동맹 발언을 놓고는 보수 진영에서 일부 논란이 됐다.

◈巨與 증인봉쇄에 野 나홀로 장외 국감 '고육지책'

정규 국감 일정을 '패싱'하고 야당만의 자체 일정을 소화하는 일도 빈번했다. 지난 16일에는 외교통일위원회 남북출입사무소·DMZ 평화의 길 현장시찰 일정에 불참하고 인천 해양경찰청을 찾아 북한에 의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을 따져물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도 농해수위 국감이 없는 14일 피살 공무원이 실종됐던 소연평도 해역을 찾았다. 23일 국방위원회 판문점 현장시찰에는 통일부의 판문점 견학 재개에 항의 차원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불참했다. 대신 오후 해군 2함대 사령부를 찾아 천안함 견학 및 추모에 나섰다.

국민의힘만으로 '장외' 국감을 열기도 했다. 일요일로 감사가 열리지 않는 18일에는 국감 증인 채택이 불발됐던 피살공무원 친형 이래진씨 등을 불러 국감 형식의 간담회를 가졌다. 행사 명칭은 '국민 국감'으로 지칭했다.

이 같은 야당의 행보는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174석 거대 여당(巨與)에 가로막혀 마땅한 수가 없는 103석 야당의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추 장관 아들 서모씨와 당직사병 등 군휴가 의혹 관련자,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자, 라임·옵티머스 관련자, 검색어 조작 관련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국감 출석을 자청한 한동훈 검사장 등 야당이 요구한 증인들은 이번 국감에서 모두 원천 차단됐다.

최근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잇따르자 CJ대한통운 등 택배사 대표들을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장에 세워야 한다는 여론의 요구가 빗발쳤지만,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 출석을 놓고 여야가 대치해 증인 채택이 끝내 불발되기도 했다.

◈'겸임' 운영·정보·여가위도 전운…靑·北·윤미향·박원순

주요 상임위는 오는 26일 종합감사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법사위는 이날 법무부·대법원·감사원·헌법재판소 등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이는 가운데 추미애 장관, 최재형 감사원장 등이 총출동해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외교부·국방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 등 주요 부처도 각각 상임위원회에서 마무리 종합감사에 들어간다. 해수부 공무원 피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한국 패싱' 논란 등 민감한 현안들이 총망라돼 감사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27일부터는 '겸임' 상임위 국감이 이어진다. 여성가족위원회 여성가족부 감사를 시작으로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국가안보실 등 감사가 있다. 정보위원회도 내달 3일 국가정보원 감사 등에 나선다. 청와대와 여가부, 국정원 모두 앞서 감사에 비춰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

우선 청와대의 경우 공무원 피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행적과 함께 윤석열 총장 관련 질의가 예상된다. 더욱이 윤 총장의 '임기 완수 메시지'에 대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장에 관심이 쏠린다. 강기정 전 수석 등 청와대·여권 인사 라임·옵티머스 로비 의혹도 뇌관이다.

여가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금 유용 의혹이 제기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공방에 박원순·오거돈 등 여당 출신 광역단체장의 잇단 성추문이 겹쳤다. 공무원 피격 후 북한 동향 및 최근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국정원 보고도 주목된다.

국감 이후도 전운이 감돈다. 민주당이 국감을 마치는 26일을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시한으로 최후통첩을 내리고 공수처법 개정 등 특단의 대책을 예고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특검법 관철을 벼르고 있어 여야간 일대 접전이 예상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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