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이대서울병원 임상조교수
장지영 이대서울병원 임상조교수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낙태 비범죄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힌 가운데, 얼마 전 여성가족부가 초등학교와 도서관 등에 배포한 ‘나다움 어린이책’은 우리나라의 성윤리와 생명윤리 교육이 어느 수준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도서 목록 중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담푸스)>에는 “아빠 고추가 커지면서 번쩍 솟아올라. 두 사람은 고추를 질에 넣고 싶어져. 재미있거든”, “신나고 멋진 일이야” 등 부모의 성관계를 그림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하는 내용이 있다.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이들에게 행위의 방법만을 가르치며 그것을 ‘재미있고 신나는’ 일로 묘사하는 것은 아이들을 조기성애화(어린 나이부터 성에 대한 자세한 교육을 시켜 성적 본능에 대한 애정의 대상이 되거나 그렇게 만드는 것) 시킬 뿐 아니라 성적 행위의 결과인 ‘생명의 탄생’에 대해 무감각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갖게 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만 15-44세 여성인구 1,000명 당 4.8%가 낙태 시술을 받아 연간 약 5만건의 낙태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실제 의료계에서 추산하는 낙태 건수는 이의 10-20배에 이른다). 성경험 여성의 10.3%, 임신 경험 여성의 19.9%가 낙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낙태 당시 40.2%은 피임을 하지 않았고 47.2%는 질외사정, 월경주기법 등 불완전한 피임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피임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은 이유로는 50.6%가 “임신이 쉽게 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하여 실제로 상당수의 사람들이 생명에 대해 안일한 태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낙태죄가 존재했으나 유명무실했고, 생명 존중에 대한 도덕적 기준 마저 해이해진 대한민국에서 낙태가 전면 허용될 수도 있는 상황 가운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실마리를 미국의 프로라이프(pro-life) 단체들의 활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73년 여성의 합헌적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미국에서 낙태 문제는 문화 전쟁(culture war)이 벌어지는 대표적인 전투지가 되었다. 기독교적 가치 및 종교의 자유를 수호하고자 하는 기독교 진영과 이를 적대시하는 또다른 진영의 권리(동성결혼 합법화, 성정체성에 대한 차별금지법 등)가 충돌하는 양상이다. 프로라이프는 낙태를 반대하는 진영의 슬로건으로서 개별적인 프로라이프 단체들은 저마다의 정체성과 고유의 활동을 지니고 있지만 대부분의 단체들은 궁극적으로 ‘생명권 보호’라는 기독교적 생명윤리를 지향한다. 프로라이프는 낙태 허용을 주장하는 ‘프로초이스(pro-choice)’ 진영과 첨예한 대립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 대립은 단순히 개인의 의견 대립, 또는 시민단체 간의 대립을 넘어 ‘공화당 대 민주당’이라는 정당적 대립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많은 프로라이프는 단체들은 고유의 활동들을 통해 임신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여성들을 돕고 있는데, 이들의 활동은 위기임신센터 운영, 산전 무료 초음파검사 제공, 상담 서비스, 낙태 클리닉 앞에서의 시위, 낙태 반대 행진, 청소년 교육, 교회와 협력을 통한 생활 보조, 입양 연계 뿐 아니라 낙태 반대 입법을 위한 의정활동까지 스펙트럼이 광범위하다. 실제로 이들의 적극적인 활동 덕분에 현재 미국에는 낙태 클리닉보다 임신 돌봄센터가 더 많아졌다.

지난 50년 간 여성과 태아에 대한 사랑과 열정적인 활동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미국 프로라이프 단체들의 활동 내용과 특성을 살펴보는 것은 향후 우리의 활동에 실질적인 지침서가 될 것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순차적으로 그 내용들을 다뤄보고자 한다.

장지영(성산생명윤리연구소 연구팀장, 이대서울병원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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