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목사
김민호 목사

자유민주주의 나라에서 사는 기독교인들은 정부의 옳지 못한 통치 행위를 대면하게 될 때, 어떤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하게 된다. 특히 오늘날 우리나라처럼 177석을 확보한 더불어 민주당이 야당의 저항 없이 악법을 단 이틀 만에 통과시키는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서 고민은 더 깊어진다. 이들이 만들어낸 법안들을 악법이라 하는 것은 나라의 근간과 체제를 흔드는 법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2020년 3월부터 회자되던 토지공개념 법안은 국민들의 사유재산(부동산)을 국가가 권력으로 좌지우지하고 있다. 지난 12일 법무부에서는 “낙태죄 폐지”를 입법으로 추진할 것을 발표했다1). 아울러 현 정권은 국민들에게 코로나19 방역이라는 명분으로 집회, 결사, 언론, 출판, 표현 등의 자유를 유린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악법이라도 복종해야 하는가

로마서 13:1은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고 가르친다. 이 구절은 마치 소크라테스가 주장했다고 알고 있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진리의 범주로 봐야 할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이 말은 소크라테스가 남긴 말도 아니다. 일본의 법철학자 오다카 도모오가 1930년대에 출판한 <법철학(法哲學)>에서 실정법주의를 주장하면서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든 것은 실정법을 존중했기 때문이며, ‘악법도 법’이므로 이를 지켜야 한다”라고 쓴 내용이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와전된 것이다.2) 어찌 됐든 “악법도 법이다”는 말은 결코 성경 원리에 부합하지도 않으며, 자유민주주의 정치 제도와도 일치하지 않는다.

악법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태도

그렇다면 성경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악법에 대해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할 것인가? 쉐퍼는 로마서 13장의 말씀을 국가가 잘못 행하는 자를 벌하고, 바르게 행하는 자를 격려(정의 실현)할 때만, 그 권위가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가르친다.3) 때문에 녹스를 예를 들어 “국가 관리들이 성경과 반대되게 통치할 때에 불복종하고 반란을 일으킬 권리와 의무를 평민들이 갖고 있다”4)고 주장한다. 그는 사무엘 러더포드의 저서 「법이 곧 왕이다」(Lex Rex.1644)를 인용하면서 “법은 왕이며, 만약 왕과 정부가 법에 불순종한다면 그들에게 복종할 필요가 없다”5)고 단오하게 주장했다.

법 앞에 복종이란 무엇인가

그러면 그리스도인들이나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사는 시민들이 복종해야 할 법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사무엘 러더포드나 녹스를 비롯한 종교개혁자들이 말하는 법은 성경의 가르침, 율법을 지칭한다. 여기서 우리는 바울이 로마서 7:21-23에서 두 개의 법을 언급한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이 두 개의 법은 지켜야 할 법과 거부해야 할 법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바울은 이 두 개의 법을 하나님의 법(7:22)과 죄의 법(7:23)으로 표현한다. 하나님의 법은 율법, 혹은 성령의 법이라고도 한다. 반대로 죄의 법은 하나님의 법을 거부하는 불법을 뜻한다. 이 두 법은 신자를 지배하려고 서로 맞서는 법이다. 참된 그리스도인이란 이 두 법 가운데 죄의 법을 거부하고 하나님의 법을 따르는 사람으로 규정된다.

악법은 죄를 짓도록 하는 법이다. 오늘날 실정법과 관련해서 말한다면 차별금지법, 낙태합법화, 사유재산 몰수법(토지 공개념), 현장예배 금지 및 소모임 금지령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법들의 문제는 자연법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법 앞에 복종(Rule of law)란 자연법이 반영된 법에만 해당되는 명령이다. 자연법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면 죄의 법이다. 이런 유형의 법이 마음속에 작용하든, 정부의 강요에 의하든 저항해야 한다. 마음으로는 저항하지만, 국가 요구이기 때문에 복종해야 한다면 위선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복종해야 할 법은 국가가 정한 모든 법이 아니다. 하나님의 법(자연법)에 부합하는 법만 복종 할 가치가 있다. 이럴 경우에만 법에 대한 복종은 곧 하나님께 대한 복종을 의미하게 된다.

자유민주주의는 불법한 권력에 저항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의 뿌리는 존 로크의 「통치론」에 기반을 둔다. 존 로크가 생각하는 통치론의 핵심은 “모든 인간은 유일하며 최고인 주인(하나님)의 하인으로 그의 명령에 따라 그의 사업을 돕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다”6)는 말 속에 잘 내포된다. 때문에 존 로크의 통치론 기반이 장로교인이었던 리차드 후커의 「교회 정치론」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상한 일도 아니다. 존 로크는 당시 장로정치제도를 국가 정치에 이식한 사람이었다. 장로 정치의 핵심은 목사가 다스리는 교회가 아니다. 성경이 다스리는 교회다. 이 개념이 자유민주주의 정치에 이식되면서 왕정정치(왕권신수설)는 막을 내리고, 의회민주주의가 시작된다. 당시 의회에서 왕은 시민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시민을 법으로 보호하는 ‘봉사자’로 이해된다. 왕과 정부는 시민의 ‘사유재산’과 ‘자유’와 ‘생명’을 지켜준다는 차원에서 처벌과 통치의 권리를 시민에게 부여받은 계약관계다. 따라서 정부가 만일 시민의 자유와 사유재산과 생명을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악용하여 빼앗는다면 계약관계가 깨진 것으로 본다.

작금의 정부는 국민의 ‘사유재산’을 토지공개념이라는 방식으로 손을 대고 있다. 또 낙태를 합법화 하여 태아라는 시민의 ‘생명’을 위협한다. 더 나아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출판, 결사, 집회, 표현 등의 ‘자유’를 코로나 방역이라는 명분으로 빼앗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와 저항하는 것은 성숙한 민주 시민의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사무엘 러더포드는 로마서 13장을 해설하면서 “폭정이란 하나님의 재가 없이 지배하는 것”7)이라 정의했다. 더 나아가 “폭정은 사탄적이므로 그것에 저항하지 않는 것은 하나님께 저항하는 것이다. 즉 폭정에 저항하는 것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다”8)라고 했다. 이제 우리는 작금의 상황 속에서 정부의 노예로 살 것인지 자유시민으로 살 것인지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시기에 서 있다.

마지막으로 프란시스 쉐퍼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일침을 놓는다.

“만일 우리가 성경에서 명한 대안들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성경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국가가 그 권위를 철폐하였을 때, 우리가 적절한 수준에서 시민 불복종이라는 ‘최저 선’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역시 성경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9)

미주

1)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0081333267
2)https://www.scourt.go.kr/portal/gongbo/PeoplePopupView.work?gubun=33&seqNum=1801
3) 프란시스 쉐퍼,김진홍 옮김,「기독교 선언」,(생명의말씀사,1995),PP.84-85.
4) Ibid.,p.89.
5) Ibid.,p.91.
6) 존 로크,조현수 편저,「통치론」,(타임기획,2012),p.25.
7) 프란시스 쉐퍼, op.cit.,p.92.
8) Ibid.
9) Ibid.,p.120.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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