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5를 기념해 열린 제1차 크리스천북한포럼·통곡기도회 참석자들이 북한 동포들을 위해 두 손을 들고 뜨겁게 기도하고 있다.

‘갓스코리아 뉴코리아(God’s Korea New Korea)’ 주제

67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홀로 코스트 악몽
크리스천들이 일어나 행동해야

벌써 6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강산은 여섯 번도 더 바뀌었는데,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철통같은 삼엄한 경계는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하루에도 그 안에서 몇 명이 죽어나가는지 다 알 수 없다. 정확한 통계자료도 없고, 도무지 알 방법이 없다. 하지만 지구 역사상 이토록 오랫동안, 잔인하고 혹독한 홀로코스트는 없었다. 독일의 나치 홀로코스트도 13년. 무엇 때문에, 왜, 북한의 동포들은 지금 이순간에도 개돼지만도 못한 짐승 취급을 받으며 죽어가야만 하는가.

생각할 수록 눈물이 난다. 그래서 손에 손을 맞잡았다. 그들을 위해 기도하기 위해….

가슴이 먹먹하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처참하고 끔찍한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임에도, 대한민국 정부와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죽어가는 형제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가슴을 치고 또 쳤다. 14일과 15일(현지시간) 양일간 캘리포니아 얼바인 벧엘교회(손인식 목사)에서 개최된 ‘제1차 크리스천 북한포럼 및 통곡기도회’에서다.

주최 측은 이번 포럼의 구호를 ‘God’s Korea, New Korea’ (하나님의 대한민국,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정했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분단된 지 올해로 67년째다. 구약 성경에 북이스라엘과 남유다가 분단된 지 70년이 되던 해에 바벨론 포로로 잡혀간 남유다 백성들을 하나님께서 자유케 하셨다. 이제 3년이면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된다. 앞으로 3년 내에 불쌍한 북한 동족들이 압제자의 손에서 해방되는 역사가 일어나도록 다 같이 힘 모아 기도하자”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남가주를 넘어 미 전역에서, 스페인과 아프리카 등 세계 각처에서 모여든 ‘해외 300인 목사단’을 비롯한 2천여 명의 크리스천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하나님 앞에 이렇게 부르짖었다. “주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직 당신께 기도드리는 것 외에는…. 부디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저들을 압제자의 손에서 해방시켜 주옵소서.”

해외 300인 목사단은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와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박희민 목사, 이원상 목사, 송정명 목사, 손인식 목사, 김인식 목사를 공동대표로 올해초 구성된 조직이다. 이들은 이날 열린 제1차 크리스천북한포럼 및 통곡기도회를 시작으로, 미국 내 주요 도시와 유럽과 남미, 호주를 중심으로 앞으로 내년 말까지 두 달에 한 번 씩 이같은 행사를 이어감으로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손인식 목사는 이번 행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포럼을 개최하게 된 목적은, 잊혀져 가는, 목소리 조차 낼 수 없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보다 몇곱 절 끔찍한 상황 속에 처해 있는 동족들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죄인 줄 알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기 위해서다. 흔히 설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만, 기도는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말이 있듯, 우리의 기도가 헛된 것이 아니다. 우린 이 자리에 한 뜻을 놓고 기도하기 위해 모였다. 또한 기도에 머무르지 않고, 북한 동족들이 해방되는 그날까지 함께 행동해 나갈 것이다.”

그러면서 손 목사는 “중국 내 ‘탈북자 북송 중지’를 위해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중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탈북자들을 될 수만 있다면 단 한명이라도 구해나갈 수 있길 바란다. 이 일을 위해 미국의 2세들뿐 아니라 유럽, 중남미, 호주에 있는 2세들까지 동참시킬 계획이다. 그래서 미 중앙정부 및 연방정부에 계속해서 여론의 목소리를 높여나가고 세계 각국의 정부가 이 일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여러 전략들을 펼쳐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집회 기간 순서마다 북한을 위한 눈물의 기도가 끊이지 않았다. 포럼 중간 중간 남가주 지역 목회자들이 나서 ▷부르짖는 기도(송기성, 김인식 목사) ▷탄식하는 기도(한기홍, 최홍주, 송정명 목사) ▷절규하는 기도(고석찬, 유진소 목사) ▷애통하는 기도(신승훈, 한종수 목사) ▷자비를 구하는 기도(엄영민 목사) ▷회복을 구하는 기도(박신철 목사) ▷은헤를 구하는 기도(김영길 목사) 등 북한을 위한 기도회를 이끌었다.

이번 포럼은 매 강좌마다 35분 강의와 15분 질의응답 시간으로 구성됐다. 첫째날 워크샵 강사로는 임창호 목사(고신대 교수)가 ‘김일성 부자의 우상화 과정과 북한 소학교 교과서에서의 가르침’에 대해, 탈북자로서 베스트셀러 작가인 신동혁 씨가 ‘북한 인권 희망은 있는가’에 대해, 손인식 목사가 ‘북한 인권 운동, 북한 선교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박선영 교수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이란 제목으로 나서 강연을 펼쳤다. 스캇 플립스 국제종교자유위원회 부국장을 비롯해 샘 김 KCC 사무총장 등 영어권 강사들도 참석해 북한 관련 문제들을 심도있게 나눴다. 당초 참석 예정이었던 수잔 솔티 디펜스포럼재단 대표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튿날에는 주성하 기자(김일성대 출신 현 동아일보 기자)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내 분위기, 전망, 통일선교’, 임창호 고신대 교수가 ‘한국 교회의 북한 선교 전략 점검 및 새로운 방향 모색: 탈북자 선교 중심’, 이동복 전 통일원 장관이 ‘월남 동포와 탈북 동포: 대한민국에서 그들은 누구인가’, 김지우 시인(통일시대사람들 대표)이 ‘장군님의 딸에서, 주님의 딸로’, 조진혜(재미탈북민연대 대표) 씨가 ‘탈북민을 위한 선교사의 필요성’, 송기성 목사(나성한인감리교회 담임)가 ‘출애굽적 관점에서 본 탈북’이란 주제로 각각 워크샵 강사로 나섰다. 한편, 당초 참석 예정이었던 수잔 솔티 디펜스포럼재단 대표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24년 수용소 생활 증언한 신동혁 씨
“대한민국 정부는 죽어가는 동족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 14일 워크샵 강사로 나선 탈북자 신동혁 씨.

평안남도 개천시 14호 정치범수용소에서 태어나 24년간 살다 2006년 탈북에 성공한 신동혁 씨는, 자신이 경험한 수용소 생활과 탈북 과정을 생생히 증언하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죽어가는 동족들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북한의 대학살을 막아야 한다. 내겐 단 1분 1초가 아깝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죽어가고 있을 북한의 형제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시고, 답을 찾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 제 14호 정치범수용소에서 태어난 신 씨는 24년간 수용소 생활을 하다 탈출에 성공했다. 그는 '북한 인권, 희망은 있는가'라는 주제로 워크샵 강연을 이어나갔다. 신 씨는 강연 서두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북한 인권, 과연 희망은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진 뒤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신 씨는 "내겐 죽어가는 북한 동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하나님을 아는 여러분들에겐 희망이 있다. 부디 동족을 위해 기도하고 행동에 옮겨달라"고 강권했다.

그는 14살 때인 1996년 어머니와 7살 위의 형이 탈출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눈앞에서 공개처형(총살) 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수용소 내 피복공장 수리작업반에서 일했던 신씨는 2005년 40대 후반의 평양 출신 태권도 사범을 만나면서 탈북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를 통해 수용소 밖의 생활에 대해 난생처음 눈을 뜨게 된 것.

“종종 제게 찐 닭을 결을 따라 뜯어먹거나 콩비지에 밥을 비벼 먹던 시절을 흘려가듯 얘기했어요. 매일 강냉이죽만 먹던 저는 꿈을 꿔도 계속 닭다리가 나타나더라구요.”

6개월간 먹을 것을 상상하며 몽환에 휩싸였던 그는 결국, 전기철조망을 넘었다. 국경을 넘어 중국에 도착했다. 같이 탈출하려던 태권도 사범은 전기철조망에 감전돼 죽었다.

신 씨는 정치범수용소 내 육체적 고문보다 더 끔찍한 인권유린은 ‘감정 고문’이라고 했다. 그 사례로 모범수 남녀를 연결시키는 ‘표창결혼’을 들었다. 그 역시 ‘표창결혼’을 통해 평안남도 개천시 14호 관리소에서 태어났다. “정치범수용소 생활은 짐승같은 삶이었다”면서 “간수가 자신의 구두에 뱉은 침을 핥으라 명하면 핥아야 했다. 더럽고 치사해도 어쩔 수 없다. 살기 위해서였다. 사랑이나 가족이란 말의 의미도 몰랐다”고 그는 말했다.

그에 따르면, ‘표창 결혼’이란 노동사역을 잘하고 일에 지각하지 않고, ‘생활총화(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하는 자아비판의 장)’에 열심히 임한 모범수 남녀를 김일성이나 김정일 생일 때 골라 5일 정도 같은 방에서 동거시켜 아이를 낳게 하는 제도다. 2명의 간수가 한 수용소 안에 2500명 정도의 수감자들을 감독하는데 합방할 짝은 오로지 간수에게 간택된다.

그는 “자신이 수용소에서 겪은 이야기를 하면 남한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호기심만 나타내 가슴이 아팠다”면서 “그러나 백인들은 눈물을 흘리며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습이 나를 창피하게 했다”고 털어놨다.

신 씨는 “매년 3월과 9월이면 빼놓지 않고 공개처형이 이뤄진다”면서 “지금도 매맞음의 공포, 굶주림의 공포, 공개총살의 공포에 떨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살리고자 대한민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호소해 봤지만 소용 없었다. 그들은 구체적인 증거를 대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면서 “증거는 없지만, 내가 실제로 본 증인이다. 그들이 죽고 난 뒤 증거를 갖고 온 들 무슨 소용 있나. 죽어가는 저들을 살릴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을 나는 모르겠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그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 달라. 그리고 부디 행동으로 옮겨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행동하는 신앙인 돼 달라”
박선영 전 국회의원의 호소, 무관심한 정치인들 고발

▲ 박선영 전 의원

“의원님, 살려 주십시오. 지금 제 딸이 중국 당국에 붙잡혀 북송되고 있습니다. 부디 살려만 주십시오.”

중국 내 탈북자들의 북송 행렬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박선영 전 국회의원의 핸드폰에 실시간으로 문자로 뜬다. 박 전 의원은 어쩔 줄을 모른다. “그들을 어떻게든 도와야 하는데…. 자신의 모든 인맥을 동원해 UN과 한국의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미국과 유럽, 심지어 일본의 정치인들에게까지 편지로 호소해 봤다. 그러나 묵묵부답이었다. “주님, 제 힘으론 도저히 저들을 도울 수가 없습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그녀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백방으로 뛰었다. 마지막 수단으로 중국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도 해 봤지만, 탈북자 북송 중지는 커녕 오히려 그 움직임이 심해가기만 했다. 결국 그녀는 털썩 주저 앉았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기도밖에 없었다. “주님, 도와 주십시오….”

집회 기간 내내 특유의 나지막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그는 시종 동족의 죽음에 무관심한 대한민국 정치인들을 고발했다.

그러면서 “골방에서 백날 북한 동포들을 위해 기도한들 행동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기도에 그친, 행동하지 않는 신앙은 죽은 신앙이다. 행동하는 신앙인이 되어 달라”고 호소했다.

◆목숨 건 탈북 체험, 시로 읊은 김지우 대표
“장군님의 딸에서, 주님의 딸로”를 주제로 탈북 체험 시 낭송

“압록강을 2시간 동안 헤엄쳐서 탈북했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어떻게 작고 연약한 체구로 거센 물살의 압록강을 2시간이나 헤엄칠 수 있었냐고. 상상이 안 된다고. 그렇습니다. 인간의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 거센 물살을 거스르고 저는 둥둥 떠다녔었습니다. ‘아, 이제 여기서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에 슬펐습니다. 그러나 그 거센 물살을 헤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우리 주님의 은혜입니다.”

‘장군님의 딸에서, 주님의 딸로’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친 통일시대사람들 대표 김지우 씨. 그는 시인이다. 그는 14일 저녁, 자신의 탈북 체험을 시로 쓴 ‘은혜의 강’을 낭송했다.

“지나온 인생/ 켜켜히 쌓인 죽음/ 그 추억의 실타래 풀다보면 어느새 마음은 압록강에 닿습니다/ 소용돌이 치는 강물 마음 속의 절망의 소용돌이/ 강건너 자유의 불야성/ 강가에서 흘러야 했던 통곡의 피/(중략) / 우리 아버지 여호와께서 자신의 백성에게 힘을 주심이여/ 그 분의 눈은 온 땅을 감찰하사/ 자신을 향하는 자에게 능력을 베푸시나니/ 그렇게 새 생명을 얻은 이 딸/ 홍해를 넘은 2만5천 탈북자의 몸/ 축복 받은 이 딸/ 내 맞이했던 강, 압록강은 절망의 강이었으나 돌아보니 주님의 은혜의 강이었어라”

김 씨는 시를 읊은 후 “감사합니다”고 말하면서 강단을 내려왔다.

◆한인 자매 그룹 ‘제이에스리’도 동참
음악 콘서트로 대북 선교 필요성 호소

이번 행사는 20여명의 북한 관련 전문가 및 관계자들이 나서 다양한 내용의 워크샵을 제공해 참석자들에게 ‘북한 인권 문제’를 생각케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대북 선교에 대한 필요성을 호소하기 위해 한인 자매 그룹인 ‘제이에스리(Jayesslee)’도 음악 콘서트에 나서 열기를 더했다. ‘제이에스리’는 최근 유투브(You tube)를 통해 조회수만 6천만 건 이상을 기록하며 인터넷 스타로 급부상해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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