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올바른 역사에 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이어 일왕에 대한 사죄 요구에 일본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양국 외교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고 있다.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패전일(일본은 '종전일'로 표기)인 15일 일본 정치권과 정부는 온종일 이 대통령을 성토했다.

일본의 보수우익은 자국에서 '성역'이자 '금기'인 왕에 대해 이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려면 먼저 사죄하라"고 요구한 데 격분한 모습이다.

이런 들끓는 여론을 등에 업고 일본 정부도 이 대통령의 발언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았다.

일본의 반발은 현직 각료인 마쓰바라 진(松原仁) 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과 하타 유이치로(羽田雄一郞) 국토교통상의 이날 오전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포문을 열었다.

우익 성향의 이들 각료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참배 자제 요청에도 아랑곳없이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해 2009년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견지돼온 각료의 8월15일 야스쿠니 참배 금지 관행을 깼다.

▲ 하타 유이치로(羽田雄一郞) 일본 국토교통상이 15일 오전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했다. 2009년 9월에 민주당 정권이 출범한 뒤 각료가 8월15일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처음이다.ⓒ도쿄=연합뉴스

민주당 정권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관련 발언을 빌미로 스스로 쌓았던 주변국에 대한 배려라는 '둑'을 허물어버린 것이다.

민주당 정권은 출범 이후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 마찰을 피하기 위해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억제해왔다.

마쓰바라 공안위원장은 야스쿠니신사에서 이 대통령의 일왕에 대한 사죄 요구와 관련 "예의를 잃은 발언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날 일본의 대표적 우익 정치인인 아베 신조(安倍晉二) 전 총리의 똑같은 발언을 되풀이한 것이다.

마쓰바라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일본인으로서 스스로의 소신에 따라 행동했다"고 주장했으며 그는 신사에 들어가면서 '신(臣) 마쓰바라 진'이라고 서명했다. 여기서 '신'은 왕의 신하라는 의미이다.

일본 정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기자단에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으로 유감이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도 왕의 방한이 거론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한국 정부에 공식항의했다고 밝혔다.

▲ 일본 경찰은 15일 도쿄 요쓰야(四谷)의 주일 한국대사관 앞에 몰려온 일본 우익단체를 막기 위해 기동대까지 동원했다. ⓒ도쿄=연합뉴스

지한파로 알려진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미묘한 시기에 이 대통령이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일 관계는 중요하다. 국민감정에 호소하는 정치인의 언동이 계속돼 쌍방의 갈등이 증폭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언론도 이 대통령 비판에 가세했다. 비교적 진보 성향인 아사히신문은 해설 기사에서 "이 대통령의 일본 비판이 역대 대통령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면서 "일본에 대한 실망감이 배경임이 틀림없지만 국가 원수로서의 품격을 잃었다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대통령의 일왕 사죄 요구도 독도 방문과 마찬가지로 "한국 내에 뿌리깊은 반일 감정에 호소해 국민의 공감을 얻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우익지인 산케이신문은 이 대통령이 독도 방문에 이어 대일 강경 자세를 보여 '애국적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치겠다는 생각을 깔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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