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가 우리 수출에도 본격적인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반도체, 석유제품, 자동차, 선박 등 주력 품목들이 모두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고, 주요 9개 지역으로의 수출도 모두 감소했다. 2012년 1월 이후 8년2개월 동안 이어지던 무역수지 흑자는 코로나19에 막혀 적자로 돌아섰다.

◈코로나19에 주요국 수입 수요 급감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4월 수출이 369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4.3%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 같은 기간 일평균 수출은 16억7800만 달러로 17.4% 줄었다.

수입은 15.9% 감소한 378억7000만 달러이며 무역수지는 9억5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이로써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2012년 1월 이후 99개월 만에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3월 중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이동제한 조치가 시행되면서 글로벌 수입 수요가 급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미국과 유럽연합(EU)로의 일평균 수출은 각각 21.3%, 6.8% 감소했다. 대(對)아세안 일평균 수출도 19.6% 줄었다.

특히, 대유럽 일평균 수출액은 2억 달러로 지난 1월 기록한 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 자동차(-21.4%), 자동차 부품(-53.5%), 일반기계(-17.6%), 철강(-33.3%) 등이 부진했다.

대아세안 일평균 수출액은 2억6000만 달러로 2016년 8월 이후 가장 적다. 현지 공장 가동 중단으로 자동차 부품(-44.0%), 일반기계(-24.0%) 등 자본재 수요가 위축된 것으로 파악된다. 대면 영업에 차질이 생기면서 무선통신기기(-28.3%), 가전(-46.6%) 등 소비재 수출도 줄었다.

대중국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4% 줄어든 4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이 수치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4억 달러를 밑돈 것과 비교하면 하락세는 완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조업일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일 부족했다. 또한 지난해 4월 연중 최고 수준의 수출 실적을 낸 데에 따른 역(逆)기조효과도 작용했다.

수출 단가도 15%가량 하락하면서 악재로 작용했다.

그래도 조업일수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 물량이 2.9% 감소에 그쳤던 점은 긍정적이다. 실제 품목별 일평균 수출 물량을 보면 석유제품(6.7%), 바이오헬스(36.4%), 전기차(73.4%), 화장품(15.7%) 등이 호조를 보였다.

산업부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부진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교역 성장률을 2.9%에서 -11.0%로 하향 조정했다. 비슷한 시기에 세계무역기구(WTO)도 이 수치를 2.9%에서 -13~26%로 낮춰잡았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4월 무역수지 적자는 수입 감소보다 수출 감소 폭이 더 커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국내 제조업이 정상 가동되는 데 필요한 자본재·중간재 수입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속에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서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자료를 보면 과거 2009년 1월 글로벌 금융위기 무역수지 적자 시기와 비교할 경우 당시 소비재와 중간재 수입이 각각 32.6%, 28.2% 줄었던 것에 비해 지난달 소비재 수입은 9%, 13.9% 감소에 그쳤다. 자본재 수입은 오히려 1.3% 늘기도 했다.

성 장관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방역으로 안전한 생산·공급기지로 주목받고 있다"며 "코로나19 글로벌 진정세가 확산되면 우리 수출은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도체·석유제품·자동차 등 주력 품목 직격타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액은 71억8000만 달러로 14.9% 감소했다. 산업부는 D램 고정가격 상승에도 역기저효과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선구매 축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과 석유제품 수출액은 각각 33.6%, 56.8% 감소한 25억8000만 달러, 16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단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각각 36.3%, 33.6% 줄어든 23억9000만 달러, 10억2000만 달러이다.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의 락다운과 해외 딜러들의 영업 중단 등이 영향을 미쳤다.

선박 수출액은 60.9% 감소한 10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선주사의 업무 중단과 선원 고용 차질로 선박 인도가 연기되면서 악재로 작용했다.

일반기계 수출액은 36억9000만 달러로 20.0% 감소했다.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39.1% 줄어든 10억 달러를 기록했다.

철강 수출액은 24.1 감소한 20억1000만 달러이다. 무선통신 수출액도 8억1000만 달러로 33.4% 줄었다.

섬유와 가전 수출액은 각각 35.3%, 32.0% 줄어든 7억6000만 달러, 4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반대로 컴퓨터 수출액은 99.3% 큰 폭 뛴 10억5000만 달러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온라인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주요 9개 지역에서 모두 수출이 감소했다.

대중국 수출액은 102억1000만 달러로 17.9% 줄었고 미국도 13.5% 감소한 53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아세안과 EU 수출액도 각각 56억7000만 달러, 43억4000만 달러로 각각 32.9%, 12.8% 줄었다.

이외에 중동(-20.7%, 12억5000만 달러), 일본(-12.0% 20억 달러), 인도(-59.7%, 5억3000만 달러), CIS(-42.0%, 6억6000만 달러), 중남미(-54.2%, 14억 달러) 지역으로의 수출도 부진했다.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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