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의 이민법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의 위헌 결정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남미 출신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연방대법원은 25일 미국의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반대했던 애리조나주의 이민법 중 문제가 됐던 4개 조항 중 3개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애리조나주 이민법에 반대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모으는데 유리해졌다고 전했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2008년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의 9%에 달했고 오바마에 대한 지지 성향이 높지만 투표 자체에는 상대적으로 열성적이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이들의 표가 필요해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접전이 펼쳐질 주에서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를 얻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불법 이민에 강경했던 롬니 후보는 최근 불법 이민에 대해 "초당적이고 장기적인 해법을 찾겠다"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심은 오바마 대통령 쪽으로 더 기울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앞서 일정 요건을 갖춘 젊은 불법 이민자에 대한 추방 조치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선을 앞두고 이민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법원이 애리조나주 이민법의 주요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합헌 판결이 나온 `불법이민 의심자에 대한 경찰의 신분증 제시 요구권'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롬니 후보는 이번 판결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불법 이민 문제를 다루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롬니는 "대통령이 행동하지 않아 주 등 지방 정부가 움직였고 법원까지 가세했다"면서 "국가 이민 전략을 초당적 방식으로 주도할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롬니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유권자들의 관심이 경제가 아니라 이민으로 집중된다는 점이다.

공화당은 고용과 경기 회복 둔화 등 경제 문제를 앞세워 오바마의 실정을 공격하고 있다. 공화당의 여론조사 요원인 데이비드 윈스턴은 "유권자의 관심이 경제에 쏠리지 않으면 대통령에게 유리하지만 반대의 경우 롬니와 공화당이 이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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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민법 #오바마 #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