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自殺)은 종교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그 심각성에 대해서는 누가나 공감하고 있는 문제다. 특히 '자살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오늘날 대한민국에서의 자살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가장 큰 문제가 됐다.

이런 자살에 대해 병으로 보고 치료와 예방이 가능하다면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강원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소장 이대범)의 인문한국(HK) 사업단은 지난 11일 ‘자살예방과 인문학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자살'은 2010년의 경우 한국인 10대, 20대, 30대에서 사망원인 제1위를 기록했다. 특히 그 숫자는 과거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강원대 이대범 인문과학연구소장은 "인문학은 전통적으로 인간성의 가치와 삶의 의미, 인간의 존엄에 관해 깊은 천착을 해온 학문이다"며 "우리 시대의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문학에서도 접근해야할 필요가 있기에 이러한 주제로 학술대회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OECD 최고의 자살공화국 '대한민국'…근본 대책 없나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자살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다음 숫자를 주목해야 한다.

'34, 43, 301, 1290, 15566'… 이 숫자들은 34분에 한명씩, 하루에 43명이 한 주에 301명, 한 달에 1290명 그리고 일 년에 1만5566명이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수치를 보면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0만 명당 11.2명(2009년 통계)이 자살하고 있는 것에 비해 한국은 31.0명으로 압도적으로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더욱 우려스런 것은 OECD 국가 중 전통적으로 자살률이 높던 헝가리·일본·멕시코도 감소중인데, 2000년대 들어서며 여전히 자살률이 증가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란 점이다.

정부 역시 자살의 심각성에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 법률'을 공포하고 지난 3월31일자로 시행하고 있지만, 자살의 원인을 확실하게 규명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기에 자살예방도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2008~2009년까지의 경찰조사에 의하면, 자살원인은 대인관계나 가정불화가 원인인 경우가 9.5%, 남녀문제 3.8%, 육체적 질병 25.3%, 정신과적 문제 14.9%, 경제적 문제 8.9%, 직장 또는 업무상문제 3.8%, 기타의 경우가 21.7%, 미상이 11.2%로 나타났다.

▲ 강원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소장 이대범)의 인문한국(HK) 사업단은 지난 11일 ‘자살예방과 인문학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강원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김남연 교수(강원대)는 이날 "자살자의 20-40%가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나타났지만 한국의 경우 130만명이나 되는 우울증 환자 중 어떤 증상이 자살로 이르는가에 대해 알 수 있는 데이터는 없다"며 "비공식 통계에 의하면 200만명 정도의 사람들이 자살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직접 상담을 하거나, 그 가족 구성원 등이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자살 방지를 위해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스크린도어 설치나 한강대교 아치에 올라가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등의 일은 자살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며 "왜곡된 표현 수단으로서의 자살에 대해 인문학이 거들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김익진 교수(강원대 인문한국 사업단) 역시 "자살이 병이건 아니건, 자살은 치료는 불가능하고 예방만 가능하다. 콜레라 같이 세균성 질환의 치료와 예방처럼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며 "자살은 복잡한 원인으로 시작되는 행위이기에 생리적 문제에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사회적 차원을 비롯한 인간의 실존적 차원의 문제들과 연루돼 있기에 인문학이 개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자살은 '타자의 결핍'에서 오는 '극단적 현상'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의 신화'에서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 자살뿐이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을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뮈는 "삶의 공허와 무의미 속에 빠져 있는 사람 주변에 자신을 인정해 주는 의미 있는 타자의 부재가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서동은 교수(경희대)는 "주변 시선에 적응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하는 한국적 '부끄러운 문화'가 자살을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 교수는 "의미 있는 타자의 원천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고,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그러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진단하면서 "자살은 결국 이러한 타자의 결핍에서 오는 극단적인 현상이다"고 밝혔다.

▲ 이날 학술대회 이후 참가자들 ⓒ강원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한편, 이날 학술대회는 7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김남연 교수(강원대학교)가 '자살: 주제의 접근과 한계', 이영의 교수(강원대학교 인문한국 사업단)가 '자살의 두 원천: 타나토스와 실존적 공허', 조은심 교수(건국대학교)는 '자살예방을 위한 <최적전>의 문화치료의 효용', 서동은 교수(경희대학교)가 '죽음을 생각하며, 죽음을 넘어서-카뮈의 철학을 중심으로-', 박형민 연구원(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소통적 자살'의 개념과 의의'에 대해, 정택수 팀장(생명나눔실천본부)이 '자살위기상담(전화, 사이버, 면접상담)의 실제'에 대해, 정락길 교수(강원대학교 인문한국 사업단)가 '영화를 통해 본 자살의 문제'에 대해 각각 발제했다.

강원대 인문과학연구소는 이번 학술대회에 이어 오는 7월 16~19일까지 강원대에서 인문치료 국제학술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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