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르겐 몰트만 박사 ⓒ베리타스

독일의 세계적인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박사(Jurgen Moltmann, 튀빙겐대 명예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신학대학교(이사장 이정익 목사, 총장 유석성 박사) 개교 100주년 기념 세계 석학초청 국제학술대회 강의차 3년 만에 방한한 몰트만 박사는 2일 신촌성결교회 성봉채플에서 열린 제30회 신촌포럼서 강연했다.

몰트만 박사는 교회와 정치의 올바른 관계를 비롯해 근자에 ‘희망의 윤리’를 펴낸 이유 그리고 한반도 통일에 대한 견해까지 다양한 질문에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대담에 참여한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가 교회와 정치의 올바른 관계에 대해 묻자 몰트만 박사는 "독일과 한국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전제하고선 "독일교회는 기본적으로 정치나 사회 문제에 참여할 수 있었고, 늘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독일교회는 여러 분과들을 만들어서 여태껏 백서도 내고, 성명을 발표하면서 각종 사회 문제들에 목소리를 내왔고, 함께 고민해 왔다.

몰트만 박사는 그러나 "한국은 이런 상황이 아니기에 광범위한 차원에서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특히 한국교회가 진리의 문제로 접근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럴 때 차츰차츰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호서대 강일구 총장이 생태위기, 경제위기 등으로 얼룩진 국제 사회적 절망의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에 의견을 구하자 절망 앞에 선 ‘희망의 신학자’ 몰트만 박사는 "자연현상에서 보자면 절망적이나 하나님의 은총의 입장에서 본다면 희망이다"라고 말했다.

몰트만 박사는 무엇보다 생태위기 문제와 관련해 산업화 이후 단 한번도 궤도 수정이 없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개발 지향성에 "사람들이 자기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도 한편으론 문제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알고 있지만 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전하며 끊임없는 의심의 해석학 내지는 의식화 작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다른 대담자 서울신대 유석성 총장은 몰트만 박사가 그의 자서전에서 눈물의 나라라고도 표현한 한국에 대한 평을 부탁했다. 몰트만 박사는 "1975년 3월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은 독재의 상황이었고 한신대 학생들이 삭발하고 데모하다가 잡혀가는 현실이었다"면서 "그 때 암울한 현실을 경험하면서 한국은 그야말로 눈물의 나라라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몰트만 박사는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며 "한국은 고도의 기술 국가로 자리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독일교회의 한국교회를 향한 각별한 애정도 과시했다. 몰트만 박사는 "독일교회는 한국에 대해 공통분모를 늘 생각했는데 바로 같은 분단의 나라였다는 점"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교회의 성장 신화를 보면서 성장 침체기에 있는 독일교회도 새롭게 일어설 수 있겠다는 희망을 봤다"고도 덧붙였다.

대표작 ’희망의 신학’에 이어 ‘희망의 윤리’를 근자에 집필하게 된 동기도 밝혔다. 몰트만 박사는 "‘희망의 신학’을 쓰고난 후 ‘희망의 윤리’를 쓴 것은 전통적인 방식에 따른 것"이라며 "신학은 곧 윤리에 늘 속하고, 믿는다는 것은 행위의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윤리학이 가지고 있는 장점으로 시간과 공간이라는 구체적인 상황에 밀접하게 쓸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몰트만 박사는 특히 집필 과정에서 누락된 경제 문제에 관한 집필의 필요성을 들며 "지금 현재 경제 논리라는 것은 양적 성정만 말하고 있는 것인데 이제 질적 성장을 말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산업이라고 해도 재생 가능한 산업이 발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전지구적으로 공유해야 할 재화들이 있고, 그 재화를 보존하기 위한 인들에 중요한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공기라든지 기후라든지 물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전지구적으로 보존해야 할 중요한 자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선 "근자에 있었던 아랍의 봄은 소위 인터넷을 통한 혁명이었다"라며 "북한 같은 경우도 휴대용 전화기와 인터넷을 통해 여러 사람들의 정보와 의견들이 교환, 전달되면 무기나 힘으로 통제하는 것이 불가할 것"이라며 "이런 방식들을 통해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고 짧게 말했다.

성경의 일관된 외침 "기도하라 그리고 깨어있으라"

▲ 신촌성결교회에서 몰트만 박사가 설교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이후 몰트만 박사는 수요예배 참석차 모인 성도들 앞에서 자신의 삶과 신앙을 토대로 간증과 강연을 전했다. 몰트만은 기독교를 믿지 않는 세속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어떻게 신앙을 가지게 됐는지 담담하게 설명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중 옆 동료들이 폭탄을 맞고 죽어 나가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하나님, 당신은 어디 계십니까? 그리고 저는 왜 죽지 않았습니까?” 라고 부르짖어야 했다. 그는 1946년 스코틀랜드 포로수용소에서 영국의 한 군목에게서 성경책을 건네받으며 그 해답을 찾게 된다.

“성경을 쥐긴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때 ‘왜 하나님은 우리를 이렇게 버려 두십니까’ 하는 탄원의 시편(39편)을 읽었습니다. 이 구절이 저의 고난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으시고 십자가에 달리시어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하고 질문하시는 마가복음 구절을 읽으면서, 예수의 고난이 저의 고난과 연관돼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후 삶에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과 동일한 처지에 있고, 그와 사귐을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2년 후 풀려난 그는 신학을 공부하고 5년간 목회했지만, 여전히 학생이었다고 한다.

“하나님이 도대체 어디에 계신지, 이런 상황에서는 무슨 말씀을 하실지 늘 궁금한 학생이었습니다. 제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는 늘 전쟁 포로 당시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마음의 표현들이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 ‘희망의 신학’을 찾게 됐습니다. 신학은 신앙의 경험으로부터 시작하고, 신앙의 경험을 통하여 신학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 몰트만 박사는 ‘기도하라, 그리고 깨어있으라(마 26:36-46)’ 라는 ‘설교’를 시작했다.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매듭을 지으려 합니다. 저는 개혁교회 목사로서, 설교는 하나님에 대한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몰트만 박사는 성경 전체에서 일관되게 울리는 외침은 바로 “깨어서 기도하라! 기도해서 깨어라!”임을 역설했다. 그는 “기도는 항상 깨어있음과 결합돼 있고, 우리의 모든 감각을 일깨우며, 주의력을 환기시키고, 눈을 활짝 뜨게 한다”며 “기도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고, 깨어있음은 이보다 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본문의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님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어둡고 위협적인 뜻을 붙들고 씨름하면서 고심 끝에 “나의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뤄지게 하옵소서!” 하고 결단했지만, 제자들은 아무도 예수님과 함께 깨어있지 못하고 깊은 잠에 떨어졌다고 몰트만 박사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제까지 제자들은 스승을 아무 두려움과 겁 없이 쫓아왔는데, 신실했던 제자들이 빠져들었던 저 특별한 잠은 도대체 어떤 종류인가” 라고 반문하며 “자신의 스승이 그 어두운 밤에 ‘떨고 두려워하기’ 시작했을 때, 제자들에게 알 수 없는 무서운 어떤 위험이 엄습해 왔고, 행복했던 경험 대신 기댈 곳 없이 길을 잃었다는 감정으로 뒤바뀌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몰트만 박사는 “이처럼 제자들의 모든 감각을 얼어붙게 만드는 잠은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핵전쟁과 기후변화의 위험 앞에서 영혼의 마비증세를 일으키고 말았다”며 “하지만 우리가 예수님과 더불어 기도하고 있다면, 얼어붙었던 우리의 가슴이 깨어나고 눈과 귀가 열려 생명에 대한 하나님의 위대한 사랑이 우리를 사로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도 속에서 우리는 세상을 향해 깨어나고, 그때 하나님 앞에서 세상의 높이와 깊이가 드러난다”며 “우리는 그때 가난한 사람들의 궁핍함을 보게 되고, 괴롭힘을 당하는 피조물들의 신음소리를 듣게 되며, 더욱 민감한 주의력을 갖고 살아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몰트만 박사는 “깨어서 기도한다는 것은, 우리가 신비주의적인 관점에서 눈을 감고서 하나님의 미래를 바라보며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아적인 관점에서 눈을 뜨고서 하나님의 미래를 바라보며 기도한다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께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아니다”라며 “신앙은 모든 감각과 지각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하나님을 기다리고 기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나님 앞에서 드리는 기도를 통해서 우리가 깨어날 때, 우리의 체험적인 삶에서 하나님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다”고 말하고, “우리의 삶과 죽음에서 확실한 것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는 하나님의 기대를 받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몰트만 박사는 “우리는 기도로 깨어나 정신을 차리고 하나님을 기대해야 한다”며 “겟세마네 동산의 예수님께서 ‘일어나서 가자!’고 말씀하셨듯, 우리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은 민감한 주의력을 갖고 선물로 주신 새로운 나날 속으로 발을 내디뎌야 한다”는 말로 설교를 마무리했다.

몰트만 박사는 현재 독일 튀빙엔대학교의 명예교수로, 칼 바르트 이후 현대 신학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신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종교개혁 신학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세계가 봉착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첨예한 문제들을 직시하면서 기독교의 전체 교리를 재정립한 신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또 방대한 저술활동을 통해 무수히 많은 상을 받았는데, 특히 노벨상 다음으로 큰 상으로 알려진 "Gravemeyer Award in Religion" 상을 수상했다.

한편, 몰트만 박사는 오는 4일 오후 4시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생명신학협의회 주최로 열리는 '몰트만 교수와 함께하는 생명신학 대토론'에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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