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장애인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장애위원(차관보급)을 지낸 故 강영우 박사와 두 아들 진석(왼쪽), 진영씨의 생전 다정했던 모습.ⓒ자료사진=연합뉴스

"여러분들이 저로 인해 슬퍼하시거나, 안타까워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것이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지난해 12월 초 갑작스런 췌장암 발견으로 ‘한 달여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시한부 삶이 선고을 선고 받고 이달 23일(현지시간) 강영우 박사가 68세의 일기로 소천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압축한 그의 '마지막 편지'는 다시금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그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지인들에게 보낸 마지막 작별의 편지. 그 속에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작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다음은 강영우 박사의 마지막 편지 전문이다.

즐거운 성탄과 2012년 복된 새해를 맞이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올해는 그 어떤 해보다 뜻 깊고 아름다운 한해였습니다. 50년전 서울 맹학교 학생이었던 저는 자원봉사자 여대생인 아내를 처음 만났습니다. 

40년전 저는 그 예쁜 여대생 누나에게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비젼이 담긴 이름 석자, “석.은.옥”을 선물하며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제가 아내와 함께 유학생의 신분으로 미국에 온지도 30년을 훌쩍 넘어 40년이 다 되어 가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창립한 사회복지법인 국제교육재활교류재단은 2012년 20주년을 맞이합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속에서 저희 두 부부의 사랑을  듬뿍 먹으며  휼륭하게 자라난 두 아들은 한 집안의 가장으로, 미국 주류 사회의 리더로서 각자의 분야에서 아버지인 저보다  훨씬 훌륭한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2011년 큰아들 진석이는 워싱턴 포스트가 선정한 최고의  안과의사로 뽑혔고, 차남인 진영이는 지난 8월 오바마 대통령의 선임 법률 고문으로 임명이 되었습니다. 경사에 경사가 겹친다고 10월에 진영이는 어여쁜 딸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단 둘뿐이었던 저희 부부가  올망졸망 손녀딸들과 손자를 데리고 바쁜 일정속에서도 짬짬히 식사도하고, 산책도 하고, 놀이도 하고 있으니 이 또한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행복입니다. 

게다가, 요번 크리스마스에는 조카들과 조카손주들까지 모두 모인다고 하니 어른들과, 초등학생부터 이제 막 태어난 간난아기까지 함께하는 아주 시끌시끌 정신없는 크리스마스가 될것 같아 기대가 매우 큽니다.

저는 지난 해 4번이나 한국을 방문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 냈습니다. 한글책 “원동력”이 두란노서에서 출간되었고, 미국에서는 “Today’s Challenges, Tomorrow’s Glory”가 출간되었습니다.

특히나 원동력은  한국 기독교 출판협회에서 2011년 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내도 자전적 에세이인 “해피라이프”를 출간하여 지난 10월에는 함께 한국을 방문해 출판 기념회를 가졌습니다.  

이번에 함께 연세대학교에 강연회를 참석하느라 오래간만에  아내 팔짱을 껴고 교정을 걷게 되었는데, 예전 아내와 함께 캠퍼스 커플이라도 된냥 신이나서 교정을 누비고 다니던 그때가 생각이나서 둘이 한참을 웃기도 했었습니다.
 
하나님의 축복으로 저는 참으로 복되고 감사한 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저의 실명을 통해 하나님은 제가 상상조차 할수도 없는 역사들을 이루어 내셨습니다. 전쟁이 휩쓸고 가 폐허가 된 나라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두 눈도, 부모도, 누나도 잃은 고아가 지금의 이 자리에서 있을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심 덕분입니다.    

실명으로 인하여 당시 중학생이라면 꿈도 못 꿨을 예쁜 누나의 팔짱을 끼고 걸을 수 있었고, 실명으로 인하여 열심히 공부해서  하나님의 도구로 살아 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됬습니다.
실명으로 인하여 책도 쓸 수 있었고, 세상 방방곡곡을 다니며 수 많은 아름다운 인연들도 만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마련해주신 아름다운 인연들로부터 받은게 너무 많아 봉사를 결심 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강연들도 하게 되었습니다.

두 눈을 잃고, 저는 한 평생을 살면서 너무나 많은것을 얻었습니다.
 
늘 여러분의 곁에서 함께하며, 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마음은 무엇보다 간절하나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다는것이 현실입니다. 

최근 여러번 병원에서 검사와 수술, 치료를 받았으나 앞으로 저에게 허락된 시간이 길지 않다는것이 의료진들의 의견입니다.     

여러분들이 저로 인해 슬퍼하시거나, 안타까워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것이 저의 작은 바램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받은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끝까지 하나님의 축복으로 이렇게 하나, 둘 주변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할 시간도 허락 받았습니다.

한분 한분 찾아뵙고 인사 드려야 하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으로 인해 저의 삶이 더욱 사랑으로 충만하였고, 은혜로왔습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12월 16일
강영우 드림

강 박사는 중학 시절 외상으로 실명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연세대 문과대를 졸업했다. 이후 1972년 도미해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전공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인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가 돼 교수로 활약하다 부시 행정부 7년 간 백악관 직속 장애인권위원회 정책 차관보를 지냈다.

2006년 케네디, 레이건, 클린턴 등의 미국 대통령, 록펠러, UN 사무총장 코피 아난 등과 함께 127인의 위인으로 선정되어 루스벨트 홍보센터 강당의 기념 의자에 기록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빛은 내 가슴에(기독교방송사), 강영우 박사의 성공적인 자녀 교육법(두란노 서원), 교육을 통한 성공의 비결, 어둠을 비추는 한 쌍의 촛불(석은옥 공저), 아버지와 아들의 꿈,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 내 안의 성공을 찾아라(이상 생명의말씀사 펴냄) 등 영어판을 포함 총 14권이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석은옥 여사와 아들 진석(39.폴 강) 안과전문의, 진영(35.크리스토퍼 강) 백악관 선임법률고문이 있다. 진석 씨는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2011년 최고 슈퍼 닥터'에 뽑혔고, 진영 씨는 지난해 10월 미 대통령의 선임법률고문이 됐다.

장례식은 버지니아주의 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서 오는 3월4일 추도 예배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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