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화) 숭실대학교 성소수자 모임과 숭실대학교 총여학생회 등의 주최로 열릴 예정인 <제1회 숭실대학교 인권영화제> 행사가 채 24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숭실대학교 측의 일방적인 대관취소로 인해 행사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 <제1회 숭실대학교 인권영화제>에서는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의 한국 최초의 공개적인 동성결혼을 다룬 영화 <마이 페이 웨딩>을 상영할 예정이었으며, 영화 상영 후에는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가 참석해 관객과의 대화도 하는 시간이 마련돼 있었다.

그러나 상영회 전날인 9일 숭실대학교 측은 총여학생회장에게 공문을 보내 “인권영화제의 내용이 우리 대학의 설립 이념인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교내 행사 및 장소 사용을 허가할 수 없다”며 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또한 “차후에도 우리 대학의 설립이념과 정체성에 반하는 일체의 행사는 허가할 수 없다”며, 인권영화제 대관을 앞으로도 허가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학교 측의 이러한 결정은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의 초청 등을 문제 삼은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의 항의에 굴복한 것이다.

이러한 일방적인 대관취소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2013년 서울여자대학교, 감리교신학대학교, 고려대학교에서는 학생자치모임의 주도로 기독교 사상 최초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주교 이야기를 다룬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의 상영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태와 똑같이 보수 기독교 세력의 항의 전화와 학교 측의 압력으로 돌연 최소 되는 사태가 있었다. 숭실대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또 다시 벌어지니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학생들의 자치를 짓밟는 행위이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학문과 토론, 지성의 전당이 되어야 할 대학교가 단순히 외부세력의 항의로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억압하고 규제한 샘이 된 것이다.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보장해야 할 대학이 오히려 학생들의 활동을 억압하고 규제한다면, 대학교가 대학이라 불릴 이유가 없다. 숭실대학교는 대학의 역할을 망각하고 본분을 잊은 것이다.

인권영화제의 내용이 대학의 설립 이념인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다. 숭실대학교는 기독교 정신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듯하다.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학교 측이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잊고, 오로지 성경 문구 그대로를 해석하여 동성애를 혐오하는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에 동조하는 행위가 오히려 기독교 정신에 위배되는 짓이다. 인류를 사랑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라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이자 기독교 정신이다. 숭실대학교는 대학의 설립 이념인 기독교 정신이 무엇인지부터 정립하고 되돌아 봐야할 것이다.

설사 대학의 설립 이념과 배치된다 하더라도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자유로운 학문과 다양한 가치관의 학습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국제화, 개방화, 세계화, 정보화시대에 미래사회를 주도해 나갈 유능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숭실대학교가 학생들의 자유로운 자치활동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어찌 미래사회를 주도할 유능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겠는가.

인권영화제 내용이 동성애 관련 내용이고, 동성결혼 부부가 학교에 온다는 이유로 장소사용 불허를 내린다는 것은 명백한 성소수자 차별행위이다. 기독교적 사랑을 기반으로 국가와 인류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한다는 그 기독교적 사랑에는 성소수자를 배제하고 차별해도 된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대학교 내에 엄연히 성소수자 모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그 학생들을 모욕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에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는 숭실대학교를 강력히 규탄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1. 숭실대학교는 학생들의 자치를 존중하고, 인권영화제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라!

2. 숭실대학교는 성소수자 차별행위에 대해 사과하라!

2015년 11월 11일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위원장 이수호)

※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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