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박사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샬롬나비 상임대표·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창립원장)

오는 9월 27일 추석은 한국의 세시풍속 가운데 설날과 더불어 가장 큰 명절이다. 음력 팔월 보름을 일컫는 말이며. 가을의 한가운데 달이며 또한 팔월의 한가운데 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가배(嘉俳), 가배일(嘉俳日), 가위, 한가위, 중추(仲秋), 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한다. 민족의 대이동으로 불리는 귀향인파는 추석이 한국인의 삶에 있어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를 보여준다. 이 날에 떨어져 있던 가족들과 친지들을 만나게 되고, 한 상에 둘러 앉아 전통 음식을 먹으며, 혈육의 정을 나눈다. 한국인의 삶의 과정에는 모두 이러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남북한의 극한 대치 상황 속에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감으로 긴장을 완화시키고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의 물고를 텄다는 점에서 이번 추석은 더욱 더 의미가 있다.

한가위의 의미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여라'가 이루어지길 소망하며 살롬나비는 다음과 같이 천명하는 바이다.

1. 추석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일반은총에 감사하는 날이다.

추석은 그동안 농사를 잘 하게 해준 것을 감사하는 농공감사일(農功感謝日)이며 농사의 결실을 보는 절일이다. 추석은 가장 풍요로운 명절이기에 '오월 농부 팔월 신선(五月農夫, 八月神仙)'이라 하며 흐뭇하고 즐거움에 가득한 명절이다. 추석은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 민족고유의 전통문화로서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가족과 친척들과의 만남을 통해 공동체적 유대를 공고히 하는 하나님의 일반은총이다. 서구의 현대문화가 전통문화를 폐기하고 우리의 민족적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는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한민족의 일원으로 우리 민족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갖고 민족의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아름답게 세워 가는데 앞장서야 한다.

2. 남북한은 추석 전후를 남북 이산가족의 만남의 때로 정례화했으면 한다.

추석에는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과 일가친척을 만나 정담을 나누고, 농한기를 이용해서 놀이하고 근친(近親:친정에 가서 아버지를 뵘)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러나 명절에 고향과 가족을 지척에 두고서도 가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북한에 있는 실향민들이다. 민족의 최대명절인 이번 추석에 즈음하여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이 가족들을 만나고 앞으로도 자유롭게 만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최근에 남북한의 극한 대치 상황에서 '9.8 납북합의'를 통하여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앞으로의 만남도 정례화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 가족이 만나 정을 나누는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이 만남에 어떠한 조건을 두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파악한 이산가족 수는 6만 6000여명에 이른다. 1985년 처음 상봉행사를 하던 당시 12만 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숨을 거두었다. 현재 이산가족 평균 연령은 80세의 고령이어서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 있지 않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은 이산가족상봉에 관한 9.8. 남북합의를 반드시 이행하여 북한도 인권과 평화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보여주길 기대한다.

3. 추석의 문화적인 요소는 수용하되 무속종교적인 요소는 그리스도 중심으로 변혁시키자.

우리의 전통 명절에는 종교적인 요소와 일반 문화적인 요소가 들어 있다. 종교적인 요소로는 전통 명절의 중심이 되는 조상숭배가 들어가 있다. 조상숭배 사상은 일 년의 길흉과 농사의 풍작은 조상의 은덕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기독교적인 신앙과 배치된다. 기독교 신앙은 인간의 생사화복과 농사의 풍작은 창조주 하나님의 주권에 달여 있음을 고백한다. 우리는 조상 대신에 하나님께 일 년의 농사의 모든 것을 맡기고, 복을 기원하는 기독교의 신앙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러나 전통 명절에는 이런 종교적인 요소 외에도 일반적인 문화적인 요소가 있다. 농악을 통하여 부락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 오락을 통하여 휴식을 취하며, 가족끼리 만남을 통하여 한 가족임을 다시금 확인한다. 이런 요소들은 현대 도시 문화 속에서 점점 인간의 소외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인간관계를 다시금 맛보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전통적인 명절의 비종교적인 요인들은 과감하게 수용하여야 할 것이지만 무속종교적인 요소는 하나님 중심으로 변혁시켜야 한다.

4. 추석을 민족의 추수감사절로 정착시키는 운동을 하자.

우리는 성경의 절기들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신약적으로, 혹은 우리의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여 수용하였다. 추수감사절은 미국 청교도들이 지킨 것을 우리의 상황에 맞게 재해석 수용한 것이다. 한국교회의 추수감사절은 하나님께 한 해의 수확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드리는 절기로 미국의 전통을 따라 매년 11월 셋째주일에 지킨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우리의 추석처럼 연례 최대 행사 중 하나로,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에 열린다. 추석은 한국 선조들의 토착적 추수감사절이었다. 햇곡식과 햇과일을 하나님께 드린다는 의미에서, 한가위와 추수감사절은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절기의 시기를 일치시킴으로써 추수감사절과 추석이 서로 접근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에서의 첫 수확은 11월이 아니라 9월이나 10월이다. 그 시기에 관해서는 우리 민족 고유의 감사절이라고 할 수 있는 한가위를 기준으로 정하다면 가장 무난하다. 이러한 전통문화와 결합된 추수감사절의 예배는 우리 민족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어 추수감사절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유교 문화로 인하여 전도의 문이 막히고 가족 간에 생기는 이해 충돌이 교회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추수감사절로 드린다면 불신가족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5. 한국교회는 추석을 맞이하여 고향 교회를 부모님 교회로 여기고 방문하고 돕는 방안을 모색·실천하자.

작금 농촌에는 어린아이의 소리가 그치고 노인들만이 있다. 이는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농촌의 부모님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우리가 없었던 것처럼 농촌 교회가 없었더라면 한국교회도 없었다. 농촌 교회는 한국교회의 모판이었다. 도시교회는 시골교회에 은혜를 입었고 이 은혜를 갚는 방안을 모색·실천해야 한다. 따라서 추석을 맞이하여 시골을 방문하듯이 고향 교회를 방문하여 함께 예배하며 감사하며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 명절에 고향 교회에서 가족이나 친지들을 초청하고 격려해 함께 주일예배를 드린다면, 신앙을 갖지 못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기회로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농촌 교회와 결연을 하여 도시 교회에 직거래 장터 등을 마련하여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 9월의 감사헌금 혹은 십일조는 고향 교회에 보내기와 같은 농촌교회 살리는 프로젝트도 실제적 의미에서 공동체 정신을 살리고 하나 된 교회를 이루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나눔이 농촌 교회를 살리고, 도시와 시골 교회가 함께 사랑과 생명을 나누는 공동체가 되어 '하나 됨을 지켜가는' 교회가 된다. 추석은 이웃과의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추석에는 교회가 지역 공동체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기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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