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최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서 간통죄를 위헌 판결하면서 그 근거로 성적자기결정권을 내세웠다. 헌재의 위헌 판결문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헌법 제10조는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고,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은 개인의 자기운명 결정권을 전제로 한다.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성행위 여부 및 그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심판대상 조항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또한, 심판대상조항은 개인의 성생활이라는 내밀한 사적 생활영역에서의 행위를 제한하므로 헌법 제17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역시 제한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가치판단에 있어서 전통적인 성(性) 도덕의 유지 내지 부부간 정조의무 보호라는 법익 못지않게성적 자기결정권을 자유롭게 행사하는 것이 개인의 존엄과 행복추구의 측면에서 더한층 중요하게 고려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헌재는 부부관계의 보호보다는 성적자기결정권이 우선된다고 보았고, 이를 간통죄 위헌의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헌재가 섣불리 꺼내든 성적자기결정권의 활용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더 넓다.

▲불륜중개업체 애슐리 매디슨   ©업체 홈페이지 캡처

이미 성적자기결정권의 논리로 성매매 자유화나 자위기구의 판매 자유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간통죄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금지되었던 기혼자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데이팅업체에 대한 광고가 재개되고 있다. 게다가 동성결혼을 주장하는 이들도 헌재가 열어놓은 꽃길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지난 2014년 독일 윤리위원회의 결정은 최근 헌재의 결정이 우리 사회에 어떤 폭탄을 던질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독일 라이프치히에 사는 파트리크 슈튀빙(38)은 독일 형법 제173조를 어긴 죄로 세 번이나 처벌을 받았는데, 이 형법 조항은 근친상간 금지법으로 부모 자식 간의 성행위와 친족 간의 성행위를 규제하고 이를 어기면 최대 징역 3년형을 내릴 수 있는 조항이다.

▲독일윤리위원회가 형제·자매 간 근친상간 허용에 찬성 표를 던졌다는 제목의 외신 보도. 파트리크 슈튀빙(사진 오른쪽)은 여동생인 주잔 카롤레프스키(사진 왼쪽)와 결혼해 네 자녀를 두었다.   ©news.com.au

슈튀빙은 자신의 친여동생과 결혼하여 네 명을 자녀를 낳아 기르고 있는데, 그의 끈질긴 투쟁으로 인해 의사·과학자·법률가 등 24명 위원으로 구성된 독일윤리위원회는 근친상간 금지법 개정 권고안에 14명이 찬성하며 형법 조항의 개정을 요구했다. 그런데, 위원회는 "성인 남녀가 성적자기결정권을 가지는 기본권은 가족 보호라는 모호한 개념보다 더 중요하다"라고 밝히며, 근친상간 금지법률의 위헌성을 성적자기결정권에서 찾았다.

한국에서 헌재가 제시한 성적자기결정권이 독일에서는 '부부관계의 보호'를 넘어 '가족관계의 보호'보다도 더욱 중요시되는 권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독일윤리위원회의 권고가 강제력이 없고, 독일 정치인들도 아직까지는 법을 개정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하지만, 법개정은 말 그대로 '아직까지' 실행되지 않았을 뿐, 언제든지 가능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친족 간의, 그리고 부모, 자녀간의 성관계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달렸다는 논리적 근거가 이미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헌재가 근거로 삼아 따라가기 원했던 '세계적 추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부부나 가족보다 더욱 모호한 개념인 성적자기결정권은 동성혼 합법, 일부다처제 합법, 근친혼 합법을 '세계적 추세'로 만들어낼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런데 막연한 '세계적 추세'의 뒷꽁무니만을 좇기 급급한 헌재가 앞으로 더욱 어려운 난제들을 두고 이성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주인공 오대수는 그에게 복수하는 이우진이란 인물에 의해 15년 동안 감금 당한 뒤 풀려나 한 여성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 여성이, 다름아닌 15년 전에 헤어진 자신의 친딸임을 알게 된 후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경험한다. 하지만, 앞으로의 한국 사회에서 오대수의 고통은 성적자기결정권에 무지한 한 사람의 어리석음으로 이해되고, 친누나를 성적으로 사랑한 이우진의 사랑이 찬양받게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이제 헌재가 함부로 꺼내든 성적자기결정권이란 칼날을 다시 칼집 속에 집어넣고 싶어도 집어넣을 명분은 또 어디서 찾을 것인가? 현대판 왕권신수설이 되어 국가와 가족이 파괴되든 말든 개인 권리의 절대성 앞에, 모든 사람을 무조건 복종하게 만드는 성적자기결정권을 누가 어느 선에서 통제할 것인가? 법은 인간의 의식과 생활을 반영하지만, 또다시 인간의 의식과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9명의 인간이 만든 작은 눈덩이가 더이상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눈사태가 되어 한국사회를 덮치기 전에, 헌재는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이 사회를 안정시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글ㅣ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 건강한 사회를 위한 국민연대(건사연)는 많은 독소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로, 동성애 및 동성결혼, 종교 및 표현의 자유 문제 등 차별금지법과 관련하여 다루고 있다. 블로그 '바로가기'

※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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