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국기.   ©wikipedia.org

[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핀란드 루터교의 영적 수장이 '동성결혼에 찬성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데 따라 이에 반대하는 교인들의 교단 탈퇴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는 2일(현지시간) 핀란드 언론 보도를 인용해 이와 같이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핀란드 루터교회 지도자인 카리 마키넨(Kari Mäkinen) 대주교가 최근 의회를 통과한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에 지난 11월 28일 찬성 의사를 밝힌 이후로 시작된 교인들의 탈퇴가 지난 주말 대대적으로 확산되어 이틀간 무려 7,800명이 교단을 등졌다.

마키넨 대주교는 "법안이 통과되어 기쁘다"며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성적소수자들과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날이 얼마나 의미 있는 날인지 알고 있다"며 "진심으로 그들을 위해 함께 기뻐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주교는 또한 "핀란드 교회는 다른 북유럽 교회들과 마찬가지인 상황에 놓여 있다. 결혼에 대한 우리가 갖고 있는 개념을 근본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바로 재검토의 때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교회가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는 동성결혼에 대한 교단의 전체적 입장과는 반대되는 것으로, 핀란드 루터교회는 "하나님께서는 남성 여성이 사랑의 상호 관계 속에서 함께 살아가도록 창조하셨고, 결혼은 이러한 하나님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교단 헌법을 통해 명시하고 있다.

대주교의 발언은 보수적 교인들의 강력한 반발을 낳았으며, 주말 동안 8,000명에 가까운 교인들이 항의의 뜻으로 교단을 떠나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핀란드 국민의 78%가 루터교회 소속으로, 교인들의 탈퇴는 핀란드에서 교회의 주요 재정 공급원인 교회세를 의무를 거부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 항의가 확산됨에 따라 탈퇴하는 교인들의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핀란드에서는 11월 28일 의회에서 105대 92로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이 통과됐다. 핀란드는 지난 2002년 제정한 시민결합법안에 따라서 동성애자 커플에 법적 지위를 부여해 왔으나 동성결혼은 인정하지 않아 왔다.

근소한 표차가 보여 주듯, 핀란드 정계에서도 동성결혼 합법화를 둘러싼 찬반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알렉산더 스텁(Alexander Stub) 총리는 "핀란드는 차별이 존재하지 않고 인권이 존중받으며 자신의 성적 지향과는 무관하게 모두가 결혼할 권리를 지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의 뜻을 밝혀 왔다.

그러나 야당 지도자인 미카 니코(Mika Niikko) 의원은 "모든 핀란드의 어린이들은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를 가질 수 있는 권리를 누려야 한다"며, "이것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우리 사회 전체가 걸린 문제"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들의 미래를 담보로 이러한 변화를 시험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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