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한국선교신학회 제6차 공동학회가 8월 30일 주안대학원대학교에서 1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지희 기자

[이지희 기독일보·선교신문 기자] 국내 체류 외국인이 170만을 넘어서는 등 우리나라가 다문화 사회로 급속히 진입하고 있다. 이제 '다문화'는 복지, 교육, 문화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핵심코드로 자리 잡았다. 국내 사역 현장에서도 다문화 가정,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선교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다문화 사역을 위한 전문적이고 전략적인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이때,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KEMS)와 한국선교신학회(KSOMS)가 '다문화와 선교'를 주제로 제6차 공동학회를 진행했다. 8월 30일 오전 11시 30분 인천광역시 주안대학원대학교에서 열린 행사에는 양 학회 회원 1백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이광순 주안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종려나무 같이, 백향목 나무같이'(시92:12~15)라는 제목의 1부 예배 말씀에서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와 한국선교신학회가 종려나무와 백향목처럼 오래되어도 많은 열매를 맺고, 뿌리가 깊으며, 기둥이 높고 곧아 한국교회에서 흔들림 없는 역할을 감당할 것"을 강조했다. 또 이 총장은 "성전의 기둥처럼 한국교회의 기둥이 될 바른 인물을 키워가는 두 학회가 될 것"을 요청했다.

2부 논문 발표 시간에는 임희모 한일장신대학교 교수가 '한국의 다문화적 상황과 다중적 다문화선교사 리더십', 장훈태 백석대학교 교수가 '다문화 가정의 자녀 문제와 한국교회의 선교 교육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좌장은 정흥호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교수, 전석재 백석대학교 교수가, 논찬은 이종우 백석대학교 교수, 장남혁 서울장신대학교 교수가 각각 맡았다.

발제자들은 이날 한국인의 자문화 중심적 태도와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지적하고, 한국 사회와 교회가 다문화 시대에 걸맞은 다양성을 수용하는 폭넓은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교회가 이주민에게 다가갈 때에는, 그들의 문화, 가치관, 성향을 깊이 파악하고, 상호 이해와 존중을 기반하여 복지, 교육, 교제 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이종우 교수, 임희모 교수, 정흥호 교수   ©이지희 기자

◆ 다문화 사회에서 다중다문화 선교사의 리더십

이날 역동적인 한국의 다문화 상황에서 다중다문화 선교사의 리더십에 대해 제안한 임희모 교수는 기존에 주로 다뤄진 인권적, 사회복지적 관점보다, 문화적 관점에서 다문화 상황과 한국교회의 다문화 선교의 한계를 분석했다. 그는 "한국의 문화와 다른 타문화를 가진 외국인일 경우, 문화의 문제로 그 사람의 인격과 정체성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며 "특히 자문화중심적 사고와 태도를 가진 한국인은 다름과 차이, 차이에 대한 존중, 다양성의 인정, 공존과 상생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누구나 다중다문화 선교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문화적 역량이 닿지 않으면 상호문화선교사나 다문화사역자로서 사역의 범위와 수준을 한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의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

그는 "오늘날 한국사회는 다문화 사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인구학적 통계로 살펴보면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 1단계(인구의 2~3%)를 넘어 5%에 진입하는 2단계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법무부 출입국에 의하면 2014년 6월 30일 현재 한국체류 외국인은 총 169만 8,983명이며, 한국의 총인구(5,114만 1,463명)의 3.1%에 이른다. 외국인 체류자가 많은 국적은 중국(85만 9,911명, 한국계 25만 4,240명 포함), 미국, 베트남, 일본, 필리핀, 타이,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이다. 결혼 이민자 체류도 중국(6만 1,547명), 한국계(2만 5,424명), 베트남(4만 775명), 일본(1만 2,435명), 필리핀(1만 782명), 캄보디아(4,765명), 타이(2,654명), 몽골(2,371명), 기타(1만 6,806명) 등이다.

시군구별로는 안산시(7만 5,137명), 서울 영등포구(5만 8,927명), 경기도 수원시(4만 7,237명), 서울 구로구(4만 5,232명) 순이고, 1만 명 이상 거주 시군구는 작년 44개보다 5개 증가한 49개 지역, 주민등록인구 대비 5% 이상 거주 지역은 작년 22개보다 2개 증가한 24개 지역으로 조사됐다. 읍동별에는 경기도 안산시 원곡본동(2만 9,726명, 주민등록인구 대비 89.4%)으로, 읍면동 단위에도 6개 지역에 1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외국인 주민 자녀 중 만 6세 이하 미취학 아동과 만 7~12세 이하 초등학생이 83.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 교수는 "다문화 상황 진입 초기에는 인권, 복지 문제가 거론되고, 이후 정신적, 문화적 이슈들이 연구되고 정책에 반영된다"며 "지금까지 인권, 가정 문제 등 이주민에 대한 사회 이슈를 중심으로 논의했지만, 이제는 이주민의 문화와 다문화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심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한국선교신학회 제6차 공동학회가 8월 30일 주안대학원대학교에서 1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지희 기자

◆ 한국교회의 다문화 선교

그는 KD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이 작성한 '이주민선교 기초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한국교회의 다문화 선교는 교회부설, 이주민교회, 이주민 선교기관/센터, 이주민 기관, 복합형태 등으로 다양하고, 이들을 위한 문화, 복지, 인권, 경제 등 프로그램은 대부분 이주민의 권익과 관련된 사회운동적 성격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 이주민 선교의 목적은 통전적(전도, 사회봉사, 28%), 전도(25%), 세계선교(19%), 인권향상 및 삶의 질 개선(17%), 교회개척(8%)으로, 이주민 자체의 인격, 자유, 문화 등 주체적 삶을 살게 하는데 목표를 두기보다 교회와 관련한 프로그램으로 이주민 선교를 설정하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희모 교수는 이러한 한국교회의 다문화 선교에서 △다문화 선교 사역자 양성과 훈련에 대한 관점 문제 △다문화 선교에서 문화적 접근이나 문화선교에 대한 강조가 약한 것에 주목하고, 각각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역자들의 각 이주민에 대한 이해, 또는 이주민 문화 이해 △소수 이주민을 주체화하는 문화 접근으로서의 다문화 선교를 수행할 것을 제안했다.

◆ 새로운 다문화 선교 패러다임

그는 또 한국교회에 이주민과의 만남에 대한 이해와 상호문화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임 교수는 "이런 절차를 통해 이주민 선교가 진행되고, 이주민에게 변화가 일어난다"며 "상호문화적 선교를 하는 선교사는 모든 곳에서 와서, 모든 곳의 다문화 현장을 섬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섬김은 각기 다른 다양한 문화를 지닌 이주민을 한 뭉텅이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문화를 지닌 다수의 이주민을 대상으로, 각 이주민에게 맞춤식 선교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다중적 다문화 선교(multi-multicultural mission)이고, 이를 사역하는 사람이 다중적 다문화 선교사(multi-multicultural missionary)"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다중다문화 선교리더십은 "각 이주민의 문화권을 전문적으로 이해하고, 심지어 국가 문화를 숙지하고, 이주민의 인격과 세계관, 정체성을 파악해야 한다"며 "이때 이들을 구원하는 복음 선교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다중다문화 선교사와 문화적 역량

이 때문에 다문화 사회의 전문인력과 다문화 사역자 교육 커리큘럼은 '기능적 전문성'뿐 아니라 '문화적 역량'에 대해서도 강조해야 하며, 선교사적 관점에서 사역의 목표와 교과 과정을 새롭게 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 전문인력이 갖춰야 할 '문화적 역량'은 △고양된 의식(자신의 문화, 가치관, 행동양식만 선호되는 것이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근본적인 자기 변화) △근거에 기반한 지식(왜곡된 지식이나 정보 인지, 바로잡기) △경험적 기술 전문성(지속적 기술 습득, 조직적, 지역사회적, 사회·경제·정치적 차원 등에서 기술적 문제 개입, 간 문화적 의사소통 능력 등)이라고 설명했다.

임희모 교수는 "한국인은 문화적 세계주의보다는 자문화중심주의적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다중다문화 선교사는 다른 문화 출신의 이주민을 이해하고 섬기는 데 필요한 문화역량을 갖춰야 하며, 민감한 문화적 감수성을 가지고 이주민과 소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주민과 만날 때 상황에 따라 능숙하게 처리하는 상황적 리더십, 곧 '경험적 기술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문화주의는 소수 집단의 문화를 동화,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기본으로 소수그룹의 문화와 정체성이 발현되게 하는 것"이라며 "다중다문화 선교사는 이 원칙에 따라 멘토, 코치, 헬퍼로서 예수님이 구현한 하나님 나라를 증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교 사명을 가진 기독교인은 이주민에 대한 이해와 배움을 통해 상호 변화를 지속적으로 경험하면서, 초문화적, 초국적, 탈영토적 정체성, 글로벌 비전을 가질 것을 요청했다.

또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는 170만 이주민 공동체를 위해 말씀과 선행으로 이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변화시키는 통전적 선교를 수행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교회가 이들의 문화적 필요에 따라 친교하고 친구가 돼야 한다"며 "지역학을 기반으로 말씀과 행위의 복음적 통전성뿐 아니라, 거시적으로 복음과 문화의 통전적 접근도 연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논찬한 이종우 교수는 다중 문화 회중을 상대로 예배를 드릴 때 소통의 한계 등을 지적하고 "다중적 다문화 사역도 필요하지만, 이미 동일 언어, 문화 그룹끼리 교류하고 있는 것처럼 '1교회 1언어권 공동체' 설립을 장려해 추진하면 도시 이주민 선교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한국인 사역자가 이주민 네트워크와 현지인 사역자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며, 한국교회는 평일에 운영되는 사회통합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부분 이주민에게 자신감을 갖고 다가설 것을 당부했다.

왼쪽부터 장남혁 교수, 장훈태 교수, 전석재 교수   ©이지희 기자

◆ 다문화 사회와 다문화 가정

장훈태 교수도 이날 "한국인은 자문화 중심주의를 벗어나야 한다"며 "통전적 시대에 넓은 세계관을 가지고 이주민과 교류하고 사역할 때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문화 정책도 정부, 지역, 교회가 통일적인 정책과 행동을 펼칠 때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경에 나타난 다문화 사회의 기초는 생활양식에 대한 수용성을 통해 문화적 생산과 하나님 나라에 대한 꿈을 갖는 데 있다"며 "성경에서 출발한 다문화 가정을 인정한다면, 오늘의 교회와 성도들은 다문화 사회에 대한 거부감과 민족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장 교수는 다문화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 중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의 문제와 이들의 선교적 교육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장훈태 교수는 "다문화 가정 자녀는 정체성 혼란과 자존감 약화, 단밀 민족 사상에 젖은 한국사회에서의 차별과 따돌림, 문화 차이로 겪는 스트레스 등이 문제"라며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진정 원하는 것은 가족처럼 다가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해결책은 한국 사회가 그들의 문화와 가치체계에 맞는 현장화와 개인의 성향을 철저히 파악하여 다가가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 전환

장 교수는 성경적 다문화 정책 방안을 모색하기에 앞서 목회자와 성도들의 다문화 가정 자녀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그들의 문화적, 언어적, 사회적 고통을 이해하며, 개개인의 포용성과 한국교회의 문화적 포용력, 책임감, 소통의 장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선교 교육을 위해서는 다문화에 대한 배타적 생각을 버리고, 다문화 가정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서 인식을 변화시키며, 취학 연령대의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위해 방과후 학교, 한국문화 적응,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관심을 기울일 것을 요청했다. 또 그들의 공동체 생활을 돕는 교육, 긍정적 자기 인식 심어주기 등은 다문화 가정의 적응을 높이고, 다문화 선교 교육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 교수는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한국교회의 선교 교육은 더 실제적, 실천적이고 그들의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풀어가야 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교회는 사람을 변화시키고 영적 생명을 살리는 교육이 오직 하나님 말씀에 있다는 것을 믿고, 성경에 근거한 교육을 실행할 것"을 강조했다.

또 이들을 위한 선교 프로그램은 ▲전통적 가족 규범의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과 성경적 선교 교육 ▲관련 전공자를 통한 선진화된 교육시스템 안에서 비차별, 평등 등 민주주의 가치 습득 프로그램 운영 ▲성경에 입각한 사회통합 프로그램 운영 ▲저출산, 고령화, 다문화 등에 의해 발생할 다층적 문화 수요, 교회 위기 대응 정책 개발 △멘토를 통한 상담활동, 이중 언어 프로그램, 자아정체성 교육, 사회적응 프로그램 ▲공급자 중심의 접촉, 접속, 접합 교육 등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마지막으로 "한국의 이민 정책의 모델인 독일이 이민정책의 실패를 시인한 가운데, 한국 사회와 교회는 보다 진취적인 태도로 다문화 가정의 자녀를 감싸 안아야 한다"며 "이주민을 차별하지 않고 더불어 살고, 포용하는 마음만이 보편적 세계 시민을 지향하는 선교적 교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을 위한 봉사 프로그램, 예배, 교육, 교제, 선교적 마인드 등 교회의 모든 기능을 통한 다문화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남혁 교수는 이날 논평에서 "다문화 가정 사역이 분명한 방향과 전략이 부재한 가운데 퍼주기 경쟁으로 치우칠 때, 다문화 가정 자녀의 역량 강화보다는 의존성만 강화시키는 쪽으로 치우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많은 교회가 거시적 상황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기존 사역에 매몰돼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운데 전략적, 총체적인 선교 교육과 사역 방향을 제시해 시의 적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교회를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까지 제시됐다면 보다 유익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한국선교신학회 제6차 공동학회가 8월 30일 주안대학원대학교에서 1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지희 기자

한편,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는 오는 9월 13일 천안반석교회에서 제74차 정기논문발표회, 10월 18일 새에덴교회에서 제64차 한국복음주의신학회 및 제75차 정기논문발표회를 진행한다. 또 한국연구재단 등재 학술지인 '복음과 선교' 28집을 12월 출간할 예정으로, 11월 초까지 논문을 받는다.

한국선교신학회는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온양관광호텔에서 '평화(샬롬)'를 주제로 한국기독교학회와 정기총회를 진행한다. 주제 발표는 조은식 숭실대 교수, 자유발표는 안승오 영남신대 교수가 하며 논찬은 박창현 감신대 교수, 정기묵 장신대 교수가 각각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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