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석 교수   ©기독경영연구원

영혼을 가진 지성적 존재로 사람을 대하면 모든 것을 잃지는 않는다. 반대로 소 떼로 취급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언젠가 그 뿔로 당신을 들이받게 될 테니까

인용된 것은 프랑스 계몽사상가였던 볼테르의 글인데, 조나단 와이트(Jonathan B. Wight) 교수의 경제전문소설 '애덤 스미스 구하기(원제; Saving Adam Smith)'에 나온다. 이 소설은 스미스의 영혼이 남의 몸을 빌어 다시 나타나서 현재 경제학의 왜곡을 질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금의 경제학에는 이익의 극대화를 위하여 수단화된 인간, 즉 인간의 도덕 상실 현상이 있음을 지적하고, 국부론보다 더 일찍 출간되어 국부론의 기초가 된 스미스의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 1759)'의 측면에서 현대 경제학을 재조명할 것을 촉구한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과 공감을 형성하는 것이 도덕적 행동의 기초이며, 그것은 공정한 관찰자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전 국민이 오랫동안 애통해하고 분노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배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사람을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어린 학생들이 많이 희생되었다는 점이 우리를 더 아프게 한다. 다양한 관점에서 이 사건을 조망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은 너무나 총체적인데, 국가 시스템, 경찰, 정치, 사회, 학교, 기업, 종교, 문화, 언론 등 관련되지 않은 영역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기업에 한정한다고 해도 기업의 존재목적, 경영자의 자질과 리더십, 지배구조, 기업윤리, 직업윤리, 비정규직, 안전관리 시스템 등 매우 다양한 주제와 연관되어 있다. 급기야 정부는 담화를 통해 해양경찰청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이라는 강수를 제시했지만 이에 대한 평가 의견은 서로 갈린다. 이 사건이 단순히 정부조직의 구조적 설계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관행, 기업인의 탐욕적 경영, 현 제도의 기반이 되고 있는 패러다임, 낮은 직업윤리 수준 등이 맞물려 있어서 해결책이 간단한 것은 아니다.

기업경영의 관점에서만 보면, 이번 사건은 한 마디로 '영혼 없는 기업의 난폭함'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영혼이 있는 기업은 고상한 기업의 목적을 가지고 초월성의 차원을 인정하는 경영의 높이, 보다 넓은 존재론적 맥락 속에서 사회와의 연결성을 추구하는 경영의 넓이, 조직 구성원들이 깊은 성찰과 내면의 삶을 가지고 일관된 삶을 살도록 돕는 주체성의 차원인 경영의 깊이, 그리고 영원에 맞닿아 살아가는 지혜와 관계되는 궁극성의 차원인 경영의 길이가 제법 갖춰져야 한다. 영혼이 없는 기업은 현세적이고 돈만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자기 기업만 생각하며, 개인들이 아무 생각 없이 파편화된 모습으로 일을 하게 하며, 단기적 업적위주의 경영을 하게 된다. 영혼이 없는 기업은 생명을 중시하지 못하고 공동체를 세우는 데는 관심이 없다. 생각이 별로 없으니 매우 난폭하고 위험하다.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인건비를 줄이면서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윤리의식을 충분히 가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보고 기억하고 고쳐야 한다. 그 일련의 과정을 부단히 해야 한다. 첫째로 현상을 직시해야 한다. 너무 아파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뉴스보기를 꺼려했는지 모른다. 이 이야기를 또 꺼내기조차 부담스럽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을 똑바로 쳐다 봐야 한다. 무엇이 잘못인지 들여다 보고 논의하고 들추어 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거울에 비친 수치스런 모습을 보기 싫어 거울을 피한다. 힘들지만 우리도 세 번 주님을 부인한 베드로가 죽기보다 싫었던 그 모습을 떠올리고 맞닥뜨렸던 그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기억해야 한다. 곧 있을 월드컵 경기나 다른 이슈들이 우리 머리를 채워나갈 때 이번 일이 점점 잊혀지고 사라져갈까 두렵다. 이 사건이 아무런 변화나 성숙의 열매가 없이 잊혀지는 더 슬픈 일이 생길까 두렵다. 우리의 애통과 분노도 일시적인 감정 변화 이상의 그 어떤 것도 아니라고 한다면 이번 희생은 헛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야고보는 "누구든지 말씀을 듣고 행하지 아니하면 그는 거울로 자기의 생긴 얼굴을 보는 사람과 같아서 제 자신을 보고 가서 그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곧 잊어버리거니와"(약 1:23-24)라고 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속한 조직이 바로 설 수 있도록 고쳐나가야 한다. 이제 감정의 분출을 바른 방향의 에너지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가 가진 지식과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고, 또 우리의 의지가 발동되어 인내하는 가운데 결실을 보기까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영혼이 없는 개인, 조직, 국가는 난폭하고 무서운 존재가 된다. 우리가 직시하고 기억하고 고쳐가야 하는 일은 곧 영혼을 회복하는 일이다. 기업경영의 높이, 넓이, 깊이, 길이는 우리 주님의 사랑의 넓이, 길이, 높이, 깊이가 어떠함을 깨달을 때(엡 3:19) 가능해질 것이다. 마음의 생각과 가치가 상실된 사회에서 영혼 없이 부처만 신설한다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가치에 대한 담론이 사라진 상태에서, 누가 무슨 얘기를 해도 바로 무너뜨리는 여유 없는 심령의 척박함 가운데서, 우리는 부르짖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 우리 영혼을 회복시키소서! 이 땅의 무너진 기초를 다시 쌓아갈 수 있는 믿음과 용기를 주소서! 이 땅을 새롭게 하소서!

 출처: 기독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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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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