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Pietà)ㅣ미켈란젤로 부르나요티(Michelangelo Buonarroti)ㅣ1498-99.ㅣ성 베드로 대성당   ©wikipedia.org

사순절(四旬節)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념하여 참회하며, 부활절(復活節)을 준비하는 교회의 절기이다. 사순절이란 단어는 성경에는 없다.

사순절은 재의 수요일 (Ash Wednesday)부터 부활절 (Easter) 전 날인 성(聖) 토요일까지의 기간이다. 40일의 평일과 6번의 주일이 포함된다. 2014년은 3월 5일부터 4월 19일까지이다.

사순절을 상징하는 성서화는 십자가와 피에타이다. 피에타(Pietà)는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성모 마리아의 무릎에 올려놓고 성모가 비탄에 잠긴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원래 피에타란 말은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이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조각한 피에타는 현재 바티칸 시국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 보관되어 있으며 르네상스 시대 조각 예술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피에타상은 유일하게 미켈란젤로가 직접 자신의 이름을 새긴 작품이기도 하다.

피에타 앞에 서서 이 조각을 바라보면 세상에서 만날 수 있는 극한의 슬픔이 몰려온다. 마리아의 머리를 정점으로 피라미드형 구도 속에 아래로 퍼지는 마리아의 드레스는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혔던 골고다 언덕을 연상하게 된다. 또한 고전적 아름다움을 강조한 르네상스의 이상을 잘 보여주는 어머니와 아들의 아름다운 육신을 보면서 자기 생명의 분신인 아들의 죽음을 안고 오열하는 어머니의 슬픔과 고통이 우리에게 전해온다

그리스도의 죽음과 슬픔에 동참하는 절기가 교회력(敎會曆)에서는 사순절이다. 그런데 왜 그 기간이 40일인가? 40이란 숫자는 성경에서 자주 사용되는데 고난과 위기, 역경이라는 상황과 결부되지만, 그 기간은 다음 사역을 위해 준비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숫자이다.

초대교회(1세기)에서는 예수께서 무덤에 계신 시간과 같은 40시간을 경건하게 지켰다. 그 후 주후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에서 40일로 정하였다. 사순절(四旬節)에서 사순(四旬)은 40일인데 예수님이 세례를 받은 후 광야에서 금식하며 시험을 받은 일(마태복음 5장)에서 유래한 것이다.

사순절을 영어로는 'Lent'라 한다. 이는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의 봄날"이라는 뜻의 고어인 '렌크텐(Lencten)'에서 나왔다. 이 말은 성경에서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3:16)"는 구절과 상통하고 있다.

초기의 그리스도교도들은 사순절을 그리스어로는 테사라코스테(Tessarakoste), 라틴어로는 쿠아드라게시마(Quadragesima)라고 불렀는데 이 말은 둘 다 "40번 째"라는 뜻이다.

사순절의 첫날은 재의 수요일 또는 성회(聖灰)수요일이다. 사순절이 재의 수요일부터부터 시작된 것은 6세기의 그레고리 교황 때부터이다. 재를 몸에 뒤집어쓰는 것은 성경에서 깊은 회개를 의미한다. 이날 교인들은 머리에 재를 뿌리고 삼베옷을 입었다.

부활절 바로 앞 주일인 종려주일(Palm Sunday 또는 성지주일)에 교회에서 사용한 종려나무 가지를 교인들에게 나누어 주면 이를 집에 가지고 가서 십자가에 걸어 두었다가 다음 해 재의 수요일에 태워서 재를 사용한다. 로마 가톨릭에서는 지난해 종려주일에 사용한 종려나무 잎을 태워 얻은 재로 이마에 십자가 표시를 받는다.

재를 머리에 뿌릴 때는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창3:19)"는 말을 하는 관습이 있었는데 이는 창조와 원죄 그리고 예수의 십자가를 통한 영생이라는 깊은 신학이론이 뒷받침하고 있다.

사순절 절기에 지켜야 하는 신앙행위는 세 가지이다.

첫째는 참회(회개·悔改)이다. 나의 죄 때문에 예수님이 고난을 당했다는 고백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며 참회의 예절을 엄격히 지키는 것이다. 재의 수요일에 머리에 재를 뿌리는 의식부터 참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둘째는 금식과 절재와 경건이다. 예수님이 광야에서 40일 동안 시험을 받으며 금식한 모습을 묵상하는 절기이다. 사도시대에는 금식이 엄격했으나 서방교회는 재의 수요일과 성 금요일만 금식하고 동방교회는 토요일, 주일을 제외한 사순절의 평일은 지금도 금식의 관습을 지키고 있다.

오늘날 개신교회에서는 금식보다는 절제와 경건을 더 강조하고 있다. 무교절 기간의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되새긴다는 의미에서 누룩 없는 빵과 고기를 넣지 않은 검소한 사순절 음식(Lenten Fare)을 먹으며 성경을 읽고 기도와 묵상을 하며 기호식품과 오락을 삼가는 경건하고 절제된 생활이 더욱 중요하다.

셋째로는 세례를 받는 준비기간이다. 초대교회는 매 주일예배를 작은 부활절 (Little Easter)이라 부르며 세례를 베풀었다. 교부 터틀리안은 "부활절은 특히 세례를 베푸는 데 의미가 있는 날"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사순절 기간은 예수님이 세례요한으로부터 세례 받은 일을 묵상하여 신자들이 세례를 준비하는 기간으로서 부활절에 세례를 받게 된다.

사순절은 자기를 부인하고 예수님이 진 십자가를 내가 지고 동참하는 순례의 절기이다. 사순절의 고난이 없으면 부활절의 기쁨도 없다. 참회와 경건을 통해서 부활의 생명에 동참하는 뜻 깊은 절기인 사순절은 기독교 역사에서 오랫동안 지켜온 아름다운 관습이요 신앙행위이다.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1992년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어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35년간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를 모으고 있다. 그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은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2011년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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