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선교사 존 쇼트 씨의 억류와 추방,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 씨와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케네스 배 씨의 억류 사건은 모두 북한에서 법으로 금지하는 종교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발생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일 존 쇼트 씨를 추방하며 억류 이유에 대해 "쇼트는 광명성절(김정일 생일 2월 16일) 평양의 불교 절간을 참관하는 기회를 이용해 종교선전물을 몰래 뿌렸다"고 밝혔다. 통신은 쇼트 씨가 자신의 행위가 '범죄'임을 인정하고 용서를 간청했다며 연령상 관계를 고려해 추방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7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김정욱 선교사도 "본인은 반국가 범죄 혐의로 북한에 억류됐다"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죄한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작년 10월부터 5개월째 억류 중인 침례교 선교사인 김 씨는 중국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으며, 성경, 교리교육용 영상 등 종교관련 자료를 가지고 평양으로 가려다 체포됐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 김정욱 선교사 기자회견 모습, 존 쇼트 선교사의 부인이 남편이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 카네스 배 석방 요구를 위한 행사에서 편지를 쓰고 있는 참석자

2012년 11월에 체포돼 16개월 째 억류 중인 케네스 배 씨는 예수전도단 소속 선교사다. 그는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북한선교 전문가 및 탈북자들은 "최근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것을 사건 그대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한국교회는 이를 통해 북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북한 관련 보도들을 곱씹어보고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는 훈련과 자세는 북한선교 관계자뿐 아니라 복음적 통일을 원하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도 필요하다"며 "근본적으로는 지금의 북한 체제가 변화돼 종교 자유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전 성도들이 기도하고, 북한 선교에도 더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선교단체 관계자는 "북한에 복음을 전하려면 현장 분위기를 충분히 이해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방문해 전도지를 남겨두고 온 쇼트 선교사의 개별 행동은 북한의 현장 분위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실수였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당국이 케네스 배 씨를 억류한 것을 보고 북한선교단체들은 상황을 판단하고 이미 조심하고 있는데 쇼트 씨가 다소 나이브(순진)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공산권 선교는 '은근슬쩍 보여주고 듣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이는 공산체제라는 빈틈없이 악한 체제의 틈을 타서 공략하는 것으로 호텔에 성경책을 펴놓고 가거나, 도청을 염두에 두면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들려주는 방식"이라며 쇼트 씨도 이 같은 의도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호주 선교사가 석방됐지만 김정욱 선교사는 아직 억류돼 있다"며 "이러한 사건들이 오랜 기간 북한 사역을 해 온 전문단체들의 활동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북한의 전체적 분위기 안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개별적 활동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퉁이돌선교회 A간사는 "존 쇼트 씨가 빠른 시일 내 석방된 것은 고령이기도 하지만, 호주 정부가 식량 원조 같은 북한 정부가 원하는 것을 흡족할 만큼 제공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조건 없이 석방됐을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A간사는 "어쨌든 존 쇼트 씨가 관광 목적으로 방북해 절에서 전도지를 뿌린 것은 우리 안목으로 무모해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복음전도가 철저히 제한된 북한에서 그의 행동은 종교를 아편으로 생각하고 절대적으로 거부하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 매체가 최초로 외국인이 종교활동을 하다 체포, 추방된 사실을 보도했다"며 "북한 내 은밀하게 신앙을 지키는 지하교인들에게는 이 사건 자체가 위로와 힘이 되었을 것이고, 하나님이 일하신다면 믿지 않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복음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75세 된 외국인도 위험을 무릎 쓰고 전도지라도 놓고 오는 열정이 있는데, 복음을 거부하는 북한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복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 우리도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기독교총연합회 총무 강철호 목사는 "호주 선교사가 기독교 인쇄물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감금됐는데 왜 소지하지 말라는 것을 가져갔느냐고 많은 사람들이 비판한다"며 "말로만 순교 정신을 외치면서 평양을 방문해서는 아무 말도 못하는 일부 지도자들보다 목숨을 걸고 복음을 전하려는 이들을 통해 북한 주민들도 전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체제 유지를 위해 종교, 인권 탄압을 행하는 북한 당국과 북한법이 문제이지 잘못된 그들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김정욱 선교사의 방북 과정에서 북한 공작원이 의도적으로 접근해 북한의 지하교회를 소개해 주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A간사는 "북한을 조금만 더 이해하고 분별한다면 조선족 여권을 만들어 북한 지하교회를 방문할 수 있다고 말했을 때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북한 지하교회를 외부인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중심적 생각이지, 북한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북한을 선교할 때는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간사는 북한을 이해할 때 우리 중심적 생각에서 이해하고 설명하려면 안 된다며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가 적화통일을 위해 만들어진 국가이고, 법 자체도 체제 유지에 조금이라도 반대되면 처벌하게끔 되어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외부에서 인권문제를 제기해도 자신들은 법이 그렇기 때문에 큰 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욱 선교사, 케네스 배 선교사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서도 "분명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북한의 시나리오 대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북한에 억류되면서 모든 외부 접촉이 차단되고 감시와 취조, 고문 때문에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그들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의 복음 증거가 북한법을 어긴 것은 사실이지만 하나님을 부인한 것은 아니다"며 "억류된 선교사들이 극한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북한선교 전문가는 "북한에서 종교 자유가 실현되려면 북한 사회가 변해야 한다"며 "북한 주민들이 한국 영상물, 중국 사람 등을 통해 외부 소식을 많이 접하면서 이제 북한 당국의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는 굉장한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북한에서 일어날 급속한 변화와 통일 시대를 대비해 한국교회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재앙이 될 것"이라며 "북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구체적인 준비를 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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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사역 #북한에대한시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