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제일저축은행 지점.

   분양사기로 얼룩진 사업장에 영업정지 저축은행들이 공동으로 불법대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경기도 일산의 고양종합터미널 건설 사업에 제일저축은행[024100]과 에이스저축은행이 함께 6천억원 이상 불법대출한 것을 적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21일 밝혔다.

   고양터미널 건설에는 지난 2002년부터 제일저축은행이 1천600억원, 에이스저축은행이 4천500억원을 대출했다. 금감원 경영진단에 따른 이 사업의 회수예상 감정가는 1천400억원이다.

   이들 두 저축은행은 고양터미널 사업에 애초 300억원씩만 대출했으나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연체가 쌓이면서 이자가 잘 들어오지 않자 증액대출(돈을 빌려줘 기존의 대출 이자를 갚도록 하는 수법)을 거듭했다.

   16차례에 걸친 대출로 두 저축은행 모두 금액한도(각 저축은행 자기자본의 20%)를 넘기게 되자 여러 `공동사업자'를 차명으로 내세워 우회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양터미널은 첫 시행사가 분양사기를 저질러 퇴출당하자 수익성을 극대화해 대출금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터미널 부지를 50%에서 30%로 줄이고 상업시설 부지를 50%에서 70%로 늘리는 설계변경도 했다.


인천 구월동 에이스저축은행 본점.

   특히 이 과정에서 분양사기 피해자들의 민원을 무마하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불법대출을 저지르도록 금감원이 사실상 유도했다는 게 이번에 영업정지된 두 저축은행의 주장이다.

   해당 저축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H법무법인이 `금감원에 질의한 결과, 한도초과 대출을 해도 검사에서 크게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는 법률검토 의견서를 전달해 와 이를 믿고 대출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사기 피해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은 탓에 `원만하게 해결하라'고 주문했을지는 모르지만, 금감원이 나서서 불법을 유도했을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H법무법인에 대한 회신도 정상적인 공동투자약정에 따른 추가대출은 가능하다는 뉘앙스였을 것"이라며 "법률적인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법규심사위원회의 검토를 받고 영업정지 전날까지 고민한 끝에 결정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시행사 부도 이후 신세계건설[034300]에서 현대엠코로 시공사가 변경된 고양터미널은 다음 달 31일 준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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