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한국 아동 삶의 질 심포지엄
'2026 한국 아동 삶의 질 심포지엄'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한국 만 10세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이 국제 비교 대상 14개국 가운데 11위로 나타났다. 국내 지역별 아동 삶의 질 조사에서도 최고·최저 지역의 지수 차이가 38.9점에 달해, 아동의 일상과 지역 여건을 반영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2026 한국 아동 삶의 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우리 아이들은 행복한가? 국내, 국제 비교로 본 한국 아동의 삶의 질’을 주제로 조사 결과와 정책 과제를 논의했다.

첫 발제를 맡은 유조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국 17개 시도의 초등학교 3·5학년과 중학교 1학년 아동 7951명, 양육자 795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건강과 주관적 행복감, 관계, 물질적 상황, 위험과 안전, 교육, 주거환경, 바람직한 인성 등 8개 영역의 43개 지표를 종합했다.

전국 평균을 100점으로 환산한 삶의 질 지수는 세종이 113.9점으로 가장 높았다. 경남 111.3점, 부산 107.2점, 대구 107.0점, 서울 106.4점이 뒤를 이었다. 전북은 75.0점으로 가장 낮아 세종과 38.9점 차이를 보였다.

부모·친구와의 관계부터 지역 안전까지…일상 경험과 밀접

심층분석에서는 부모·또래와의 긍정적인 관계, 시간 사용과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아동 삶의 질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이 느끼는 지역사회의 안전 수준과 지역사회 정신건강 지표도 관련 요인으로 확인됐다.

지역 수준의 정신건강 지표가 좋지 않은 곳에 사는 아동은 다른 지역 아동보다 삶의 만족도와 긍정적 정서가 평균적으로 낮았다. 유 교수는 관계와 생활환경을 중심으로 학교·지역사회의 지원을 연결하고, 통학로와 놀이공간도 시설 유무뿐 아니라 아동이 체감하는 안전을 기준으로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 발제에서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아동삶의질조사(Children’s Worlds)를 활용한 만 10세 아동 비교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은 10점 만점에 8.47점으로 14개국 중 11위였다. 가족과의 유대감은 모든 비교 국가에서 행복감과 긍정적인 관련성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또래 유대감과 행복감의 관련성이 크게 나타났다. 사이버폭력 피해 경험은 행복감과 부정적인 관계를, 자연과의 유대감은 긍정적인 관계를 보였다. 유 선임연구위원은 아동의 행복을 살필 환경이 가정·학교·지역사회를 넘어 디지털과 자연환경으로 넓어졌다며, 법과 제도 역시 이를 포괄해야 한다고 밝혔다.

만 6세 아동 행복에도 동네 안전·놀이공간 중요

김선숙 한국교통대 교수와 안재진 가천대 교수는 국내 최초로 만 6세 아동의 응답을 바탕으로 한 삶의 질 측정 연구를 발표했다. 자신이 사는 동네가 안전하고 놀 곳이 있다고 느끼는 지역사회 경험이 행복감과 가장 큰 관련성을 보였다.

친구 관계와 교사의 관심, 학교에서 느끼는 즐거움·안전, 물질적 소유도 행복감과 유의한 관련이 있었다. 연구진은 어린 아동의 행복을 이해할 때 가족 관계뿐 아니라 동네와 학교에서의 일상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사 방식의 보완 필요성도 제기됐다. 만 6세 아동은 추상적이거나 부정형으로 제시된 문항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어, 발달 수준에 맞는 질문으로 경험과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은 이봉주 서울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김석호 서울대 교수,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 로버트 루돌프 고려대 교수,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 최선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사무총장이 참여해 지원 과제를 논의했다.

“아동의 이야기를 듣는 것부터”…지역 맞춤 정책 촉구

아동 대표로 발언한 노은성 아동은 놀이공간이 부족해 휴대전화에 의존하게 되는 환경을 지적하며, 공부를 요구하기에 앞서 마음껏 배우고 뛰어놀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의 삶을 바꾸는 가장 좋은 시작은 아동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역별 여건과 아동의 필요를 반영한 아동정책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으로 아동기본법 제정도 촉구했다.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총장은 “아이가 태어나고 자란 지역이 어디인가에 따라 누릴 수 있는 기회와 행복의 크기가 달라진다면, 이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라며 “아동의 일상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현장과 정책을 잇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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