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남북 경제협력 재개에 대비한 융자 예산을 올해보다 3배 이상 확대했다. 현재 남북 간의 공식적인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정부가 섣불리 예산부터 확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가 지난 1일 공개한 2027년도 남북협력기금은 1조115억원이다. 남북 경제협력 재개에 대비한 경협기반 융자 예산은 올해 591억원에서 내년 1994억원으로 무려 3배 이상 늘렸다. 경원선 복원 사업에도 남북협력기금 238억원이 편성됐다.
정부는 이 예산 편성이 남북관계 개선을 대비한 것이란 설명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 간 SOC 개선과 관련해 융자 사업을 쓸 수 있게 된다며 이 부분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극히 낮고, 북미정상회담이 재개되더라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점을 들어 대북 예산부터 높게 편성한 건 무리라는 지적이다.
현재 남북관계는 경제협력 재개는커녕 당국 간 대화 채널조차 가동되지 않는 단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 원인은 2023년 말에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북한의 적대적 대남정책에 있다. 북한은 그 이후 통일·남북대화 관련 기구들을 없애고 남북 간 육로까지 모두 차단했다. 최근엔 DMZ에 지뢰를 매설하는 등 완전한 차단막 설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마당에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대규모 경협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부터 증액한 건 앞서가도 한참 앞서간 거다.
물론 이 예산이 남북대화가 재개될 때를 대비한 ‘준비금’ 성격일 수 있다. 이 돈을 북한에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가 개선됐을 때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재원을 미리 확보하는 차원이란 거다. 하지만 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 곳에 국민 혈세를 쏟아부으려 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자금 정부가 유일하게 기대하고 있는 게 북미정상회담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사이에서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 성과가 남북 경제협력으로 이어지리란 보장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원하는 건 북한의 핵탄두가 미국 본토를 향하지 않는 그 한 가지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세운 2027년도 남북협력 관련 예산의 실제 사용 여부는 북한의 비핵화 입장 변화와 남북대화 재개에 달렸다. 만에 하나 북한이 우리의 대화 재개에 호응해 오더라도 유엔이 대북제재를 푸는 문제는 우리의 의지와 별개 문제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 없이 대북제재를 풀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걸 알면서도 남북 경협에 막대한 예산을 편성한 정부의 의도가 무엇이든 갈수록 삶이 퍽퍽한 국민감정과의 괴리를 더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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