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구 박사
정성구 박사

나는 커피를 안 마신다. 그렇다고 커피를 못 마시는 것은 아니다. 1970년대는 한국에 커피가 생산되지 않았고, 다방에 커피가 있었지만, 미군들의 씨레이스 박스에서 나온 커피를 사용하기도 했다. 당시 신문에 나온 기사에 의하면, 어떤 고약한 다방 주인이 커피 원료가 떨어지자, 엽연초 담배를 삶아서 커피라고 속여 팔다가 덜미가 잡혀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당시 한국 사람들이 커피 맛을 조금 알아가던 시절이었다.

나는 지금부터 54년 전에 암스텔담으로 유학을 갔었다. 네덜란드 사람은 커피에 중독되다시피 많이 마시고, 차도 많이 마신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 한국 학생은 나밖에 없었다. 인문학 빌딩은 15층이었고, 나는 주로 13층과 14층을 오가며 강의를 들었다. 그런데 그 인문학 빌딩에는 홀수 층마다 카페가 있었고 커피와 차를 판다. 당시 학생들에게 미화로 50센트면 커피 열 잔을 마실 수 있었고, 25센트면 차를 열 잔 마실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의 수업이 끝나면, 교수, 학생 할 것 없이 모두 카페로 모였다. 그리고 학생들이 내게 “커피 한 잔 할까요?”라고 다가오면 나는 말벗이 없던 때라 언제든지 ‘OK!’ 했다. 그래서 하루에도 커피를 6잔 이상 마시게 되었다.

결국 나는 커피 부작용으로 밤을 꼬박 새우는 때가 많았고, 고국에 두고 온 아내와 아이들이 떠 올라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침에 다시 학교에 가면 해롱해롱했다. 그럼에도 학우들이 주는 커피를 거절하지 못하고 주는 대로 마셨다. 이런 생활이 몇 달 지속되자 내 가슴은 심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몸에 이상이 왔다. 그래서 아는 한국 사람에게 “심장이 유난히도 벌렁거리고 잠을 이루지 못하니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하루에 커피를 몇 잔 마십니까?”물었다. 나는 “하루에 5잔은 기본이고, 그보다 더 마실 때가 많았습니다.”라고 하자, 그는 깜짝 놀라며 “커피 마시는 것을 당장 자제하세요!”라고 하면서, “네덜란드 사람들은 오전에 커피 한잔을 마시고, 오후에는 차를 마십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커피 카페 근방의 커피 향만 맡아도 가슴이 벌렁거리는 것이다.

30여 년 전, 미국 집회 중에 어느 목사님이 나를 씨에틀(Seattle)에 있는 수산시장의 한 모퉁이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으로 초대했다. 스타벅스는 그곳에서 시작해 미국 전역에 확장되었고, 드디어 한국에 상륙해서 커피 하면 ‘스타벅스’가 되었다. 그렇게 스타벅스는 전 세계 모든 나라에 확장되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사기업인 ‘스타벅스’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정부도 이를 부추기는 듯하다고 한다. 나는 그 이유를 잘 알 수 없었으나, 들리는 말로는 신세계 재벌을 길들이기 위함이란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대통령이 어느 커피 카페에서 “거기 커피는 아니지요?”라고 했다고 한다. 대단히 적절치 않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타벅스 ‘탱크데이’ 광고 문구가 5.18과 관련된 것이었다는 것이다. 해석은 하기 나름이다. 상품을 팔 때는 이름도 중요하고, 워딩(Wording)도 참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상품 광고에는 상징적인 숫자에 뜻이 있는 것도 있다. 예컨대 ‘모나미 볼펜’에는 ‘153’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는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배 오른쪽으로 던지라 했을 때, 고기를 153마리를 잡았다는 사실(요21:11)과 연계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암암리에 그 회사 회장의 신앙의 표현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신세계 회장님의 절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이라고 한다. 이는 민간 외교의 중요한 교량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며느리가 미우면 며느리 뒤꿈치만 봐도 밉다’는 속담이 있다. 반미 하는 사람들이 미국 기업인 스타벅스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미국과 맞설 뿐 아니라, 기업을 길들이고 정권에 복속시키려는 것이 아닐는지?

외교에는 국가 외교도 있고, 민간 외교도 있다. 나는 지난 40여 년 동안 많은 외국 학자들을 초대해 보았고, 초대도 받아 보았다. 보통 3개월 전에 서신이 오가고 일정이 잡힌다. 정부는 기업의 회장이 미국 권력의 핵심인 곳에, 개인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정부에 대해서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괘씸죄’에 걸린 것 같다. 그러나 서양 사람은 즉흥적으로 스케쥴을 잡지 않는다. 지금의 지도자들은 데모에 밤낮 뛰어 다니던 사람들이기에 서양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사람이 넘어질 때는 큰 바위 때문도 아니고,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정부가 사기업을 향한 불매운동을 부추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 혹시 6.3 선거를 앞둔 소인배들의 전략이 아니기를… 기분이 상한다고 해서 사기업을 손볼 것이 아니라, 민간 외교 채널을 적절히 사용해서 국가에 유익이 되도록 하는 센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 지나는 것은 악으로부터 나느니라”(마 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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