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장 향하는 김형로 삼성전자 부사장김형로 삼성전자 부사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협상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틀에 걸친 마지막 협상은 결국 13일 새벽 최종 결렬됐다. ⓒ뉴시스

 

한국 수출이 역대 최고 속도로 질주하는 한복판에서 그 성장 엔진의 핵심인 삼성전자가 18일간의 총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5월 1~10일 수출액은 18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3.7% 폭증했다. 3개월 연속 월 수출 300억 달러 가시권이 열리고, 이달 전체로는 800억 달러 돌파 기대감까지 나오는 시점이다. 그 중심에는 AI·데이터센터 수요를 등에 업은 반도체 수출 호황이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삼성전자에서 오늘(13일) 새벽 노사 사후조정이 최종 결렬됐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의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협상 결렬 경위 — 17시간 마라톤, 결국 새벽 3시 결렬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11~12일 이틀에 걸쳐 삼성전자 노사 2차 사후조정을 진행했다. 12일 오전 10시 재개된 협상은 13일 새벽 3시까지 17시간 이상 이어졌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13일 새벽 "중노위의 조정안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결렬을 선언했다. 중노위는 "노조가 먼저 중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다.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OPI 상한을 없애달라고 요구한 반면, 사측은 "전체 경영 환경과 재투자 여력을 고려할 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삼성전자는 결렬 직후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어렵게 만든 사후조정이 노조의 결렬 선언으로 안타깝게 무산됐다. 국민과 임직원, 주주에게 큰 걱정과 불안을 끼치는 행동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겠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파업 금지 가처분 2차 심문이 오늘 법원에서 열려 법적 제동 가능성도 변수로 남아 있다.

JP모건 "최대 43조 손실"… 주가 장초반 5% 급락

삼성전자 노사 2차 사후조정 결렬삼성전자 노사 2차 사후조정이 13일 새벽 최종 결렬된 가운데,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장 초반 5%대 급락하며 시장의 우려를 반영했다. ⓒ뉴시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삼성전자 파업이 실행될 경우 최대 43조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18일간 주요 반도체 라인 가동이 차질을 빚을 경우, 메모리·파운드리 출하 지연이 연쇄적으로 고객사 공급망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장 초반 5%대 급락하며 52주 신고가를 불과 며칠 앞두고 하락 전환했다. SK하이닉스도 2%대 하락 출발했다. 코스피 지수는 장초반 1.69% 빠진 7,510선까지 후퇴했다.

시장이 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타이밍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계획과 파운드리 수주 현황에 대한 긍정적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2분기 실적 기대감이 무르익은 시점에서 18일간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되면, 기존 고객사에 대한 납기 약속이 흔들릴 수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한 번 공급 약속을 어긴 납품 업체는 고객사가 대체 공급선을 검토하게 되고, 재검증 비용과 시간 탓에 한 번 이탈한 고객은 돌아오기 어렵다는 '공급망 락인(lock-in)' 효과가 작동한다.

TSMC·마이크론·SK하이닉스 반사이익 가능성

삼성전자의 생산 공백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직접적인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꼽히는 기업은 TSMC와 마이크론, 그리고 SK하이닉스다. 대만 현지 언론들은 이미 "삼성 파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수혜 가능성을 타진하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TSMC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고 있으며, 빅테크 고객사가 생산 리스크 분산을 위해 TSMC 발주 비중을 높일 유인이 생긴다. 실제로 애플·엔비디아·AMD 등 주요 고객들은 이미 TSMC 의존도가 높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일부 물량을 분산하고 있었다. 이번 파업은 그 분산 비중을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마이크론이 최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약 62%의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약 22%, 마이크론이 약 21%로 뒤를 잇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업으로 HBM 출하 일정을 맞추지 못할 경우, 엔비디아 등 HBM 수요처가 마이크론으로 발주를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 점유율에서 이탈하는 물량은 SK하이닉스보다 마이크론이 흡수할 여지가 더 크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풀가동 상태로 추가 물량을 받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식 전망 — "단기 충격은 불가피, 파업 종료 후 반등 가능"

증권가는 단기 충격을 인정하면서도, 파업이 예정대로 18일에서 끝난다는 전제 아래 삼성전자 주가의 중기 방향성은 여전히 상방으로 본다. 한 대형 증권사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이번 파업 기간 동안 주가 할인을 받겠지만, AI·HBM 수요 자체가 꺾이지 않는 한 펀더멘털은 훼손되지 않는다"며 "파업 종료 후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 반등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다만 파업이 6월 7일 이후에도 장기화될 경우 2분기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고, 이는 주가 하방 압력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주목할 변수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다. 긴급조정권은 공익사업에서 파업이 국민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권한으로, 발동 시 30일간 파업이 일시 중단된다. 정부가 2005년 이후 21년 만에 이 카드를 꺼낼지 여부가 시장의 핵심 관심사로 떠올랐다.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은 이미 "파업이 진행될 경우 한국 반도체 경쟁력이 약화돼 경쟁국인 TSMC·마이크론이 반사이익을 가져갈 것"이라는 우려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기업 현재 HBM 점유율 삼성 파업 시 영향
SK하이닉스 약 62% 풀가동 중, 추가 흡수 여력 제한적
삼성전자 약 22% 파업 시 출하 지연 → 점유율 이탈 위험
마이크론 약 21% 삼성 이탈 물량 흡수 여력 최대 — 최대 수혜
TSMC 파운드리 1위 삼성 파운드리 고객사 일부 이동 가능

자료: 업계 리포트·증권사 분석 종합, 2026년 5월 기준 추정치.

핵심 정리: 삼성 파업 현실화, 6가지 체크포인트

  • 5월 1~10일 수출 43.7% 급증 — 반도체 호황이 견인. 이달 800억불 돌파 기대.
  • 삼성전자 노사 2차 사후조정 13일 새벽 최종 결렬. 쟁점은 OPI 상한 폐지.
  • 파업 일정 : 5월 21일 ~ 6월 7일, 18일간 총파업.
  • JP모건 "최대 43조원 손실" 추정 — 주가 장초반 5% 급락.
  • 마이크론이 최대 반사이익 수혜 — SK하이닉스는 풀가동으로 여력 제한.
  • 변수: 법원 파업 금지 가처분·정부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 (21년 만에 카드).

자료 출처

본 기사는 JP모건 리서치(2026.05), CNBC(2026.05.12), Astute Group HBM 시장 데이터(2026년 기준), 대신증권 2026 메모리반도체 전망 리포트, TradingKey 분석 자료를 각각 취합·정리해 작성했습니다. 본 기사는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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