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발발 이후 43일 만에 열린 미국과 이란 간 대면 평화협상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종료됐다. 양측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21시간에 걸친 장시간 협상을 이어갔지만 핵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외신에 따르면 11일(현지 시간)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21시간 동안 협상을 이어가며 이란과 여러 차례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미국보다 이란에 더 불리한 결과"라고 밝혔다.

◈핵 포기 조건 충돌… 협상 결렬의 핵심 쟁점

이번 미국 이란 평화협상 결렬의 핵심 쟁점은 핵 프로그램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 차이였다. 미국 측은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확약과 함께, 이를 신속히 실현할 수 있는 수단 역시 포기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 조건은 대통령의 핵심 목표이며, 이번 협상을 통해 반드시 확인하려 했던 부분"이라며 "상당히 유연한 제안이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란 측은 미국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란 국영방송 IRIB는 협상 결렬의 원인이 "미국의 과도하고 비합리적인 요구"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협상단이 다양한 방식의 접근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추가 요구 논란… 우라늄·호르무즈 해협 문제 부각

이란 측 인사들은 미국이 기존 협상 범위를 넘어선 조건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와 가까운 분석가 알리 골하키는 미국이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 대규모 비축 우라늄의 국외 반출, 호르무즈 해협 관련 권한 문제까지 요구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중단에 대한 보장이 협상 과정에서 포함되지 않았던 점 역시 주요 쟁점으로 지목됐다. 그는 "미국이 협상을 위해 온 것인지 의문"이라는 취지의 비판을 제기했다.
◈전문가 분석… 이란 협상력 유지 평가

미 국무부 출신 중동 협상 전문가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협상 종료 직후 "현재 상황에서 이란이 미국보다 더 많은 전략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관리하고 있으며, 정권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러한 조건은 이란이 협상에서 즉각적인 양보에 나설 필요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밀러는 또한 이란이 협상에서 빈손으로 돌아가기보다는 군사적 긴장 재개 가능성을 감수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휴전 흔들… 호르무즈 해협 변수 부상

미국 이란 평화협상 결렬은 휴전 유지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양측은 지난 7일부터 2주간의 휴전에 들어간 상태였지만, 이번 협상 실패로 휴전 지속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란이 해협 재개방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강경 발언 속 향후 협상 불투명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이전부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는 휴전 발효 전 이란 지도부가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그들의 문명 전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다만 미국 내부에서는 전쟁 지속에 대한 여론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CNN은 전쟁이 미국 내에서 큰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승리를 주장해온 점을 고려할 때 추가 군사 행동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밴스 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향후 협상 일정이나 구체적인 대응 전략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최종 제안을 남긴 상태에서 이란의 결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히며 협상 재개 가능성만 열어둔 채 자리를 떠났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협상 결과에 대해 "합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비교적 거리를 두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미국이 이미 군사적으로 우위를 확보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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