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제 박사
김성제 박사

아리셀과 대전 A공장 화재, 반복된 대형참사 화재가 우리들에게 질문을 한다. 우리는 왜 같은 사고를 되풀이하는가이다. 2024년 아리셀 화재와 2026년 대전 자동차부품 공장 화재는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발생했지만, 그 본질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하나는 리튬전지 공장에서, 다른 하나는 절삭유를 사용하는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발생했지만, 두 사고 모두 “예견 가능했으나 방치된 재난”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구조를 가진다. 이는 단순한 산업재해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인식과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내는 샘플인 것이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드러났다. 첫째, 위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축적되었다. 아리셀에서는 리튬 배터리의 열폭주 가능성이, 대전 A공장에서는 절삭유와 유증기가 위험 요인이었다. 이러한 물질들은 평상시에는 생산성을 뒷받침하는 요소이지만, 관리되지 않을 경우 순식간에 재난사고의 연료로 변한다. 둘째, 공장은 생산 효율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었고, 안전은 후순위였다. 밀폐된 공간, 복잡한 동선, 부족한 비상구는 화재 발생 시 탈출을 어렵게 만들었다. 셋째,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대피 실패’였다. 두 사건 모두에서 다수의 인명 피해는 화재 자체보다 탈출하지 못한 데서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인 것이다. 피난 설계가 형식적이었고, 근로자들은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충분히 훈련받지 못했다. 결국 공장은 일터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는 탈출이 어려운 ‘밀폐된 위험 공간’으로 변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국민안전인성”이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된다. 안전은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인식과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위험을 인지하고, 예방을 생활화하며, 타인의 생명까지 고려하는 책임 의식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릴 때 비로소 안전은 작동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안전 점검은 서류로 대체되고, 교육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며, 사고는 언제나 ‘예외적 사건’으로 취급된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는 어떤 첨단 설비도, 어떤 강력한 법도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ESG 관점에서도 이번 사고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환경(Environment) 측면에서는 위험물질 관리 실패가 대형 화재로 이어졌고, 사회(Social) 측면에서는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이 충분히 보호받지 못했다. 그리고 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는 위험을 인지하고도 개선하지 않은 관리 책임의 문제가 드러난다. 결국 이번 사고는 ESG의 세 축이 모두 무너진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G’, 즉 거버넌스의 실패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안전을 생산성의 반대 개념으로 인식한다. 그 결과 위험은 축적되고, 사고는 반복된다. 이는 단순히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감독과 관리 체계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법은 존재하지만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법이 아니라 형식에 불과하다.

이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반복되는 사고를‘불운한 사건’으로 치부할 것인가, 아니면 사회안전의 구조를 바꾸는 뼈아픈 계기로 삼을 것인가 말이다. 그 해답은 분명하다. 첫째, 공정 중심이 아닌‘피난 중심 설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위험물질 관리에 대한 실질적이고 상시적인 점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근로자 교육을 형식이 아닌 실제상황 대응 중심으로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을 삶의 문화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국민안전인성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위험을 방치하지 않는 태도”, “타인의 생명을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는 의식”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인성이 개인, 기업, 국가에 이르기까지 확산될 때 비로소 우리는 반복되는 재난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다. 아리셀화재와 대전의 A공장화재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 진행형이며,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미래에도 반복될 것이다. 이제는 기억하는 것을 넘어, 바꾸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의 존엄을 지키는 최소한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휘연 김성제 프로필

○ 서울디지털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객원교수
○ 전)건국대 대학원 안보재난관리학과 겸임교수
○ 서울시립대 대학원 재난과학박사(Ph. D)
○ 소방청 인천부평소방서 근무, 암 수술 공상자, 병역 명문가
○『교육학개론』,『안전기술과 미래경영』,『ESG 경영전략』공저출판
○ (사)한국ESG학회, (사)소방안전교육사협회, 국민안전인성 교육문화 연구회 정회원
○ 시인, 수필가, (사)한국문인협회, (사)한무리창조문인협회, 하나로국제문화예술연합회 등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성제박사 #대전공장화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