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제98회 정기총회가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에서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열렸다.   ©채경도 기자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담임목사 김삼환)에서 지난 9일부터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김동엽) 제98회 정기총회가 3박4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12일 폐막한 가운데, 이번 통합 총회의 가장 큰 성과라면 '담임목사직 대물림 방지법'(이하 교회세습 방지법) 제정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날 총대들의 앞도적인 지지로 통과된 교회세습 방지법은 지난해 기독교대한감리회에 이어 두 번째 제정이지만, 한국 개신교의 70%를 차지하는 장로교단, 그중에서도 장자교단으로서 예장합동과 함께 대표성을 지진 예장통합에서의 법제화이기에 향후 다른 교단총회와 개신교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담임목사직 대물림'(교회세습)은 성서적으로 근거도 없고 윤리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교회 내 여론이었고, 이보다 교회세습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각은 북한의 김씨 일가의 3대 세습과 버금갈 정도로 곱지 않았기에 이날 예장통합 총대들의 선택에 사회적 관심도 컸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를 총대들도 인식한 듯, 비록 표결에 들어가기까지 1시간 이상 총대 간 결논이 오갔지만 결과는 압도적인 찬성이었다. 당시 총회에서 어떤 발언이 오갔을까.

교회세습 방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담임목사직 대물림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도 있었고, 법적인 하자가 있어 당회와 마찰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그러나 찬성발언이 총대들의 더 설득력을 얻었고 박수와 환호로 돌아왔다.

예장통합 제98회 정기총회 현장.   ©채경도 기자

전남노회 임채수 목사는 "새로운 100년을 향해가는 시점에서 지금 (담임목사직 대물밀 방지법을) 제정하지 않는다면 100년 뒤에는 담임목사의 아들은 물론, 사돈의 8촌들까지 친족 간 교회를 나눠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노회 이수영 목사는 "이번 총회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안건이 많았다. 하지만 교회 안에서는 중요한 안건일줄 몰라도, 세상 사람에게는 전혀 관심 받지 못하는 것들이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이 목사는 "지금 담임목사직 세습 하느냐 안 하느냐 한 가지에 세상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것은 우리 교회가 '세상의 빛이 되고 소금이 되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가하고 있느냐 문제다. 한국의 개신교가 살고 죽느냐의 문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성경의 근거로 레위족을 이야기 하는데, 레위족은 예수님 오신 후 없어졌다"며 "(성서적) 근거가 없다. 지난해 감리교회가 세습방지법 처리해서 (세상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목사는 "통합총회가 결정타를 날려야 한다. 우리가 결정하면 한국교회가 따라올 것이다"강조 한뒤 "지난해 감리교회가 안타를 치고 출루를 했다. 우리가 이제 홈런을 치고 홈으로 불러 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평양노회 박영득 목사는 "오전 예배 말씀은 한국교회에 대한 예언적 메시지라 생각한다"며 "김기홍 목사님의 '이삭을 죽여야 한다. 이삭을 죽여야 아버지도 살고 하나님도 사는 것이다'란 말씀처럼 이제 우리 목사와 장로가 이것(세습방지법 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목사는 이어 "신학대 교수들과 얼마 전 점심을 먹으면서 교회세습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자 그들은 '목사님 세습은 영적인 근친상간입니다'고 답했다"며 "이것(근친상간=교회세습)의 결말은 종족이 없어지는 것으로 한국교회가 없어지는 것이다. 총대들이 한국교회가 사는 올바른 방향으로 결정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결국 이어진 표결에서 총대 재적 1033명 가운데 찬성 870명으로, 반대 81명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담임목사직 대물림 방지법'은 가결됐다. 그리고 '이를 즉시 시행할 것'을 결의하고 '그에 따르는 법조문의 개정'은 후속조치로 다시 정하기로 예장통합 총회는 결정했다.

이에 따라 통합교단 산하 8400여 교회는 이달부터 목회 대물림이 금지된다. 통합총회 사무국장 안영민 목사는 "대물림, 즉 아버지 목사가 목회자인 자녀에게 담임하고 있는 교회를 물려주는 행위는 규정이 없더라도 당장 금지된다는 의미"라며 "내년에 열리는 99회 총회 때까지 세부 규정이 마련돼 보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지난 6일 예장통합을 포함해 9개 회원교단 대표들의 공동명의로 교회세습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하는 등 그동안 교회세습 방지법 제정을 강하게 추진해왔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즉각 '환영'의 뜻을 전했다.

지난 8월 28일 오후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최로 '한국교회와 교회세습' 토론회가 열렸다.   ©장세규 기자

NCCK 한국교회발전연구원 황필규 목사는 기독일보와의 통화에서 "우선 예장통합이 교회세습방지법을 통화시킨 것에 대해서는 적극 환영하고, 교단 내 교회들이 이를 성실히 이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황 목사는 "특히 이 법을 꼭 실행해 주길 바라는 교회들이 이를 반드시 지켜주길 바란다"며 "이 것이 어느 시골 산골에 있는 미자립 교회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조직교회와 자립교회들이 이를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교회란 담임목사와 시무장로로 구성된 당회가 있고 제직회 등 조직을 갖춘 교회를 말하며, 자립교회란 다른 도움 없이 교인들의 헌금이나 수입으로 교역자 생활비와 교회 운영을 감당하는 교회를 뜻한다.

실례로 황 목사는 "감리교회가 지난해 교회세습 방지법을 통과시켰지만 임마누엘교회(담임목사 김정국)에서 세습을 했다"고 밝히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번에 통합총회가 결의를 했을 때 법조항도 중요하고 정관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앞으로 한국교회가 이부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따라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미 (세습방지법 제정은) 전체적인 하나의 흐름으로 보인다"며 "아직 총회가 남아있는 다른 교단도 이를 '기타 안건' 등으로 상정해 처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예장통합의 '교회세습 방지법'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일간지 등 세상 언론들도 이 소식을 일제히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이며서, 이달 23일부터 시작되는 예장 합동과 고신,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에 끼질 영향도 점치고 있다. 특히 대표적 진보성향의 교단인 기장에도 교회세습 방지법이 헌의돼 있어 이것의 통과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장합신 총회(총회장 이주형)도 이번 정기총회를 통해 '세습방지법' 헌의안을 올렸으나, '세습이란 단어가 세속적 용어이고, 교회마다 사정이 다르기에 법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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