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의 장점은 자발성이다. 오늘의 교회가 이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웃에 대한 사랑과 봉사, 헌신, 낮춤과 겸손... 이것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법률적·제도적 장치를 했는지 물어보는 것은 그 만큼 우리(목회자)가 도덕적으로 떨어진 것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장세규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주최로 28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국교회와 교회세습(담임목사직 세습)' 토론회에 김영주 총무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같이 우려를 나타냈다.

사회자 NCCK 지도력개발위원장 박남수 의정부 송암교회 목사   ©장세규 기자

이날 토론회는 NCCK 지도력개발위원장 박남수 의정부 송암교회 목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박 목사는 "역사 속에서 우리 교회가 많은 역할을 해왔고, 민족 통일 등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서 여러 가지 목소리를 내면서 복음을 전해왔는데, 최근 교회의 현주가 여러 가지 딜라마에 빠졌다"면서 "사회 변화의 축이 되기 보다는 사회의 여러 가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목사는 "그런 것이 교회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개교회의 문제라고 해도 교회 세습 같은 문제를 공론화해서 해결방안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첫번째로 발제는 지난해 교계 최초로 세습방지법을 제정한 기독교대한감리회의 당시 장정개정위원장을 맡았던 권오서 감독(춘천중앙교회)이 맡았다.

'목회적 관점에서 교회세습 바라보기'란 제목의 발제를 맡은 권오서 감독.   ©장세규 기자

권 감독은 '목회적 관점에서 교회세습 바라보기'란 제목의 발제에 앞서 "개인적으로 세습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문을 연 뒤 "비록 일부 교회의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교회세습은) 교회적으로는 기독교를 죽일 수 있는 일"이라 진단했다.

그는 신학적인 부분이 아닌 30년 넘는 목회자 경험에 비추어 자기생각을 전한다고 전제한 뒤, "제가 볼 때 한국교회가 (사회를 상대로) 선교를 해야 하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사회는 세습에 대해 좋은 눈으로 보지 않는다"며 "교회가 세상을 상대로 선교한다면서 세상이 싫어하는 것을 이렇게 꼭 해야하만 하는지" 반문했다.

권 감독은 이어 "신학적인 문제를 떠나 세상이 그렇게 싫어한다는데 (교회가 선교를 하겠다면) 더 한 것도 내려놔야지, 그것(목사직 세습)을 할 이유가 있는가. 교회는 하면 안 된다"고 못 밖았다.

결론적으로 교회가 사회를 상대로 선교를 하는데 있어 교회세습으로 인해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권 감독은 지적했다.

두 번째로 발제에 나선 이영재 박사(전주화평교회, 구약학)는 먼저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를 언급하고, 세반연의 말을 빌려 '부나 명예나 권력이 동반되는 담임목사직을 자녀나 자녀 배우자에게 세습하는 행위'를 교회세습이라 정의했다.

이영재 박사가 두 번째 발제를 하고 있다.   ©장세규 기자

이날 이 박사는 교회세습을 추진하는 목회자들이 세습의 근거로 구약성경을 드는 것에 대한 반론 차원에서 '교회세습을 바라보는 오경읽기'란 주제로 발제를 했다.

그는 먼저 '오경의 후계자 신학'에 대해 이야기 하며 모세가 두 아들에게 지도자(제사장)의 직분을 물려주지 못한 까닭을 설명했다. 실제 모세의 지도자 직분은 훗날 아들이 아닌 여호수아가 물려받았다.

이 박사는 민수기 20장에서 "여호수아가 모세를 계승하게 된 데에는 가데스 므리바에서 저지른 모세의 범죄가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며 "모세는 아론의 지팡이로 바위에게 명하여 물을 내리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자신의 지팡이로 바위를 두 차례나 내리쳐서 물을 내는 기적을 행했다"고 말했다. 이 때 온 백성이 모세를 위대한 영도자라고 칭송했지만, 한나님께 영광 돌리는 일은 뒷전으로 밀러났다는 설명이다.

이 박사는 "이 장면을 미루어 볼 때 모세는 노년에 자신의 생애를 다른 사람들에게 평가 받고 싶어하며 사람들 위에 권력자로서 군림하고 싶어 하는 욕망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모세아 아론이 은퇴할 때 자식에게 직분을 물려준 기사는 성경에 없다"며 "모세의 계승자는 하나님이 선택하신 사람이었으며, 승계 명령은 여호수아에게 떨어진 것이다(신31:1~8, 23)'고 전하며 이를 '직분의 인위적 승계는 없었다'는 논거로 들었다.

이 박사는 이어 레위인의 제사장 임직과 승계에 대한 교회세습 옹호자들에 대한 주장에 대해 "레위지파에게 주신 말씀을 통해 디아스포라의 말씀으로 예배를 인도하는 제사장의 직능과 말씀을 공동체 성원에게 가르치는 교사의 직책을 공동체의 지도자에게 부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므로 개혁교회의 목회자 직분은예루살렘 성전의 제사장 직분을 계승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교회세습을 긍정하는 자들은 레위인 제사장을 이야기 하는데, 본질은 공공성에 있다"며 "한 사회의 집단에 공공성을 보장하고 계승되게 하는 역할을 레위인이 했다. 공적인 재산과 헌물, 헌금, 십일조 관리를 레위가 했고, 이들은 땅의 지분도 안 받는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이처럼 오늘의 목회자들이 공공성을 상실한 것에 대해 지적하며 "하나님의 언약성을 저버린 목회자들의 반성과 각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NCCK 신앙과직제위원회 부위원장 류태선 목사가 논찬을 하고 있다.   ©장세규 기자

논찬에 나선 NCCK 신앙과직제위원회 부위원장 류태선 목사는 "한국교회가 2010년 경부터 정체기를 지나 쇠태기로 접어들고 있으며, 그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그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한국교회와 지도자들이 사회로부터 그 영적 지도력과 신뢰성 상실"을 꼽았다.

류 목사는 이어 영적 지도력과 신뢰성 상실의 중요한 원인으로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확신되고 있는 '교회 세습' 풍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류 목사는 "세상 사람들은 교회 세습을 '북한의 삼대 정권 세습', '재벌들의 경영권 세습'과 같은 차원에서 보고 있다"면서 "그것은 본질적으로 엄청난 특권적 기득권을 확보한 자들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으로 마땅히 자제되고 금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교회세습은 법 이전에 당사자와 해당 교회의 하나님과 교회와 세상 앞에서의 건전한 상식과 양심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하며, "교회세습이 해당 교회의 원만한 지도력 교체와 계속적인 발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국 교회 전체에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결과가 된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류 교수는 "신학자들은 이미 교회세습을 '교회 사유화' 현상의 증상으로 보고, 이는 교회의 공교회성에 대한 도전이요, 유일한 교회의 머리되신 그리스도에 대한 도전이자 하나님 나라의 거울로서의 교회의 모습을 치명적으로 파괴시키는 것으로 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명용 장신대 총장의 견해를 빌려 "교회 세습은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교회의 성장과 선교에도 치명상을 입힌다고 보고, 결국 이는 크나큰 죄악이고 불의라고 지적했다"고 그는 전했다.

논찬을 하고 있는 전철 한신대 교수.   ©장세규 기자

마지막 논찬으로 전철 한신대 교수는 "교회세습은 오경에서도 근거가 없음을 발제에서 잘 지적했다"며 발제문의 말을 인용해 "개혁교회 목회자는 예루살렘 성전의 제사장 직분이 아니라 바빌로 디아스포라 공동체를 인도하는 말씀의 종으로서 토라를 가르치고 적용하였던 레위지파에 그 기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교수는 "레위인의 전통에 서 있는 목회자들은 신아공동체 가운데 가난한 사람을 없게 만드는데 노력하기는 커녕 자기 가족과 자식의 부를 보존·유지·축적하는 것으로 모든 노력을 기둥리은 것에 세습의 실상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우리 사회와 교회가 공공성 감각에 매우 취약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불의가 가득한 현실을 교회가 앞장서서 갱신하고 변화시키고, 사리진 공공성을 회복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또 "오히려 교회세습을 하는 이들이 어떻게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권력과 부, 명예가 오늘날 교회의 당면한 고민 대상이다"고 강조했다.

28일 오후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최로 '한국교회와 교회세습' 토론회가 열렸다.   ©장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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