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지하교회 단속 과정에서 체포돼 266일간 구금됐던 조선족 김명일 목사(56·중국명 진밍르)가 석방돼 미국에서 가족과 상봉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 목사는 지난 19일 미국 메릴랜드주 장녀의 자택 인근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아직도 지금 이 순간이 믿기지 않고 꿈만 같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자신의 석방을 직접 요구한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뒤 김 목사는 지난 3일 미국에 도착했다.
김 목사는 구금 기간 외부와 사실상 단절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했다고 전했다. 신문을 볼 수 없었고, 성경도 구금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 석방 직전에는 한 달 넘게 변호사를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공항 도착해서야 석방 사실 확인
김 목사는 석방 당일까지도 자신이 풀려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중국 공안의 호송을 받아 기차로 광저우에 도착한 뒤 공항에서야 기소 취소 사실을 통보받았고, 곧바로 미국행 항공기에 탑승했다.
공항에서 김 목사를 기다린 미국 영사 역시 중국 정부가 실제로 석방 조치를 이행할지 확신하지 못한 채 약 8시간 동안 대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외교관들은 종교 문제로 중국에 억류된 인사가 이처럼 이른 시기에 석방된 사례가 드물다며 그 경위를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목사는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했다. 아내와 딸을 만난 뒤 식사를 하고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지켜보면서 비로소 석방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체포 이후 김 목사에게 혐의를 인정하면 예상 형량을 15년에서 3년으로 줄일 수 있다는 취지의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목사는 30년간 목회해 온 양심에 따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 중국 40여 도시에서 예배 운영한 시온교회
중국 헤이룽장성 출신인 김명일 목사는 베이징대를 졸업했다. 그는 1989년 천안문 사태를 계기로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으며, 미국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중국으로 돌아가 복음주의 성향의 시온교회를 이끌었다.
시온교회는 중국 내 40여 도시에서 주일예배를 운영했고, 온라인 설교에는 약 5000명이 접속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지하교회 활동을 둘러싸고 중국 정부와 갈등을 빚었으며, 김 목사는 지난해 10월 체포됐다.
김 목사의 석방 과정에서는 장녀 그레이스 진 씨가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 의회 근무 경력이 있는 진 씨는 만삭의 몸으로 미국 각지를 다니며 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에게 아버지의 구금 상황을 알리고 석방을 호소했다.
미 의회는 진 씨가 김 목사의 석방 필요성을 증언할 기회를 마련했다. 지난 5월 미·중 회담을 앞두고는 상원과 하원이 초당적으로 석방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김 목사의 구금을 종교 자유 침해로 규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 건강 회복한 뒤 한국의 노모 만날 계획
김 목사는 당분간 미국에서 건강을 회복하며 장녀의 세 자녀를 돌볼 계획이다. 생후 6개월가량 된 막내 손자의 이름은 김 목사의 영어 이름을 딴 ‘에즈라’로, 가족들이 그의 무사 귀환을 바라며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국에 거주하는 94세 어머니를 8년 넘게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국을 떠나는 과정에서 한국에 들르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석방을 도운 이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어 곧바로 미국으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과거 한국무역협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현지 사무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는 비자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한국을 방문해 어머니를 만날 계획이다.
아울러 자신의 석방을 위해 한국 교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교회와 인권단체, 미국 정부와 의회가 함께 목소리를 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