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가 최근 장애인 권리 결의안에서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문구를 삭제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유엔 총회에서 ‘성적 지향’ 관련 용어를 결의안에서 삭제하는 표결이 통과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동성애 등 ‘성적 지향’ 관련 용어와 내용이 지난 2008년 유엔 정책 문서에 처음 삽입된 후 이에 대한 논란과 함께 매번 수정안이 제안됐다. 하지만 이전까지 70여 차례나 표결에 부쳐지고도 번번이 부결됐다.

이번 표결도 이전처럼 또다시 부결이 유력해 보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첫 표결에서 찬성 74표, 반대 74표로 동률이 나왔다. 그러자 캐나다와 유럽 국가들이 일제히 표결을 이틀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2차 표결에 앞서 찬성하는 나라들을 설득해 기권과 불참을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지연 작전이다.

그런데 이런 무리수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 걸까. 2차 표결에서 더 많은 나라가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져 찬성 81표, 반대 77표로 통과된 것이다.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문구를 삭제하는 개정안은 이슬람 협력 기구(OIC)를 구성하는 57개 회원국 대표인 이집트가 발의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엘살바도르 등 남미 가톨릭 국가들도 개정안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안에 가장 반대한 건 유럽연합(EU)이다. 동성애 관련 조항이 삭제된 개정안이 통과되자 EU 측은 동성애 및 트랜스젠더 관련 내용은 “차별 금지의 핵심 원칙”이라며 공개적으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번 사례는 기독교 정체성이 강한 유럽 국가들이 얼마나 동성애에 깊이 빠져있는지를 보여줬다. 반면에 이슬람 국가들과 가톨릭 성향의 남미, 불교권의 아시아 국가들이 오히려 반대하는 역작용이 나타났다. 유엔 내 이런 변화의 기류는 유럽의 발언권 약화와 함께 복음에서 이탈해 세속화에 함몰된 유럽의 실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일 것이다.

유엔 총회에서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문구를 삭제한 수정안이 통과된 것과 관련해 한국기독교장로회 동성애·동성혼 반대 대책위원회는 환영 성명을 발표하고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기장 동반위는 “최근 정부와 여권 내에서 ‘성 평등,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법제화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유엔 총회의 새로운 판단이 나온 만큼 해당 기조를 철회해
야 한다고 했다.

정부와 특히 국가인권위원회는 그동안 유엔이 표방하는 지침을 근거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지지해 왔다. 그런 만큼 유엔 총회에서 나온 판단이 중요 변수가 될 것이다. 유엔 결의를 근거로 내세우던 동성애 관련 정책과 입법 시도 또한 무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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