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정부가 올해 성탄절을 국가 차원에서 공식 후원하며 대규모 행사를 진행했다고 2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CDI는 수십 년간 종교적 극단주의와 소수 종교 배제로 어려움을 겪어온 파키스탄 사회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성탄절을 기념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졌으며 그동안 파키스탄의 기독교인을 비롯한 종교 소수자들은 폭탄 테러와 군중 폭력, 차별적 제도와 관행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다고 밝혔다.
이번 성탄절에는 연방정부와 각 주 정부가 함께 나서 전국 단위의 공식 행사를 후원했다. 파키스탄 독립 이후 성탄절이 이처럼 국가적 행사로 공개적으로 기념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슬라마바드와 라호르, 라왈핀디, 카라치 등 주요 도시 전역에서 성탄절 행사가 교회 울타리를 넘어 공공 영역에서 진행됐다.
특히 펀자브주에서는 정부가 직접 성탄절 기념식과 복지 지원, 종교 간 화합 행사를 조직했다. 당국의 공식 메시지와 고위급 인사의 참석, 공공장소에서의 가시적인 행사가 이어지면서 기독교 공동체의 존재가 사회 전면에 드러났다.
이 같은 움직임은 파키스탄 기독교 공동체와 진보 성향의 무슬림 인사들로부터 초당적 평가를 받았다. 많은 이들은 이번 조치를 시혜가 아닌 시민권에 대한 인정으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전국에서 열린 성탄절 예배와 국가 지도부의 공식 메시지
지난 25일 성탄절 당일, 파키스탄 전역의 기독교인들은 특별 예배와 자정 미사, 지역 공동체 행사를 열었다. 경찰과 보안 당국의 경계 속에 교회들은 조명과 성탄 트리로 장식됐고, 기독교 거주 지역 곳곳에는 현수막과 성탄 상징물이 내걸렸다. 이는 오랜 두려움 속에서 자제돼 왔던 공적 정체성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대도시에서는 평화 행진과 퍼레이드도 이어지며 기독교 공동체가 이례적으로 높은 가시성을 확보했다. 파키스탄 총리 셰바즈 샤리프는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성탄절을 소수 종교의 기념일이 아닌 국가적 의미를 지닌 날로 규정했다.
샤리프 총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와 형제애의 메시지를 언급하며 기독교 공동체를 교육과 의료, 사회복지, 테러 대응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사회 구성원으로 평가했다. 그는 사회적 통합과 조화를 재확인할 것을 국민에게 촉구했다.
총리 관저에서 열린 성탄절 행사에서는 파키스탄 사법 체계 강화에 기여한 전 대법원장 A.R. 코넬리우스, 국방 분야에서 공을 세운 세실 초드리 공군 제독, 나병 퇴치를 위해 평생을 헌신한 루스 파우 박사 등 기독교 인사들의 공헌이 공식적으로 언급됐다.
대통령과 군 수뇌부의 참여, 상징적 의미를 더해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도 별도의 성명을 통해 파키스탄 건국 이념을 언급했다. 그는 1947년 8월 11일 무함마드 알리 진나의 연설을 인용하며, 파키스탄이 종교적 두려움 없이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로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자르다리 대통령은 헌법이 모든 시민의 평등권과 종교 자유를 보장한다고 밝히며, 기독교 공동체가 국방과 정치,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오랫동안 기여해 왔다고 평가했다.
가장 주목받은 장면은 군 수뇌부의 공개 참석이었다. 파키스탄군 최고 지휘관이자 육군참모총장인 아심 무니르 원수는 라왈핀디에 위치한 파키스탄 성공회 그리스도 교회를 찾아 성탄절 행사에 참석했다. 정치적 영향력이 큰 군 수장이 교회 예배에 공개적으로 참여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파키스탄 군 홍보부는 무니르 원수가 성탄절을 연대와 연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날로 규정하며, 모든 시민의 존엄과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군의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소수자 권리가 파키스탄 국가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펀자브주 주도의 대규모 행사와 정책적 약속
가장 규모가 큰 정부 주도 성탄절 행사는 파키스탄 내 최대 기독교 인구가 거주하는 펀자브주에서 열렸다. 메리엄 나와즈 펀자브주 총리는 라호르 성공회 대성당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소수자에 대한 부당함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종교적 정체성 이전에 모든 국민이 파키스탄인이라고 강조하며, 소수자 공동묘지 문제 해결과 복지 예산 확대를 즉각 지시했다. 소수자 카드 지원금 인상 계획도 함께 발표됐다.
행사 당일에는 성탄절 지원금과 소수자 카드가 전달됐으며,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외교 사절과 여러 종교 지도자들이 함께했다. 코란과 성경 낭독, 합창 공연이 이어지며 종교 간 화합을 강조하는 연출이 이어졌다.
기독교 지도자들은 연방정부와 주 정부에 감사를 표했고, 일부는 이번 성탄절을 기독교인이 관용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받은 순간으로 평가했다.
상징을 넘어 제도적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됐다
CDI는 진보 성향의 무슬림 인사들과 언론인들도 이번 행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라호르 중심가에 설치된 대형 성탄 트리는 다원성과 포용의 상징으로 언급됐다.
인권 활동가들은 올해 성탄절이 국가의 태도 변화 신호임을 인정하면서도,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법적 보호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 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에 대한 책임 규명 없이는 상징적 행보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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